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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확산 vs ‘어찌 안녕할 수가 있습니까’ 맞불

풍월 사선암 2013. 12. 17. 06:59

안녕들 하십니까확산 vs ‘어찌 안녕할 수가 있습니까맞불

 

둘로 갈린 캠퍼스 대자보

 

16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내에서 한 학생이 정경대 후문 부근에 잔뜩 붙은 대자보들을 쳐다보고 있다. 왼쪽이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 씨가 처음 올린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다. 그 옆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등 관련 대자보 70여 건이 붙어 있다.

 

진보 또는 좌파적 시각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본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가 대학과 일부 고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보수 대학생 단체는 정반대 시각에서 현 시국을 진단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통해 맞불을 놓았다. 젊은층도 좌우 이념 논쟁으로 분열하는 양상이다.

 

대자보 확산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 열풍은 노동당(옛 진보신당) 당원인 주현우 씨(27·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1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철도 민영화 및 젊은 세대의 정치 무관심을 비판하는 2장짜리 대자보를 붙이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전북 군산여고 학내 게시판에는 밤사이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필자인 1학년 채모 양은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버스정류장에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내년부터 의료민영화가 되면 병원은 더이상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돼버린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내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대, 인천의 인하대에도 이날 현 시국을 비판하는 대자보 4장이 대학 후문 게시판 등에 붙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는 도서관 관리직원이 관련 대자보를 뜯어내 학생들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고려대 주 씨의 대자보에 대해 보수 성향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은 15일 밤 이런 시국에 어찌 안녕할 수가 있겠습니까?’란 제목의 답글을 냈다. 포럼은 이 답글을 대자보로 작성해 전국 대학가에 붙일 계획이다. 이들은 안녕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로 북한의 어린 독재자가 자신의 후견인을 무참히 살해했지만 진보적 지식인들은 북한의 극단적 인권 유린에 대해 최고 존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걱정하며 한마디의 트윗 메시지도 없었다이들이 찬양하던 인권이라는 단어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밝혔다.

 

선언문을 작성한 한국대학생포럼의 대표 심응진 씨(23·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주 씨가 쓴 대자보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박근혜 대통령 하야’, ‘국정원 해체등 통합진보당과 한국대학생연합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대자보의 성격을 낱낱이 폭로해 이 대자보에 전국의 시민들이 더이상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자보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용하던 학생층에게 사회 문제 관심 불 지펴

 

갑자기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 바람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김갑수 문화평론가는 평서형이 아닌 의문형으로 끝나는 대자보의 제목이 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컴퓨터로 글을 써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옮기는 디지털 시대에 직접 글을 써 벽에 붙이는 아날로그적 방식도 학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 씨의 대자보가 일종의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주 씨의 대자보가 성공을 거두면서 나도 대자보를 붙이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전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확산 관련 논란을 채널A 리포트로 보실 수 있습니다.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의 내용은 과거 광우병 파동 당시의 진보 진영의 주장과 같다진보 성향을 가진 대학생이 붙이고 진보 언론이 인터넷을 통해 확대시킨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학생들이 붙이는 대자보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내용 중 사실무근이거나 이념적으로 치우진 일방적 해석이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국정원 댓글이 수천만 건이라거나 정부가 철도와 의료를 민영화하기로 한 것처럼 단정하는 내용들은 좌파 언론이나 논객들이 일방적으로 퍼뜨린 것들이다.

 

기사입력 2013-12-17 03:00:00 / 백연상 기자

 

 

아래는 소위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전문(全文)

 

<안녕들 하십니까?>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한국대학생포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반박

안녕들 하시냐고? ‘최고존엄때문에 못해!”

 

[성명서] 이런 시국에 어찌 안녕할 수가 있겠습니까?

 

고려대 학우분께서 붙이신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하여 한국대학생포럼일동 역시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진보신당 당원으로 의심되는 학우분이 써놓은 대자보에 성향이 다른, 소위 보수우파적인 단체에서 어떻게 공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안녕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저 가까운 북쪽나라의 어린 독재자가 자신의 후견인을 처참히 살해한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칭하는 자들은 북한의 극단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최고존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걱정하여 일언반구의 트윗 하나 없이 시간이 강물 따라 흐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며 그들이 찬양하던 인권이라는 단어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존엄하신 대장 동지]께서 본인이 지휘하신 숙청으로 인한 북조선내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상대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도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형이며 동생이고 아버지일수도 있는 국군장병들이 또 한 번 [최고존엄]의 불장난에 희생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찌 안녕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녕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려대 학우분과 같으신 분들 때문입니다.

 

현재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가 민영화된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습니다. 운임이 100배나 오른다느니 하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유언비어를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여 대정부선동을 하며 국민 분열을 획책하는 무리가 수면위로 다시 그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들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고려대 학우분과 같이 애국심과 정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타오르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이용하려는 비열한 작태에 분통이 터져서 도무지 안녕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코레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700만 원이었습니다. 일반기업 평균연봉보다 두배,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삼성전자하고 비교해봤을 때 약간 적은 수치입니다. 또한 수당, 피복비 등 순수 급여외를 합치면 연봉이 7,000만 원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2009년 당시 허준영 전 사장은 나만큼 돈을 받는 직원이 400명 넘는다’ ‘급여수준 높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당시 사장 연봉이 9,000만 원이었습니다. 이는 코레일 직원들이 평균적인 직장인보다 훨씬 풍족하고 부유하게 살고 있음을 뜻합니다.

 

반면 코레일이라는 회사자체는 대표적 적자 공기업입니다. 코레일이 진 빚은 지난해 143,000억 원에서 올해 176,000억 원으로 3조원이 넘으며 부채비율은 433%, 하루 물어내는 이자만 12억이나 됩니다. 이런 와중에 물가상승률 추정치의 2.3배가량을 인상하자는 이들의 요구에 여러분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십니까? 이들은 자신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민영화라는 방패로 감추고 있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의 지분구조는 코레일이 41% 공공자본이 59%입니다. 이 지분을 정부가 매각할 경우 지지율에 치명적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현재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통해서도 당연히 알 수 있기에 정부에서도 매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민간이 주주로 참여한 공기업(한국전력)에 대한 요금인상 소송이 작년 10월에 패소하였습니다. 또한 수서발 고속철도가 완전 민영화된다고 하여도 그 선로 일부를 코레일과 공유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운임을 책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민영화가 되면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입니다.

 

신이 내렸다는 직장에 다니는 철도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임금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자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철도 민영화란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마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묘기에 정치 집단마저 가세하면서 광우병사태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적 혼란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여러분, 마술은 결국 속임수를 바탕으로 청중들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물론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마술은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부리는 마술에는 무언가 감추어야 하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추악한 것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술을 통해 추악한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 집단에 고려대 학우분과 같은 선량한 인재가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올 겨울은 옆구리뿐만 아니라 가슴마저 추위로 신음하며 도무지 안녕할 것 같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이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 그렇지 않으신 분들, 대학생들, 청년들, 직장인들, 부모님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20131215

한국대학생포럼 회원 일동 

 

고려대 대자보의 기적, 학생들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