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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소득 ‘경제활동’인가 ‘봉사대가’인가

풍월 사선암 2014. 4. 11. 10:20

종교인 소득 경제활동인가 봉사대가인가

 

46년 논쟁 종교인 과세개념부터 혼란

 

지난 1968년 이후 46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종교인 과세논란에 대해 결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 의무는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만큼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를 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소득 과세를 명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이어서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종교인 소득이 말 그대로 소득인지, 아니면 신()과 신도들에 대한 봉사의 대가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혼란을 야기하는 등 4월 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종교인 과세 문제가 처음 논란이 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2년 내놓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논의와 그 의의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종교세 논란이 시작됐다.

 

종교계의 거센 반발로 이 청장의 뜻은 이뤄지지 못하고 잊어졌다가 2006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종교인들도 헌법에 따라 납세의무를 져야 함에도 국세청이 세금을 내지 않는 종교인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놓고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당연히 종교인들이 과세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종교세가 종교인을 일종의 직업인으로 취급한다고 여긴다. 목회활동 등은 개인의 수입을 위한 경제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성직자를 일반 근로자와 동일 선상에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종교인들이 받는 생활비나 활동비 역시 소득이 아니라 봉사에 대한 사례비라는 것이 종교계의 주장이다. 실제, 현행 노동법에서도 성직자를 근로자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근로자가 아니니 고용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도 없다.

 

승려나 신부·수녀의 경우 독신의 삶까지 짊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과세의 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정서적 반대도 심하다. 속세를 등진 승려에게 소득세를 매긴다는 것에 대해 일반 신도들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효성 때문에 종교세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 성직자들이 받는 월급이나 활동비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종교세를 부과해도 면세되는 종교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인은 365000여 명으로, 공식적인 헌금만 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정작 종교인 과세로 얻을 수 있는 세수는 1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교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단체나 종교인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교계가 종교세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을 연결고리로 종교단체의 껄끄러운 재무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교세가 부과되면 정부는 언제든지 종교단체의 내부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종종 비리 문제가 발생하는 대형 교회나 사찰은 재정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단 종교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종교인뿐 아니라 종교시설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종교계가 종교세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내 종교시설은 대략 9만여 개로 교회나 사찰, 그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영리시설에도 세금을 물리게 될 경우 종교단체가 편할 리 없다.

 

종교계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65%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86%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목회자의 납세를 감당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협의회 회원이 아닌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합동·고신·합신 3개 교단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부 종교단체는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기도 하다. 각 교구가 재단법인이 된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다. 교구별 급여체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금은 모두 원천징수된다. 개신교에서도 자발적으로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기도 하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영락교회 등 주요 대형교회들의 사례가 있다. 대한성공회는 20126월 모든 사제가 소득신고를 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종교인 과세 의지를 천명한 만큼 연내에 이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종교계의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명분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법에 종교인 소득항목을 신설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교단체의 원천징수 규정도 삭제해 종교인들이 직접 소득을 신고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인들의 소득에 따라 소득공제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세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600만 명의 신도를 두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324일 개최한 종교인 납세 토론회에서 교회가 목회자의 납세를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은 점은 종교세 논쟁의 앞날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화일보 : 임대환·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