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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지막 10년] 臨終(임종) 앞둔 癌환자에 심폐소생술·인공호흡… "외국 의사들은 놀라"

풍월 사선암 2014. 9. 4. 09:24

[한국인의 마지막 10] 臨終(임종) 앞둔 환자에 심폐소생술·인공호흡"외국 의사들은 놀라"

 

[1] 암 사망 '마지막 한달' 全數분석연명치료 딜레마

 

딜레마 1. 심폐소생술 - 청년도 갈비뼈 부러지는데

말기환자 4000명이 받아전문가 "절대 해선 안될 처치"

 

고통만 더하는데 왜 계속하나

가족은 "해볼 건 다 해봐야"의사는 자기 방어 차원에서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한국인 암 환자의 마지막 한 달을 분석한 결과, 한국 특유의 딜레마가 드러났다.

 

우리나라 암 사망자 스무 명 중 한 명이 마지막 한 달 사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 5년 새 약간 줄었지만(6.8%5.4%) 여전히 사람 수로 따지면 한 해 4000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건 정말 0%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해외는 어떠냐고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말기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한다'는 얘기 그 자체에 놀랄 겁니다."(허대석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서울대 교수)

 

말기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나라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멎었을 때 환자의 가슴팍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압박해 다시 뛰게 하는 처치다. 제대로 하려면 의료진 8~10명이 필요하다. 전기 충격을 주기도 한다.

 

김동찬 대한중환자학회장(전북대 교수·마취통증의학과)"상당히 격렬한 처치이기 때문에, 건강한 젊은이도 갈비뼈가 부러질 때가 많다"고 했다. 박상은 안양샘병원장도 "실제로 심폐소생술 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말기암 환자에게 '이거 해야 한다'는 말씀을 못하실 것"이라고 했다. 환자의 고통과 육체적 충격을 감안할 때, 말기암 환자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처치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말기암 환자는 심폐소생술을 해서 일시적으로 심장이 다시 뛰게 만든다 해도 그 상태를 지속시킬 순 없다. 사람을 살리는 처치가 아니라, 어차피 가야 할 길을 더 힘들게 만드는 처치가 되고 만다. 외국에서 어쩌다 말기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는, 말기가 아닌데 갑자기 병세가 나빠져서 응급처치를 했으나 그냥 숨지는 예외적인 사례다.

 

박상은 원장이 "우리는 그와 달리 환자와 가족이 '하지 말라'지 않는 한, 그냥 하는 구조"라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부학장이 "똑같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라도 교통사고 환자와 말기암 환자는 완전히 다른데,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고 했다. 김열홍 전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고려대 교수·종양혈액내과)"말기암 환자에겐 심폐소생술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통만 늘린다며 왜 계속하나

 

선진국은 '사전의료의향서'가 널리 퍼져 있다. 국민 개개인이 '임종이 임박했을 때 이러저러한 처치는 피해달라'고 미리 적어두는 서류다.

 

우리는 이걸 쓰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그뿐만 아니라, 써도 소용없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복지부도, 건강보험관리공단도, 병원도 환자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인지 안 쓴 사람인지 확인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환자 개개인이 가족에게 미리 자기 뜻을 분명하게 말하고, 가족이 그 뜻을 100% 존중하지 않는 한, 말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급박하게 병원에 실려가면 다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전문가들이 "한국에서는 사실 의료진이 환자 본인보다 가족 뜻을 더 살피게 된다"고 했다. 나중에 소송 거는 사람은 환자가 아니라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할지 말지 결정해달라"고 할 때, 가족끼리 뜻이 갈리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임종 순간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경우, 가족끼리 책임을 미루는 경우, 가족 일부가 "해볼 수 있는 건 무조건 다 해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등이다.

 

결정이 늦어지는 와중에도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환자가 그냥 사망할 경우, 나중에 가족이 "의사가 제 할 일을 안 했다"고 문제 삼을 수 있다. 법원이 "의사에게 잘못이 없다"고 판결한다 해도, 그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의사가 여러 차례 검경에 불려다니며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의사가 자기 방어 차원에서 심폐소생술을 강행하게 만드는 구조다.

 

서울 강남 A공립병원 레지던트가 "'내가 하는 행동이 고통만 더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법에 걸릴까 봐 심폐소생술을 한 적이 있다"면서 "요식적으로 짧게 했지만 마음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했다. 허대석 학회장은 "서울대병원 인턴에게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적어내라'고 하면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에게 심폐소생술 했을 때'라는 고백이 자주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입력 : 2014.09.03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