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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아서 행복해… 발열內衣 속 과학

풍월 사선암 2013. 12. 30. 06:57

[뉴 테크놀로지] 열 받아서 행복해발열內衣 속 과학

 

-얇은 옷이 핫팩처럼 뜨끈 '첨단 기술'

레이온이 우리 몸 수증기를 잡아놓고 머리카락보다 얇은 아크릴, 보온 역할

배출 안된 체온이 수증기를 데워 발열최근엔 동백오일 넣어 감촉 부드럽게

 

추운 겨울 따뜻하게 지내려면 옷의 천이 두껍거나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체온이 천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고, 외부의 찬 바람은 최대한 피부에 닿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얇은데도 입으면 따뜻해진다는 옷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발열 소재(히트텍)'로 만든 옷이다. 천이 핫팩(hot pack)처럼 따뜻해진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장 먼저 발열 소재를 만든 업체는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2003년 일본 화학·소재 회사인 도레이(Toray)사와 기술 협약을 맺고 발열 소재인 '히트텍(HEATTECH)'을 개발했다.

 

히트텍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머금는 천 소재를 채택하고, 우리 몸의 체온이 이 수증기를 덥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 추운 겨울 따뜻하게 지내려면 옷의 천이 두껍거나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체온이 천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고, 외부의 찬 바람은 최대한 피부에 닿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천을 만드는 실은 물 분자를 흡수해 잘 머금는 성질을 지닌 '레이온(rayon)'을 사용했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레이온은 목재에서 뽑아낸 펄프와 고무를 섞어 만든 섬유다. 레이온의 단점은 물을 막아내는 성질인 '내수성(耐水性)'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었는데, 이를 장점으로 바꿔 물을 머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석유에서 뽑아낸 섬유로 단열 효과가 좋은 '아크릴(acrylic)'을 머리카락의 10분의 1 굵기로 잘라 혼합했다. 실을 가늘게 만들면 더욱 촘촘하게 엮여 비닐과 같은 보온 효과를 낸다. 이렇게 몸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레이온이 머금고, 아크릴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체온이 수증기를 데움으로써 천 자체가 따뜻해지는 '히트텍'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엔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신기술도 나오고 있다. 올해 새로 개발된 히트텍 소재는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동백오일'을 천에 넣었다. 동백나무에서 추출한 동백오일은 수분을 머금는 보습 능력이 뛰어나다. 이를 히트텍 천에 사용해 수분을 머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동백오일을 사용하면 천이 부드러워 입었을 때 촉감이 좋은 효과도 있다.

 

또한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기모 가공 섬유'를 사용하기도 한다. 기모란 섬유의 내피를 바늘로 긁어 털을 일게 한 것이다. 털 사이 공기 함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보온성이 높아진다.

 

유니클로의 히트텍이 인기를 얻자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랜드의 SPA브랜드인 스파오(SPAO)가 만든 '웜히트(WARMHEAT)'가 대표적이다. 웜히트는 레이온과 아크릴의 혼합이라는 기존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전기가 없고 보푸라기가 덜 발생하는 아크릴을 사용했다. 또한 신축성이 좋은 스판 소재를 사용해 착용감을 높였다. 이랜드 섬유연구소 남승일 책임연구원은 "발열 섬유는 색이 선명하지 않아 '내복' 같아 보이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촉감과 색감도 높였다"고 말했다.

 

남영비비안 등 속옷 브랜드들이 내놓고 있는 발열 내의는 효성이 개발한 섬유인 '에어로윔(aerowarm)'을 사용한다. 에어로웜은 섬유 속에 구멍이 나 있어 섬유 자체적으로 공기층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기존 섬유보다 35%가량 무게가 가볍고, 면이나 울보다 20% 이상 높은 보온력을 갖고 있다. 비비안 관계자는 "섬유 내 공기층으로 인해 옷이 빨리 마르고, 내의로 입었을 때 착용감도 좋다""건조 테스트 결과 일반 폴리에스터나 면 소재보다 건조 속도가 2배 이상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레이온과 아크릴이 없다면이 겨울, 어떻게 견딜까

 

발열 소재의 개발은 합성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에는 목화(木花)에서 뽑아낸 면,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크 등 자연에서 뽑아낸 섬유만으로 옷을 만들었다. 하지만 자연에서 뽑아내는 섬유는 양이 제한됐고, 실크 등의 가격은 비쌌다. 이에 1655년 영국인 과학자 로버트 훅이 젤라틴(동물의 가죽·힘줄·연골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 물질로 인조 실크를 만드는 법을 최초로 제안하면서 합성섬유의 역사가 시작됐다.

 

발열 소재에 쓰이는 합성섬유는 레이온과 아크릴이 대표적이다. 19세기 후반 개발된 레이온은 목재나 무명 부스러기에서 뽑아낸 펄프를 녹인 다음 실 모양으로 응고해 만든 것이다. 감촉이 부드럽고 차가운 느낌이 나며 금속광택이 강하다. 반면, 내수성이 약하고 구김이 잘 생긴다. 레이온은 만들기 쉽고 원가가 싸 20세기 초 생사(生絲), 양모, , () 등의 4대 천연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금속광택과 잘 구겨진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인기가 갈수록 식었다. 최근에는 다른 소재와 혼합해 광택을 줄이거나 구김이 잘 가지 않게 변형해 사용한다.

 

아크릴은 1924년 미국 섬유회사인 아메리칸 비스코스사가 개발했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와 함께 3대 합성섬유의 하나이다. 천연섬유와 비슷한 촉감이 특징이며 다른 합성섬유처럼 몸에 들러붙지 않아 더운 날씨에도 입을 수 있다. 보온성이 좋고 가벼우며 레이온과 달리 주름이 잘 잡히지 않는 특징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