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경제,부동산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 공통점

풍월 사선암 2013. 11. 5. 16:22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 공통점

 

용인·분당·광명일자리 크게 늘어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본인의 출퇴근이 편리하거나 친척이 살고 있는 곳 등 개인적인 이유로 투자처를 고르기 때문이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되지 않았던 2007년 이전에는 아무 곳에 집을 사 놓아도 올랐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투자 행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돌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 놓으면 아무 곳이나 다 오르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따라 투자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의 시장은 옥석 가리기가 분명해지면서 오를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차별화된다는 의미다.

 

그러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곳은 어떤 곳일까.

 

우리가 좋은 입지를 구성하는 요소로 흔히 교통·교육·환경을 꼽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직주근접(職住近接)이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적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직장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고르다 보니 교통이라는 요소가 부각된 것이다. 그러므로 직주근접이 교통이라는 요소보다 더 강력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 동안 20년간 지방의 인구는 2%가 증가했지만 수도권은 무려 33%나 늘어났다.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지방의 인구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은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 사람보다 자식을 많이 낳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방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연적 증가가 아니라 사회적 증가가 수도권 인구 증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거리를 찾아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직장과의 접근성이 집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러면 미래에는 어찌 될까. 세종시 이주도 있고 여러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수도권 인구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2012년에 발표한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지방의 인구는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2%가 증가한다고 한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10%가 증가해 지방 인구 증가율보다 높다. 다시 말해 향후 20년간도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직장 따라 수도권 인구 유입향후 20년간 유지될 것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직주근접이라는 것이 내 직장과의 접근성이 아니라 내 집을 사줄 사람의 직장과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누군가 내 집을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사줘야 할 때다. 누군가를 현재 시점에는 알 수 없으므로 많은 사람의 직장과 접근성이 좋은 곳이 내 집이 미래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브란스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서울에 두 군데 있다.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본점인 셈이고 도곡동에 있는 강남 세브란스병원은 지점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강남 세브란스가 생긴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은 사람이 신촌에서 근무했고 차하위 직급을 가진 사람이 강남에서 근무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강남 세브란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거지를 대치동이나 도곡동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집값이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신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로 연희동이나 홍제동 등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서대문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직장의 위치에 따라 자산의 크기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강북에도 직장의 수는 많다. 하지만 직장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가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십만 개인 곳이 있는데, 5년 후에도 일자리 수가 같다면 새로 주택 수요를 늘리지 못한다. 반면 일자리가 1만 개인 곳이 5년 후에 일자리가 2만 개로 늘었다면 새로 늘어난 1만 개의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그곳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주거지를 마련하려고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셋값이나 매매가가 오르는 것이다.

 

강남 vs 신촌 세브란스 집값 희비 엇갈린 이유

 

그러면 어디가 많이 늘어났을까.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간 서울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바로 강남 업무 중심지(강남구+서초구). 이에 비해 강북 업무 중심지(중구+종로구)는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 강남의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연히 강남 업무 중심지와 접근성이 좋은 곳에 내 집을 마련했던 사람은 대박을 맞았지만 강북 업무 중심지와 접근성이 좋은 곳에 내 집을 마련했던 사람은 상대적 상실감에 시달렸다. 강남 세브란스와 신촌 세브란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수도권에서 지난 9년간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곳은 화성시·성남시·강남구·용인시·서초구·금천구순이다. 강남구나 서초구는 강남 업무 중심지가 자리 잡고 있고 금천구에는 가산디지털단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에 있는 화성시·성남시·용인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통계는 그 지역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 증가분이다. 다시 말해 일자리 증가분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 함정이 있다. 여기서 일자리라고 하면 대기업의 일자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 미용실·식당·슈퍼마켓·학원 등 주거 편의 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의 일자리까지 포함한 것이다.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면 이런 주거 편의 시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집값과는 전혀 상관없다.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면 일자리도 생기지만 주택이 많이 공급돼 그 지역의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구 증가보다 종업원 증가가 훨씬 많은 경우다. 그래야 그 일자리를 보고 주택 수요가 추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인구 증가보다 종업원 수 증가가 5만 명 이상인 지역은 성남시·강남구·서초구·금천구 네 곳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강남구와 서초구는 강남 업무 중심지가 위치한 곳이고 금천구는 가산디지털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성남은 분당이 속해 있는 곳이다. 다른 신도시와 달리 분당은 자체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계속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인근 판교(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자리한 판교 테크노밸리에 많은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기반 회사들이 입주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지역에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 지역 집값이나 전셋값을 끌어 올리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통계들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 집계된다는 것이다. 현재도 2011년 통계까지만 집계돼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 왜 그 지역에 집값이나 전셋값이 올랐는지 설명할 수 있어도 미래에 그 지역 집값의 향방을 알기에는 부족하다. 과거에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미래에도 많이 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자에 참고할 지표는 무엇일까. 전셋값 상승을 보면 된다.

 

현재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주택 시장이 장기 침체하는 바람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전세로 살려는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특정 지역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전셋값 상승률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지역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일자리의 증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보면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용인 수지나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에 따른 직주근접 효과가 그 원인이며 그다음 많이 오른 중동이나 광명은 가산디지털단지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투자 가치 있는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일자리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한경Business > Money(20131021)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