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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북유럽이 심상찮다

풍월 사선암 2013. 10. 18. 10:20

가계빚 늘고 부동산 거품붕괴복지천국북유럽이 심상찮다

금융·고용 등 곳곳 이상징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제권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였던 북유럽 경제에 최근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나 그 경고의 정도에 있어서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수준이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 지역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북유럽 국가들이 건강한 사회 제도와 건전한 거시경제정책 덕분에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빨리 회복했으나 금융분야의 단기자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IMF는 북유럽 여러 지역의 가계부채가 선진국들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당국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지역 금융부문의 대부분이 연계되어 있어 한 지역의 집값 하락이 지역 전체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상황을 악화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 장기적 경기침체 겪는 네덜란드, 북유럽의 스페인?

 

북유럽 중에서 가장 나쁜 상황을 겪고 있는 곳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12분기 이후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장기간 경기침체(2분기 이상 마이너스 경제성장)를 겪고 있다. 20112분기 이후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면 올해 2분기까지 계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가 북유럽의 스페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경제가 악화된 원인은 부동산 버블 붕괴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08년 가장 높을 때와 비교하면 20%나 떨어진 상태다. 과거 주택구입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등 정부의 세제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가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시스템 리스크 확대로까지 이어졌다. 다만 남유럽 재정위기국들과는 달리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또 남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긴축에 대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재정 리스크는 관리 가능하다는 점도 스페인과는 다른 점이다.

 

# 노키아의 몰락으로 휘청하는 핀란드

 

지난 93일 핀란드 경제를 대표하던 노키아가 핵심 부문인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지난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이는 핀란드 경제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핀란드경제연구센터(ETLA)는 지난 928일 노키아 매각의 영향으로 올해 핀란드 경제 성장률은 0.30.4%에 그칠 것이라며 기존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핀란드 재무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5%포인트 하락하고 앞으로 2년간 재정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TLA는 보고서에서 노키아의 매각이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면서 휴대전화 거인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 고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핀란드 전체 세수의 23%를 차지했고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 그리고 국내총생산(GDP)25%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노키아는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했고 이는 핀란드 경제의 쇠락으로 이어졌다. 2009년 노키아가 핀란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현재는 거의 ‘0’에 가깝다. 노키아의 몰락은 전체 GDP 하락은 물론 수출과 제조업 하락,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감소까지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이상징후 보이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오슬로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북유럽 자원부국 노르웨이에서는 최근 수출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경제인기구(NHO)는 지난 918노르웨이 산업의 다양성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최근 5년 동안 전체 수출에서 완성품과 중간재, 금속 등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를 수산품이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모두 2.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북유럽 중에서도 특히 노르웨이에 대해 부동산 버블 우려를 제기했다.

 

덴마크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낮은 물가상승률과 금융부문의 안정성 등으로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산 거품 우려가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스웨덴 역시 유럽의 전체적인 수요 감소에도 비교적 탄탄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긴축정책으로 인한 고실업률은 골칫거리다. IMF는 실업률이 높은 스웨덴에 대해서는 토지공급을 늘리고 건물신축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주택난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복지군살 빼고 재정건전화, 자유주의적 개혁 중

 

복지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이들 북유럽 경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시장주의적인 개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이다. 20년 전부터 시작한 자유주의 개혁으로 1993GDP 대비 67%였던 공공지출은 올해 49%까지 감소했다. CNN은 지난 9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 이후 오바마 정부가 스웨데니제이션을 참고할지 모르나 과거 유럽에서 가장 큰 정부였던 스웨덴도 지금은 몸집을 줄여 스마트 정부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스웨덴의 사회주의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며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핀란드 정부 역시 지난 8월 장기적인 복지혜택 축소안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정년을 현행 60.9세에서 62.4세로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조기취업과 직장여성들의 출산 후 직장복귀 촉진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의료보험제도와 공공부문 개혁도 진행하고 있다. 노키아가 몰락한 빈 자리는 중소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재정위기 겪은 남유럽 좌회전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우회전

 

유럽 내에서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 국민들의 이념적 성향이 위기를 거치면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스페인언론 엘디아리오에 따르면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는 전에 비해 이념적으로 정부 역할 및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좌측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 국가를 제외한 유럽 전체적인 이념적 성향은 자유시장경제를 선호하고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우측으로 이동했다.

 

엘디아리오는 유럽의 남북이 이념적으로 이혼했다고 전했다. 유로바로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국가의 국민들은 긴축과 성장을 중시하는 반면 아일랜드와 그리스, 스페인 국민들은 사회복지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들 역시 국가별로 좌우로 더 움직였다. 정치조사기관 비교매니페스토프로젝트(CM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정당들은 재정위기 이전보다 복지와 연금을 강조하는 등 더 좌파적인 공약을 더 많이 내세웠다. 다른 국가들의 정당들은 성장과 경쟁력, 긴축 등 우파적인 공약을 더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좌파적인 공약을 마이너스(-), 우파적인 공약을 플러스(+)로 환산했을 때 정당들의 평균 성향은 지난 20032007년 평균적 공약 성향은 -4-5 사이로 비슷했으나 유럽 재정위기를 거친 20082012년 사이에는 EU-1~-2사이, PIIGS 국가가 -11-12사이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 영국 싱크탱크인 폴리시네트워크는 최근 유럽에서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과 그렇지 않은 다른 국가 사이에 이념적인 차이뿐 아니라 정치와 정당에 대한 신뢰도에 크게 차이를 보이면서 유럽의 통합이 더욱 저해되는 퍼펙트 스톰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떨어져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3%에 불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과 32%포인트나 격차를 벌였다. 정당에 대한 신뢰도 역시 급락해 다른 유럽 지역과 25%포인트나 차이를 보이면서 1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재 일자 : 20131004()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