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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4 삶을 바꾸는 스마트폰

풍월 사선암 2014. 2. 26. 08:34

60대 트윗왕 "친구 얻고 돈 벌고"

 

6074 삶을 바꾸는 스마트폰

놀이터 넘어 새로운 일터 돼

요금 낮춰 정보소외 줄여야

 

◀지난 11일 서울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최재규(79)씨가 스마트폰 공부에 열중이다. 최씨는 2012년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해 인터넷뱅킹·e메일 등 웬만한 기능은 다 쓴다. 최씨는 더 배우러 나왔는데 내비게이션 사용법을 알게 돼 좋다고 말했다. 6074세대(60~74)뿐만 아니라 그 이후 연령대도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젊은 노인 6074세대(60~74)의 삶을 바꾸고 있다.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다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이들의 변신은 눈부시다.

 

사랑해, 짱구씨잉~.”

 

2012년 여름 어느 날 서울 은평구 이춘희(63·)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편(박청희·72)이 스마트폰 액정에 이런 글귀를 새겨 내밀었다. 스마트폰의 전광판 앱(애플리케이션의 준말)’ 애정고백이다. 박씨는 지하철에서 젊은이한테 배웠다. 박씨는 스마트폰을 쓰면서 신세계가 열렸다고 말한다.

 

6074들은 노인복지관·지자체·공공도서관의 교육장에서 스마트폰을 배운다. 교육은 KT·SKT 등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무료로 한다. 여기서 배운 6074가 강사가 돼 다른 6074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활동 덕분에 스마트폰을 손에 쥔 6074가 크게 늘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쓰는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의 비율은 2012113%에서 지난해 1127%로 두 배가 됐다. 스마트폰 뱅킹 인구 중 60세 이상의 비율도 2012년 말 2.6%에서 지난해 말 3.5%로 증가했다(한국은행 자료). 6074는 카톡·밴드·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를 만나거나 전자책 보기, 주식체크, 당뇨관리, 게임, 길찾기, 티켓예매 등을 한다.

 

◀박청희(72)·이춘희(63)씨 부부가 스마트폰의 전광판 앱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도 속속 나온다. 1인 기업 맥아더스쿨의 정은상(60)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을 받은 뒤 6074를 방문해 스마트폰 지식을 파는 SNS 보부상이다. 두 달(1)SNS 활용법, 동영상 제작법 등을 가르치고 20만원을 받는다. 지금까지 120명을 가르쳤고 단체교육을 나가기도 한다. 페이스북 친구는 8000, 트위터 팔로어가 2만 명이 넘는다. 정 대표는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했을 때 70세였다. 고령화 시대에 6074는 청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본지가 스마트폰을 쓰는 13명의 6074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새로운 세상을 접함으로써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시대 변화를 따라잡는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가족·친구 관계가 돈독해지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화여대 김미영 간호학부 교수는 “6074에게 스마트폰이 생활의 편리와 재미를 가져오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건강관리나 여가 프로그램 앱 개발이 필요하다“6074를 위한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해 정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눈 뜨면 카톡, 전광판 앱으로 사랑고백 20대 못잖다

 

디지털이 바꾼 새로운 놀이터

날씨·만보기·주식·번역 앱까지

"스마트폰 있으면 외국여행 겁 안나"

e북 구매 비율은 종이책의 4

 

◀이달 초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김은실(76)씨가 셀카 촬영법을 배우고 있다. 김씨는 남편과 카톡 대화를 많이 해서 부부 금실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잘하려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터치·꾸욱 누르기·드래그. 이것만 잘해도 젊은 애들처럼 스마트폰을 쓸 수 있어요.”

 

지난 7일 오후 130분 서울 은평구 갈현노인복지관 2층 컴퓨터실에선 노인 10명이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왼손에 스마트폰을 잡고 오른손 검지로 화면을 만진다. 수강생의 대부분은 60대 중반 젊은 노인(6074)이다. 화면이 갑자기 까맣게 변하자 한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이게 왜 저절로 꺼지나 몰라.”

 

강사 서인숙(69·)씨가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간을 20분으로 늘려야 해요. 10초면 금방 꺼지거든요라고 설명한다. 수강생들은 테레비는 어떻게 봐요” “화면이 왜 돌아가요라며 질문을 쏟아낸다. 서씨는 지금이야 어엿한 강사지만 2년 전만 해도 수강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그는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그러길 1. 웬만큼 스마트폰에 능수능란하게 됐다. 지난해 3KT가 운영하는 IT서포터즈 강사가 됐다. 지금까지 80여 명을 가르쳤다.

 

서씨의 스마트폰엔 ‘6074 추천 앱폴더가 있다. ‘만능 맥가이버칼같은 소중한 앱을 모아둔 것이다. 어두울 때 쓰는 손전등, 심심할 때 즐기는 애니팡·맞고 등 게임 등이 빼곡하다. 최근에 번역기 앱을 내려받았다. 서씨는 해외 여행을 갈 때 요긴하게 쓸 것 같다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속도만큼 6074들의 일상도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다. 동네 복지관마다 스마트폰을 배우려는 6074들로 북새통이다. 이미 배운 6074 중엔 젊은이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이도 많다. 전 통신회사 직원인 김수항(72·서울 송파구)씨에게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오전 6시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집는다.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날씨가 좋으면 그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챙겨 집을 나선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즐겨 듣는다. 한강 둔치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 만보기 기능을 작동해 운동량을 체크한다. 이 밖에도 김씨는 주식 거래, 영상통화, 사진 전송 등 웬만한 건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뭐든 바로바로 처리하니 편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종이책 대신 e북을 택하는 6074도 많다. 시력이 약해 종이 책의 깨알 같은 글씨를 읽기가 불편해서다. e북은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자체 조명이 있어 편하다. 전자책 업계는 6074 e북 이용자를 1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예스24의 김정희 e연재팀장은 전자책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3%60대 이상이라며 종이책 구매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0.8%)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ICT6074의 건강에도 한몫한다. 2007년 당뇨 진단을 받은 김세준(60)씨는 지난해 10월 친구들과 몽골 여행을 떠났다가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혈당측정기가 60mg/dL을 가리켰다. 심한 저혈당이었다. 김씨는 측정기에 기록된 혈당을 블루투스로 연결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송했다. 이 데이터는 한국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내분비내과) 교수한테 곧장 전송됐다. 안 교수는 약을 구할 데가 없으니 사탕을 먹고 안정을 취하라고 원격 처방했다. 안 교수의 조언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한 김씨는 몸을 추스르고 45일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노분래(71··서울 동작구)씨의 가족(아들, 오빠와 여동생 두 명)은 미국에 있다. 2010년 우울한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을 배워 2주에 한 번 영상 통화를 하면서 웃는 날이 많아졌다. 노씨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다. 6074는 이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컨설팅 업체인 닐슨 코리안클릭집계(20141월 기준)에 따르면 60~69세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489522명이다. 한 달 평균 이용시간은 1683분으로 중·고교생(1378), 대학생(1302)보다 많다. ‘NHN 블랙픽은 지난 116074용 게임 두뇌 18를 내놨다. 서울대병원 임상인지신경과학센터가 두뇌 개발 효과가 있다고 검증했다. 화면을 6074에게 맞게 설정했다. 이 회사 황선영 차장은 “6074를 비롯한 시니어는 업계에서 주목 받는 새로운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정태명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노인들이 음악이나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폰을 자연스레 사용하는 것은 ICT가 그들의 삶에 녹아 들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입력 2014.02.25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