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함께 삶을 나누며 나이 들어가는 부부의 행복한 동행

풍월 사선암 2013. 9. 30. 18:47

함께삶을 나누며 나이 들어가는 부부의 행복한 동행

 

이근후·이동원 부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한 노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명절이면 찾아올 자식이 있고, 연금이니 보험이니 하는 최소한의 버팀목을 마련해뒀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하루하루 세월을 견뎌내는 과정 속에서 몸도 마음도 늙지 않으려 발버둥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 해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며 함께나이 들어가는 동반자와의 관계에서 상당 부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재미있는 하루의 주인공으로오늘을 살아가는 노부부가 직접 삶으로 깨달은 지혜 한 조각을 전하려 한다.

 

대가족이 한 지붕 아래서 행복을 누리는 비결

50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며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근후(79, 이화여대 의대 명예교수) 박사는 근래 보기 드문 대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이자 학문적 동지인 이동원(77, 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사와 22녀의 자녀 그리고 손자 손녀까지 모두 열세 명이 한지붕 밑에서 생활한다. 다만, 4층짜리 건물에 각 가정별 현관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한집이지만 분리된 다섯 공간이 모여 있는 형태다. 2002년 처음 서울 구기동에 집을 짓고 동거를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째, ‘예띠의 집이란 이름으로 지켜온 이 가족 공동체는 여전히 건재하다.

 

처음 모두가 한집에 모여 살자는 제안을 한 건 큰아들 내외예요. 특히 큰며느리가 앞장서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죠. 사실 저는 반대했었어요. 제가 시어머니를 30년 이상 모시고 살았는데, 언제나 저를 존중해주시는 분이셨고 잘해주셨지만 그래도 같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나이 들어 남편과 오붓하게 살면 되지 뭐 하러 다 큰 자식들 눈치를 봐야 하나 싶어서 안 된다고 했더니 어차피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거나 편찮으시면 자기들이 모셔야 할 텐데 자식들이 다 함께 모시고 살면 좋지 않겠냐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육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요. 당시 네 자녀 내외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도 어렸거든요. 그때부터 온 가족이 진지하게 심사숙고에 들어갔죠.” (이동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좋은 뜻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부모 자식은 물론이고 며느리, 사위, 손자들까지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같이 살더라도 반드시 각자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공동체를 꾸려보고 싶었어요.” (이근후)

 

성공적인 가족 공동체의 탄생을 위해 가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했다. 수십 번의 가족회의를 거쳐 형태와 방법, 방향과 세부적인 원칙을 논의했다. 어느 한 사람의 강압이나 주도가 아닌 각 가정의 생각과 의견을 바탕으로 한 합의점에 따라 일을 진행시켜나갔다. 이 박사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맞춰 준공식을 갖고 비로소 대가족이 탄생하기까지 꼬박 2년여가 걸렸다.

 

주변에서는 저희 가족을 보며 무척 신기해해요. 종종 부럽다며 비결을 묻는 분들도 있는데, 아마 이 모든 건 자녀들의 자발에 의해 시작됐고, 또 아주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모두가 충분히 의견을 내고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절대로 서로의 가정에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독립성을 지켜준다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두고 노력한 결과예요.” (이근후)

 

물론 처음 2, 3년간은 불편한 점도 많았다. 예를 들면 따로 산다면 알지 못했을 소소한 점들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각자 다른 성격과 생활 패턴이 부딪히며 긴장 관계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처음 생활을 합칠 때처럼 대화와 합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해나갔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떠나서 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고유한 인간으로서 존중해주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서로의 영역을 확보해주려는 노력은 오히려 가족 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편안한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새롭게 추가되거나 개선되는 가족의 규칙들은 제약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됐다. 가족은 일정 부분만큼 생활을 공유하며 각자 사회에서 얻는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거리낌 없이 소통하면서 안정적이고 활기찬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 이 박사 부부는 특히 바람직한 조부모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손자 손녀들과 함께 자주 시간을 보내며 사회활동에 바쁜 부모들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담당해왔다. 나이를 먹어가며 가족 내에서도 사회에서도 새롭게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이 박사 부부에게는 조부모로서의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조부모 역할 탐구는 이론 연구로 이어져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가족 안에서 촉발된 다양한 관심과 주제들이 개인의 성취와 사회적 에너지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함께 늙어가는 평생의 동반자, 아내 혹은 남편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내며 자녀를 키우고, 또 시대적 체험을 나누며 지적 자극을 주고받아온 부부는 지금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 건강한 사회의 기초는 건강한 가정이라는 신념하에 지난 1995년 뜻을 모아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했고, 이후 학술 연구와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요즘은 아침이면 공원 산책을 끝낸 뒤 연구소에 나가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의 방에서 연구를 진행하거나 공부를 하고 글을 쓴다. 젊은 시절부터 함께 등산을 하고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했으며, 이근후 박사가 30년간 꾸준히 이어온 네팔 의료봉사에 동행하기도 했다. 서로의 일과 공부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쳐왔다.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근후 박사에게는 사회학자인 아내가 큰 틀에서 지적해주는 조언이 유용하게 쓰였으며, 각 개인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사회현상 연구를 진행하는 이동원 박사에게는 정신과 의사인 남편의 경험과 연구 성과가 큰 도움이 됐다. 그야말로 함께 늙어가는 동반자이자 평생의 동지인 셈이다.

 

물론 이들 부부에게도 늘 밝은 날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아내는 일생 동안 나의 허물과 부족함을 모두 받아주었다라고 털어놓는 이근후 박사의 말처럼 아내 이동원 박사에게 남편은 생활의 어려움과 서운함을 많이 안긴 사람이기도 했다.

 

결혼 초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서 힘들 때가 많았어요. 결혼할 때 진 빚을 갚느라 늘 허덕여야 했고, 시국 사건으로 감옥에 가 있던 남편을 대신해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정신없이 살았어요.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못해준 게 많아 사실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피곤한 삶이 제 자신을 불안하고 예민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평생 서로 좋은 영향만 주고받으며 다정하게 산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 또한 이혼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본 적도 있어요. 사실 위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제나 만나게 되는 것이고, 결혼생활 또한 마찬가지죠. 두 사람 자체의 문제일 수도, 둘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세대의 결혼은 지금과는 개념이 많이 달랐어요. 그리고 결혼생활을 그만뒀을 때 내 개인이 더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요. 그래서 가능한 한 같이 살아가는 동안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제가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편이 있는 가정의 잔잔한 느낌이 제겐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이동원)

 

둘이 같이 여성학 강의도 개설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취미활동도 주로 같이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서는 저희 부부가 마냥 다정하게만 지내온 줄 알기도 해요. 하지만 다른 부부들처럼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선 부부싸움도 하고 서로를 불편해하거나 원망한 적도 있어요. 또 제가 워낙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웃음) 아내 속이 시커멓게 타기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저희가 이만큼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각각의 행복을 추구하려 했기 때문일 거예요. 우선 결혼생활은 현실이라는 것을 확고히 인식해야 해요. 결혼의 낭만을 꿈꾸는 사람은 낭만을 잃고, 반대로 낭만보다는 냉정한 현실을 두고 대화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낭만적인 부부가 된다고 하잖아요.” (이근후)

 

지금 시점에서도 매우 파격적인 시도에 해당하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결혼계약서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매년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 계약서의 조항들을 다시 살펴보고 고쳐 쓰거나 새로운 약속들을 정하기도 했다. 상대의 좋은 점만 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과 달리 부부는 일상의 모든 것을 나누며 때로는 서로의 맨얼굴을 직시해야 한다. 그저 말로만, 다짐으로만 잘하겠다, 노력하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원칙을 정해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낭만의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가만히 있어도 사랑이 유지될 거라는 낭만적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결혼생활의 시작이에요. 당장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이불을 누가 갤 것인지, 청소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계속해서 나쁜 감정들을 쌓아갈 수도 있어요. 소소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이 나중에는 두 사람 사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요. 저는 가끔 예비부부들의 주례를 맡으면 이 이야기를 꼭 해줘요. 차분히 앉아서 두 사람이 서로의 궁합을 맞춰보라고요. 사주나 뭐 그런 게 아니고요. 각자가 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습관화되어 있는 자신의 행동들 중에서 남편에게, 아내에게 도움이 될 것은 무엇인지를 다섯 개씩 적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반대로 같은 맥락에서 상대방에게 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도 함께요. 그 다음엔 둘을 놓고 궁합을 보는 거죠.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면 궁합이 잘 맞는 인연인 거예요. 만약 비슷한 부분이 없다면 앞으로 그 구멍을 넓혀가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논의하는 거죠.” (이근후)

 

사랑도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다루는 기술을 익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욱 배려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데 우리는 종종 그 반대로 행동하곤 하죠. 자식들을 다 키우고 사회적으로도 은퇴를 한 뒤에야 겨우 서로를 돌아보는 부부들이 많아요. 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그렇게 갑자기 발전될 수는 없거든요. 지금부터, 아니 가능한 한 결혼할 때부터 노력하는 것이 좋아요. 노년 또한 살아보니 갑자기 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상의 연속이에요. 저는 어릴 때 제 인생의 30대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고, 아이들 키우고 살면서는 60대가 안 올 것 같다고 여겼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예순이 훌쩍 넘어 있더라고요. 그러니 어느 특정한 시기에 이렇게 살겠다라는 다짐을 하고 실천을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이 양반처럼 매일매일 재밌게 살겠다라거나 저처럼 스스로 행복을 누리며 살겠다라는 큰 방향만 있으면 돼요. 다만, 인생에 있어 중요한 건 두 가지, 일과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부부 사이에, 그리고 가족과 함께 또 사회적인 영역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아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이동원)

 

부부간의 정서적 교감과 가족 안에서의 즐거운 소통이 삶을 더욱 윤택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고 말하는 이 박사 부부. 두 사람은 살아갈수록 약해지고 나빠지는 것들로 인해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현재의 상태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모든 것들을 무조건 좋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수긍하고 인정하며 그 다음으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흐르게 만드는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 앞에 주저앉아 찡그리고 불평하고 있는 이들에게,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발견하게 해주는 노부부의 삶은 큰 귀감이 될 듯하다.

 

행복한 할아버지 이근후 박사의 건강한 가족을 위한 소통법

 

확실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큰아들이 결혼한 뒤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거절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솔직하게 ‘No’를 말할 수 있어야 ‘Yes’도 진짜 예스로 믿을 수 있다. 이 믿음의 토대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는 가능해진다. 가족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소위 고부 갈등은 서로에게 싫다. 좋다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을 가르친 것은 시부모와 며느리로서의 상하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을 하고 싶어서다. 누구나 거절은 불편하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 거절을 잘하고, 잘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감정에 솔직해진다. 웬만한 거절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이런 토대 위에서 시부모와 며느리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있게 된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려는 진정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녀의 10%만 알아도 충분하다

나이 든 부모가 장성한 자녀들과 소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 들어 생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감은 당연하다. 아무리 친구처럼 지내도 부모는 자녀를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어릴 적 키울 때처럼 자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면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자녀는 불효자식이 되고 말 것이다. 장성한 자녀에 대해 10%만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10%로 대화의 물꼬를 터라. 10%가 자녀의 취미일 수도 있고, 직업과 관계된 무엇일 수도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말을 거는 것이다.

 

사랑은 관리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50년 긴 세월 동안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파트너십, ‘사랑의 열정이 아니라 사랑의 관리덕분이었다. 결혼은 한 인간과 인간이 만나, 배우자를 통해 풍부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은 생의 기쁨과 슬픔, 괴로움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주고받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두 사람이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 부부의 미래 모습이 담겨 있다.

 

인간이 변하기란 정말 어렵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불만스러운 점은 단지 조금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특히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은 중년 이후 부부들에게 더 필요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 남녀의 모습이 바뀐다. 그러니 남편은 권위적인 자세를 고집해서는 안 되며 예전의 수동적이고 온순한 아내의 모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아내 또한 은퇴 후 남편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기댄다고 해서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 , 서로의 변화를 인정하고 그러한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관계는 세월과 함께 새로 정립한다

나이가 들면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과 달리 신체적으로 약해지고 생활 영역이 축소되어가며 활동력이 감소된다. 이 시기의 부부관계는 새롭게 부각되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노년기에 접어든 아내나 남편만큼 내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남편과 아내는 자녀, 친구, 이웃 등 다른 사람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상대가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서로 격려하며 인정해주어야 한다.

 

옛날에 왜 그랬느냐, 당신 버릇은 평생 고치지 못한다, 여태 살아준 내가 바보다 등 노년의 부부는 과거를 곱씹으며 마치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서로에게 상처주기 쉽다. 그러나 그런 원망 속에 부부의 남은 삶은 과거보다 더 불행해진다. 그때 내 마음은 이랬노라, 이렇게 해주길 바랐었다는 말로 상대의 공감을 이끌고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또 나이가 들면 성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노년기에는 성별이 아니라 관심, 능력, 육체적인 힘 등을 따져 가사를 분담하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넓혀간다

우리 부부의 행복은 순전히 100% 아내의 공이다. 그것은 아내가 나의 성격을, 나의 직업을, 나의 삶을 이해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 또한 아내를 동지적 관계로 생각했다.

 

보통 아무리 부부라 해도 일에 대한 성취는 각자의 몫이다. 특히 학자인 아내와 나는 각자 고유한 학문 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학문을 넘나들며 각자의 연구 분야에 깊이를 더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의 삶을 그대로 좇아 산다고 성공할 수 없다. 단지 하나의 사례로 저렇게 살아도 좋겠다라는 정도면 된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환경 등 모든 것이 다르므로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부 서로가 동의하고 만족한다면 그 자체로 이상적인 부부 아닐까. 부부생활의 가장 중요한 팁이라면, 서로의 공통점은 나누고 나쁜 점은 모른 척 덮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