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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리 메르켈의 힘

풍월 사선암 2014. 2. 11. 00:29

 

빨리 가고자 하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자 하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but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 A.D. Merkel -  

 

독일 총리 메르켈의 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진 애칭 중에 '메르키아벨리'라는 게 있다. '메르켈''마키아벨리'를 합친 말이다. 메르켈도 정치에서의 치밀한 계산을 중시한다. 총리가 된 이듬해인 2006년 그는 골칫거리인 예산안 처리 날짜를 독일과 에콰도르의 독일월드컵 개막 경기일에 맞췄다. 이튿날 신문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의회 소란은 '독일이 개막전에서 승리했다'는 기쁜 소식에 묻혀버렸다.

 

메르켈 총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역시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이를 지켜내는 뚝심일 것이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은 1990년 독일 통일 때 신용카드를 쓰는 법도 몰랐을 정도로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에 어두웠다. 이런 그를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앉힌 사람이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였다. 콜은 메르켈을 '나의 소녀(mein Madchen)'라 부르며 아꼈다.

 

1999년 콜이 총리 재임 중에 200만마르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콜이 이끌던 기민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지만 아무도 콜에게 당을 떠나라는 말을 못했다. 콜은 16년 총리를 지낸 정계 거물이었다. 이때 메르켈이 독일 최대 일간지에 실명(實名) 기고를 했다. "기민당은 이제 콜 없이 혼자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치인들은 콜의 은혜를 입은 메르켈의 이런 행동을 '친부(親父) 살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독일 국민은 메르켈의 소신에 박수를 보내며 그를 독일의 미래를 맡길 후보로 떠올렸다.

 

메르켈 총리는 2008년 과격하기로 이름난 독일 기관사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머리로 벽을 들이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 봤자 언제나 벽이 이긴다"고 했다. 2009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기민당 중진들이 "민심을 얻으려면 실업자 연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금융 위기를 넘기 위해 긴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이 그제 제1 야당 사민당과의 연정(聯政)에 합의했다. 기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에 5석 모자랐다. 좌파 성향 사민당은 정책 노선이 기민당과 판이하다. 메르켈은 총리 신분으로 사민당을 직접 찾아가 17시간의 협상을 벌였다. 기민당은 사민당이 요구하는 전국 단위 최저임금제 도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사민당은 그동안 해 온 증세 요구를 접기로 했다. 원칙과 단호함을 지키면서 야당과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유연함.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또 다른 정치적 자산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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