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스마트폰 효도’ 해보실래요?
‘부모님께 스마트폰 사드리기’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해볼까’라고 생각한 게 두 달 전이었는데, 중간에 관두고 싶을 정도로 그 과정은 귀찮았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3천만이라는데, 여기에 부모님 휴대폰이 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공유한다.
이 프로젝트는 어머니의 한 말씀 때문에 시작했다. “요새 참 예의가 없어. 사람 앞에 두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그러면서 어머니는 “애들이 만나면 카톡 얘기하던데, 카톡이 뭐냐”라고 넌지시 물어보셨다. 돌이켜보면 카톡이 뭔지는 앞에 앉은 친구들이 설명해줬을 것 같다. 내게 묻듯이 말한 건 “궁금하고 써보고 싶다”란 뜻이 아니었을까. 고백한다. 나는 불효자식이었다. 몇 달간 어머니가 한두 달에 한 번씩 건넨 이 말을 들은체 만체했다.
어머니께 스마트폰을 마련해 드려야겠단 생각은 지난해 말이 돼서야 들었다. 업계 사람과 만난 자리에서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신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가 요새 부쩍 스마트폰과 카톡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길 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분이 말했다. “꼭 사드려요. 더 지나면 배우기 어려워져요.”
그렇다. 요즘 스마트폰은 글자와 같은 것이다. 스마트폰을 다룰 줄 모르면 문맹처럼 정보에서 뒤처지고 소통도 막히게 된다. 카카오톡 쓰려고 스마트폰을 산다는 얘길 우스갯소리처럼 한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스마트폰 사서 카카오톡만 쓰는 건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어머니가 카카오톡 쓰시라고 스마트폰을 사드리게 될 줄이야.
# 부모님용 스마트폰 마련할 때 고민해야 할 점
부모님께 스마트폰 사드리는 데에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요금 폭탄을 맞아선 곤란하다. 내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탔을 때도 단말기 요금을 매달 나눠서 내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던가. 어머니 연세를 감안하면 기기는 다루기 어렵지 않고, 화면은 큼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쓰시는 거니 비싼 기기보단 연습하는 셈치고 중고 단말기로 알아봤다. 부모님이 가족할인 요금제를 쓰고 있어 통신사는 바꾸지 않기로 했다.
1. LTE는 안 돼, 스마트폰을 써도 예전 요금 그대로
우선, 지금 어머니의 휴대폰 요금을 확인했다. 최근 3개월 5만원을 조금 넘는 선이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스마트폰 요금제로 바꿔도 크게 부담은 안 되리라. 어머니 휴대폰 요금에서 음성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어머니의 이용 모습과 이전의 납부 요금을 따져 5만원대 스마트폰 요금제로 알아보자고 생각했다.
LTE는 권해드리지 않기로 했다. 지금 어머니의 최대 관심사는 카카오톡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사진 주고받는 게 주 목적이니 LTE 데이터가 굳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았다. LTE를 쓰며 데이터를 관리하는 건 어머니께도 귀찮을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에겐 이번이 첫 스마트폰이다. 데이터 사용량을 수시로 확인하며 조절해 쓰시라고 말씀드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복잡한 것 없이 그저 쓰면 되는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구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납부 요금과 비슷한 ‘올인원54′를 골랐다. 세금포함 월 5만9400원이면 음성통화 300분, 문자 200건, 무제한 데이터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가족할인이 적용돼 기본료 10%가 할인되어 5400원을 빼면, 딱 예전 가격 그대로다. 그래, 이거야!
2. 단말기는 최신형보다 약간 늦고, 남들 다 쓰는 것으로
중고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로 알아봤다. 나의 취향보단 어머니 또래를 고려해 이렇게 정했다. 최신폰은 중고래도 너무 비싸서 내가 부담스러웠다. 갤럭시S2는 종종 20만원 미만으로 매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대체로 20만원대 초반이다. 이 정도면 딸로서 큰 부담없이 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갤럭시S2를 고른 데는 가격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남들 다 쓰는 것으로 사드려야 했다. 국내에서 남들 다 쓰는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갤럭시 시리즈다. 처음이라 쓰시다 불편할 때 남들에게 묻기도 좋고, 친구들과 같은 걸 가져야 얘기 나누기도 편하시지 않을까. 그런데 갤럭시노트와 S3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고른 게 S2다. 마침 동생이 갤럭시S2를 써본 경험이 있어 곁에서 잘 도와드릴 거란 예상도 선택에 한몫했다.
아이폰과 윈도우폰도 고려했지만, 어머니 또래에선 쓰는 분이 많지 않다. 두 운영체제는 아직 화면이 큼직한 스마트폰을 내놓지 않았다. 눈이 침침한 부모님껜 아이콘이 큼직하고, 글씨도 큼직하게 보이는 게 좋다.
그리고 갤럭시S2는 S3보단 못하지만, 아직 삼성전자가 지원한다는 게 이점이다. 다른 안드로이드 폰보다 와이파이 설정하기 등이 간편한 점도 작용했다. 어쨌든 스마트폰을 처음 쓰는 어머니가 느끼기에 최대한 단순하고 쓰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삼성전자의 AS도 기대했다. 아버지가 “삼성 게 튼튼해”라고 종종 말씀시는데 이왕이면 부모님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마련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에 내 취향을 반영하진 않았다. 이렇게 정하고 나선 매일 수시로 뽐뿌의 ‘휴대폰 장터’를 들락거렸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중고 휴대폰이 올라온다.
3. 필수 앱 설치: 카카오톡, 네이버 지도, 다음 클라우드
운 좋게 19만원에 갤럭시S2 검정색을 구했다. 이때가 2012년 12월 무렵. 지금 시세를 봐도 저렴하게 산 것 같다. 어머니에게 드리기에 앞서 필수 앱 3개를 깔았다. 필수앱이란 평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카카오톡과 네이버 지도, 다음 클라우드를 말한다. 네이버 지도는 내가 평소 쓰던 것이고, 다음 클라우드는 사진 공유하기 좋아 깔았다. 어머니는 컴퓨터 전원 단추도 못 누르시지만, 다음 계정은 갖고 있다. 사실 이 계정은 내가 관리하다시피 하는데, 이곳에 사진을 넣어뒀다 나중에 어머니 친구들에게 보낼 때 좋기 때문에 쓰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 동창회 카페가 다음에 개설돼 있어 나중에 쓰시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4. 아직은 낯선 스마트폰, 장만했다는 자랑은 문자로
대리점에서 전화번호를 옮기고, 요금제 가입까지 마쳤다. 어머니는 평소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던 친구들에게 스마트폰을 샀단 자랑을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마침 약속이 있다며 훌쩍 떠나시는 바람에 미처 챙겨드리지 못했다. 그 덕분에 그만, 그 친구들에게 스마트폰을 샀단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돌리고 말았다. 카카오톡 앱은 깔아뒀는데 아직 사용법은 익히지 못했던 탓이다.
나중에 카카오톡 대화방 만들기와 문자 보내기, 단체 문자 보내기를 알려드렸다. 그러자 곧바로 ‘네 사진 보내고 싶다’라고 물으셨다. 다음 클라우드는 아직 앱 내에서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기능이 없다. 조금 복잡하지만, 어머니께 ‘다음 클라우드에서 사진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기→카카오톡 채팅방 열기→갤러리 사진 불러오기’ 순서대로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곧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데 열중했다. 카카오톡 기능은 좀 늦게 알려드려, 이때가 12월31일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친구 한 분에게 말을 걸자, ‘축하한다’란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아주머니는 스마트폰을 쓰는 데 꽤 능숙한 듯했다. ‘연말이라 가족끼리 술 한 잔하며 오붓하게 시간 보내니’란 말을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왔다. 술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 소주병과 소주잔 그림이 대신했다. 어머니 또래에서 이렇게 이모티콘을 자유자재로 쓰는 분이 있다니. 어머니가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모습은 내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날 밤 송구영신 메시지는 ‘까똑~’ 알림음과 함께 어머니 스마트폰에 끊임없이 날라왔다. 처음엔 메시지가 각양각색이었는데 이내 다 비슷해보였다. 하나 받으면 복사해 친구들에게 보내는 모양이다. 어떤 분은 화면 하나를 꽉 채우는 글, 또 다른 분은 바다에서 해가 뜨는 이미지와 글귀를 어디에선가 구했는지 이미지 파일로 보냈다. 어머니도 이 메시지를 그대로 남들에게 보내고 싶어해, 복사해서 붙여넣는 법을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곧바로 따라하셨다. 컴퓨터는 만지지도 않는 분인데 말이다.
5. 알쏭한 피처폰과 스마트폰 요금제 사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족할인을 받는다. 가족이 같이 쓰면 기본료의 10%를 깎아주는 건데, 그동안 두 분은 기본료가 1만원대인 요금제를 썼다. 가족 할인은 겨우 1천원 정도였던 게다. 헌데 전체 요금은 비슷하지만, 스마트폰 요금제로 바꾸며 할인액은 5천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인원54는 기본료가 5만4천원이기 때문이다. 내는 돈은 비슷한데 피처폰일 때 할인폭이 더 적었다. 요금제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구나 싶었다.
새해엔 아버지께도 스마트폰을 장만해드렸다. 어머니와 같은 기종에 비슷한 요금제로 준비했다. 스마트폰을 사는 것 빼곤 어머니 때보다 수월했다. 아버진 한 번도 스마트폰의 ‘스’, 카카오톡의 ‘카’도 말씀한 적이 없어 사드릴 생각을 못했는데 한 사건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
#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도, 몹쓸 피처폰 때문
2012년 선거일, 집안에 큰일이 생겼다. 아버지 지인에게도 알릴 만큼 큰일이었다. 아버진 손님을 맞느라 바쁘신 터라, 우리에게 미션을 내리셨다. 바로 ‘문자메시지 돌리기’였다. 연락처에 저장된 1천개 번호에 단체문자를 돌리는데 오후를 온전히 보냈다. 쓰시던 휴대폰은 피처폰으로, 아버지가 평소 ‘휴대폰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삼성전자 제품이다. 문제는, 이 휴대폰은 단체 문자를 한 번에 20개 번호에만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송속도는 체감 시간으로 1~2분 정도 걸렸다. 속터질 노릇이었다. ‘ㄱ’부터 시작하는데 중간에 전화가 오면 중단해야 했다. 나도 모르게 폴더를 닫기라도 하면 ‘ㄱ’부터 다시 찾아야 했다. 이때는 누구까지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찌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평소 문자로 연락돌릴 일이 잦은데, 이 불편한 작업을 계속 해왔던 것일까. 알고보니 네이트온 문자보내기 서비스를 써오셨다. 그런데 이때도 연락처는 하나씩 옮겨가며 보낸 모양이다. 이럴수가. 카카오톡을 비롯해 무료 모바일 메신저만 해도, 목록에서 하나씩 선택만 해서 보내면 되는데. 안 되겠다 싶었다.
아버지께 스마트폰 사드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 대리점에서 연락처 옮길 때 보니, 삼성전자에서 나온 피처폰용 케이블 10개 정도를 꺼내왔는데, 그 중 아버지거랑 맞는 건 없었다. 아버지 피처폰에 있는 연락처를 컴퓨터로 옮기려는데 전용 응용프로그램인 ‘PC매니저’란 걸 써야 했다. 그래서 내 데스크톱에 깔았는데 처음 실행하며 대뜸 나오는 공지가 ‘더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연락처 옮기려고 대리점-집-대리점으로 옮겨다녔는데, 두 번째 대리점에선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어머니 때는 공짜로 해주었는데 이 곳에선 연락처 옮기는 데 2천원을 달라고 했다. 피처폰을 오래 쓰시면 앞으로 지원 안 되는 건 얼마나 더 늘어날까.
아버지 스마트폰은 22만원에 구했다. 나머지 과정은 어머니 때와 같았다. 그런데 민원 내용이 달랐다. 아버진 ‘이거 쓰면 자기 위치 찾을 수 있다고 하던데…’라며 사용법을 물었다. 냉큼 지도 앱 쓰는 법을 알려드렸다. 그전까지는 아버지가 스마트폰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핵심 기능을 이미 알고 계셨다니, 놀라웠다.
# 부모님 스마트폰 장만하기,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은 필수인 것 같다. 단순하게 ‘남들 다 써서’가 아니다.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마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유행하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인기를 끄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만 빠지면 정보에서 소외된다. 그 정보란 게 시사, 경제 정보만이 아니다. 친구들 사이의 정보도 포함한다.
생각해보자. 점차 주위에 카카오톡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느는데, 그 가운데 나만 꿋꿋하게 문자를 보낸다 치자. 나는 종종 최신 소식에서 뒤처질 수 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실없이 나눈 이야기가 쌓여 화제가 되는데, 나는 들어본 일조차 없다. 누구 손주는 통통하고, 누구 자식은 결혼식 때 모습이 어땠다는 얘길하는데 내 피처폰엔 그런 사진이 도착한 적이 없다. 물끄러미 내 휴대폰을 내려보니 화면은 친구들 스마트폰의 절반도 안 되고 흐릿하기까지 하다. 이건 마치 나는 아직도 유선전화를 쓰는데 남들은 휴대폰 들고 다니며 수시로 통화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어머니께 스마트폰을 장만해 드리기 전까지 위와 같은 생각은 과장이라고 여겼다. 헌데 사드리고 나니 어머니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친구들이 올린 프로필 사진을 훑어보고, 누구는 손주 사진이구나, 동서는 사진을 아이들과 같이 찍었다며 요즘 근황을 사진으로 대신 파악했다.
카카오톡의 파급력은 내 또래보다 어머니 또래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내게는 별 것 아닌 서비스이고, 폰에 깔린 여러 앱 중 하나일 뿐인데 어머니에겐 의미가 다르다. 어머니 친구들은 1~2년 전부터 쓰기 시작해 어머니보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신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사진도 여러장 올려둔다. 어머니 또래는 e메일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페이스북을 건너 뛰고 카카오톡을 쓰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처럼 PC 전원 단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전화기 쓰듯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 이 분들이 카카오톡을 벗어나 다른 앱을 찾아 쓰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즈음 알림 메시지 하나가 떴다. ‘◯◯◯님이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어머니가 나에게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한 것이다. 벌써 메인 사진을 포함해 8장을 올리셨다.
◀어느날 아침 일찍 카카오스토리 친구 요청 알림이 도착했다. 하루만에 어머니의 카카오스토리 계정은 친구가 22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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