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

풍월 사선암 2013. 9. 18. 10:35

 

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여기선 전부 영어로 말해야 돼 아직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서울 삼성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다섯 달만 살다가 다시 미국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뉴욕에서 사는 게 불안했지만

아버지처럼 높은 사람이 되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아버지가 저 때문에 회사에 사표를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전두환 할아버지 재산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은 제 피와 아버지 피가 같다는 것을 왜 조사하려고 하나요?

검사 뒤엔 유전자가 조작됐다느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잖아요.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2013916

 

뉴욕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최영해 논설위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09.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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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婚外 아들 의혹] 임씨가 본지에 보내온 편지 全文

 

입력 : 2013.09.11 02:59

 

10일 임모(54)씨 이름으로 본사에 도착한 편지는 수신인이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 돼있고 임씨 본인이 자필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 본지가 취재한 임씨의 필적이 편지 필체와 비슷하고 본인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본지는 이 편지가 임씨 본인이 작성한 편지라고 보고, 그 내용이 임씨의 해명과 반론을 담은 것으로 판단해 법률가 자문을 거쳐 전문(全文)을 싣는다.

   

저는 2013. 9. 6(·금요일이 맞음) 조선일보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여년간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11세 된 아들을 숨겨온 당사자로 지목된 Y씨며 임○○이라고 합니다.

 

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지만, 이와 관련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어 부득이 이 일을 사실과 함께 해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먼저 밝힐 것은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생계를 위해 부산에서부터 주점을 운영하다가, 이후 서울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음식점, 주점 등을 운영한 것은 사실이고, 채동욱씨를 부산에서 장사할 때 손님으로 알게 된 후 서울에서 사업을 할 때도 제가 청하여 여러 번 뵙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과 지인으로 가게를 잠깐씩 들르는 손님으로서의 관계일 뿐 다른 어떤 관계도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아는 그분은 점잖고 예의 바른 분으로 부하들이 잘 따르고 꺼림이 없이 호방하여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술 파는 가게에서 통상 있듯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 없이 제 아이로만 출생신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아버지를 채동욱씨로 한 것뿐입니다.

 

한국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가 겪을 어려움과 주변의 안목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채동욱씨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제가 가게를 하면서 주변으로부터의 보호, 가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무시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그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썼고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니 식구들에게조차도 다른 추궁을 받지 않기 위해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온 것이 이제 와서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채모씨는 맞으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이 저 혼자 키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학적부 기재가 그렇게 된 이유로 말이 퍼져 채동욱 검사가 아버지 아니냐고 여러 번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 잘못이지만 나중엔 돌이킬 수가 없는 일이 되고 만 것입니다.

 

검찰총장인 채동욱씨는 저하고는 연락이 닿은 지도 수년이 지났고, 더구나 아무 관계가 없으므로 어떤 경제적 도움도 받은 적도 전혀 없습니다.

 

만일 아이의 아버지가 그분이라면 저는 아이를 제 힘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양육비나 경제적인 도움을 청했을 것입니다.

 

또한 그분은 늘 후배 검사들과 함께 오곤 했는데 제 아이의 아버지가 그분이라면 그런 모임을 제가 일하는 가게에서 하리라고는 남의 눈이나 말을 피하기 위해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 수요일(목요일이 맞음) 갑자기 조선일보 기자분이 찾아와서 총장님 일로 찾아왔다고 들었고, 두렵고 혼란스러워서 잠적을 했습니다만 이 모든 것은 제 불찰로 일어난 것임을 이렇게 분명히 밝힙니다.

 

현재 제 바람은 어려움 속에 혼자서 키운 제 아이가 충격받거나 피해 당하지 않고 남들처럼 잘 커가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밖에는 없습니다.

 

59○○○○-2○○○○○○ ○○(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