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의 지존, 카카오톡의 성공 비결은…오픈이노베이션일까, 스피드 경영일까
"카카오톡 사용자는 소비자 아닌 혁신 주도자"…개발단계서 의견 적극 수용
철저한 계획보단 타이밍…빠른 시장 진입으로 '네트워크 효과' 확보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등장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국내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2010년 3월 처음 선보인 이 서비스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5%가 이용할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톡의 하루 이용자는 3000만명(해외 포함)으로 네이버 일일 방문자 1186만명의 두 배 이상이다. 지난 7월 기준 세계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
혜성처럼 나타나 놀라운 성공을 일군 카카오톡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이석우 (주)카카오 대표(사진)는 강연에서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데렐라가 아니라 연속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은 도전의 결과물이라는 것. 이 대표는 “6년이 넘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해봤지만 잘 안 됐다”며 “사업을 포기할까 생각하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한번 더 해보자며 내놓은 게 카카오톡”이라고 했다.
둘째는 스피드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이 대표는 “초창기엔 완벽을 기하기 위해 1년씩 준비하다 타이밍을 놓치며 대부분 실패했다”며 “그래서 ‘최소 인력으로 최단기간에 론칭하자’는 원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도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등 4명이 두 달간 작업해 만들었다.
대신 부족한 점은 사용자에게 물어 개선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사용자 100대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6만여건의 아이디어를 받아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보이스톡이나 카카오스토리도 그렇게 나왔다.
마지막은 유연한 조직 문화. 이 대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자주 한다”며 “3년간 40번이나 개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쉽고 편한 의사 소통을 통해 모든 직원의 호칭도 영어이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직급 때문에 상하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김수언 기자sookim@hankyung.com
시사포인트1 소비자에게 혁신 아이디어를 내게 하라
카카오톡의 성공 스토리는 기업 혁신연구 대가들이 주장하는 성공적인 혁신 모델과 그대로 닮아 있다. 먼저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을 수동적인 제품 소비자가 아니라 혁신을 주도하는 대상으로 삼고,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 단계에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에릭 본 히펠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라 정의하고, 이후 실증 연구를 통해 사용자 혁신이 기업 내부 개발팀보다 제품을 빨리, 그리고 더 저렴하게 개발하는 방법이라는 걸 보여줬다.
이후 카카오톡은 모바일 메신저에 게임 서비스를 더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이뤘다. 경영학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며 기업에 새로운 혁신 개념을 전파해 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제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때 통합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품은 경쟁자들에게 쉽게 모방당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고, 하고자 하는 경험에 맞춰 필요한 제품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가치(고객 경험)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혁신을 통해 승승장구한 카카오톡의 남은 과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경쟁 서비스인 네이버 라인이 일본에서 시작하는 ‘본 글로벌전략(Born Global Strategy)’을 통해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무대로 승부를 걸었다면 카카오톡은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망외부성(network externality), 즉 초기 소비자가 이후 다른 잠재 소비자를 이끄는 연쇄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는 시장이다.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라인은 현지법인을 세우고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사포인트2 불확실성 높은 환경에선 실행 속도가 성패 가른다
카카오톡은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에서 기업이 어떻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경쟁 측면에서 카카오톡은 빠른 시장 진입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했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가 다른 사용자들의 소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베이 사례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업 가치가 더욱 증대하는 것이다.
이때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한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선발기업이 시장 선점을 통해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하면 사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후발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카카오톡의 경우 성공적인 론칭 이후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13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추가로 2000만명을 확보하는 데에는 7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른 시장 진입 외에 카카오톡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서비스 론칭 후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아 이를 실시간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형적인 ‘준비-발사-조준’ 접근법으로 완벽한 사전 준비보다는 타이밍과 신속한 실행을 중시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가변적인 환경 속에서 철저한 계획은 자칫 기회를 놓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이 점을 과거 실패를 통해 체득했고, 이 원리를 카카오톡 사업에 적용했다.
끝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용자를 적극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확산으로 이미 사용자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부환경은 충분히 조성됐다. 사용자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공동 개발자로 혁신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업은 이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과거 레고가 전자제어장치를 장착, 레고 블록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신규사업 마인드스톰스(Mindstorms)를 시작하면서 ‘Design by Me’ 소프트웨어를 사용자에게 제공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한 것과 같은 원리다. 사용자를 서비스 개선이나 제품 개발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이들을 개발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충성도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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