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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지막 10년] 三重苦 커지는 마지막 10년… 숫자로 살펴보니

풍월 사선암 2014. 9. 4. 09:15

[한국인의 마지막 10]소득(노인빈곤율, OECD 4) 일자리 전전하며, 5~6(마지막 10년 동안) 앓다가, 쓸쓸히 가는 '한국식 죽음'

 

[三重苦 커지는 마지막 10숫자로 살펴보니]

 

아프고 -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만성질환 두 가지 이상 앓아

외롭고 - 나홀로 노인 계속 늘어 20%老人사망 증가원인 2위 자살

돈없다 - 의료비 중 자기부담 비율 OECD 국가 중 3

 

아프고, 외롭고, 궁핍한 게 마지막 10년의 삼중고다.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과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분석했다.

 

한국인, 얼마나 더 살고 더 앓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한국인 100만명의 생로병사를 담은 데이터를 국내 학자들에게 연구용으로 배포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반영하는 빅데이터다. 박유성 교수팀이 이 자료를 토대로 2003년생 신생아와 2010년생 신생아의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대 수명이 3년 늘어나는 동안 만성 질병을 앓는 기간은 7~8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병에 일찍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체 수명은 늘었지만 건강 수명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 워싱턴대 건강지표·평가연구소(IHME)1990 ~2010년 각국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수명보다 더 빨리 앓는 기간이 늘어나는 현상은 다른 선진국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유독 빨랐다. 한국인은 '한평생 앓는 기간'이 늘어나는 속도가 일본의 두 배였다.

 

외로움이 확산된다

 

손성동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실장은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복지가 약한 대신 가족이 굳건했는데, 이젠 꼭 그렇지 않다"고 했다.

 

최근 20년간 결혼 4년차 미만 커플이 갈라서는 비율은 계속 줄었다(199236.3%201224.7%·통계청). 반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가 갈라서는 비율은 계속 늘어 젊은이를 추월했다(6.1%26.4%).

 

자식들의 부양관도 크게 변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부모 노후는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자녀가 계속 늘었다(200811.9%201212.7%).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녀는 자꾸 줄었다(40.7%36.0%).

 

와중에 혼자 사는 노인이 계속 늘었다. 절대 숫자만 따지면 지금도 외국이 우리보다 훨씬 많다. OECD와 유엔에 따르면 독일·영국·미국은 65세 이상 노인 세 명 중 한 명이 혼자 산다(독일 32.8%·영국 34.3%·미국 28.0%). 한국은 이 수치가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19.6%). 하지만 문화가 다르다. 유럽 노인은 혼자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그걸 받쳐주는 복지제도가 있다. 한국 노인은 혼자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받쳐주는 제도도 적다.

 

한국의 고민

 

한국 경제는 무()에서 출발해 유()를 일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물려받은 기틀에 새 제도를 보탠 것이 아니라 없던 제도를 단기간에 계속 새로 도입해왔다.

 

그러다 보니 혜택이 아직 박하다. 의료비의 경우 우리나라는 외국과 똑같이 병이 나도 나라에 기대지 않고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의료비가 훨씬 많다. 전체 의료비가 100원 나왔을 때 일본은 14, 미국은 12원만 개인이 낸다. 우리는 35원을 개인이 해결한다. 자기 돈 많이 내는 순서로 OECD 3위다(OECD 평균 19). 국민 모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건 장점이지만 보장 수준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수명의 속도' '복지의 속도'

 

문제는 이를 복지로 풀어가기가 쉽지 않단 점이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복지가 확충되어 왔지만 고령화 속도가 복지보다 더 빨랐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분석 결과 2008~2012년 사이 전국 노인 복지 시설은 12.4% 늘어났다(6391971873). 같은 기간 이곳의 '핵심 이용자'80세 이상 인구는 37.5% 늘어났다(8212761129449).

 

박유성 고려대 교수는 "수명이 늘어나니 노인이 늘고, 노인이 늘어나니 복지가 필요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복지를 늘렸다간 다음 세대에 '세금 폭탄'을 안기게 된다"면서 "사실 그것이 바로 '마지막 10'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핵심 딜레마"라고 했다.

 

실제로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분석 결과 소득이 똑같은데 지금 추세로 노인 인구와 질병이 다 함께 늘어날 경우 건보 혜택을 더 늘리지 않아도 1990년생 젊은이가 쉰 살이 되는 2040년에는 국민 1인당 한 해 건보료로 떼는 돈이 두 배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2012130186820402581207).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입력 : 2014.09.0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