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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의 야릇한 웃음

풍월 사선암 2013. 9. 3. 21:38

[김대중 칼럼] 이석기의 야릇한 웃음

 

'대한민국 반대'에 관대했던 우리에 너그러우면 성숙한 줄 알고

'국가''정부'쯤 여기게 돼, 스노든이나 매닝에 관용 없어

'다른 목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헌법이란 '울타리' 本質은 지켜야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이석기가 카메라 앞에서 히죽이 웃는 얼굴은 온 국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른다. 통진당 사람들의 '프락치' '조작' 운운하는 기자회견은 온 국민의 기()를 막는다. 이석기가 엊그제 국정원 앞 데모에서 마치 영웅이나 된 듯이 손을 흔들어 대고 있는 모습은 진보 성향의 사람들마저 낯 뜨겁게 하고 있다. 이들의 뻔뻔함, 당돌함은 저들이 갑()이고 대한민국이 을()인 것처럼 만든다. 아니, 을도 아니고 국민을 졸()로 만든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석기 등()은 우리를 이처럼 우습게 아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깔보였기에 저들은 대한민국 대낮에 대로(大路)에서 저렇게 당당한 것일까? 우리가 저런 '돈키호테의 빨치산 용사 놀이'(진중권)에 흔들릴 나라는 아니지만 저런 자()들이 활개 치고 다니게 만든 것도 결국 '우리 수준' 아닌가?

 

문제의 근본은 반()국가 사범을 다루는 데 우리 사회와 우리 정치권이 너무 관대했거나 소홀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그 원인의 첫째는 과거 정치권력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 사범으로 몰아가거나 옭아맸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정치권력의 탈헌법적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나 세력 또는 시민들을 이른바 '빨갱이'로 몰아 처단했거나 처치했던 사례들이 부지불식간에 국민으로 하여금 '반국가' 사범마저도 '반정부'쯤으로 여기게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우리 국민 개개인이 정치권력에 실망하거나 자주 비판하다 보니 모든 반정부에 관대해지고 때로 그 반정부가 반()대한민국으로 변질해도 그에 익숙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반국가''반정부'의 허울을 쓰고 병균처럼 번져갔던 것이다. 또 저들이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자기들 동조 세력이 많이 늘었다는 그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가 넘는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자유민주주의 실천에서도 상등권을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이 때로 반국가적 행태에도 관대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 점도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경제력·군사력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어 비록 친북·종북이라도 이겨낼 수 있고, 또 북한에 좀 더 관대한 것이 성숙된 국민의 척도인 양 여기는 '유행성 북한병'에 걸려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철저한 나라일수록 반국가 사범에 대해서는 추호의 관용도 없음을 우리는 최근 미국의 스노든 사건과 매닝 사건에서 목격하고 있다. 반테러 작전의 일환으로 많은 시민을 감청한 당국을 폭로한 스노든은 영원히 미국 땅을 못 밟을 것 같고, 미국 정부는 그를 받아준 러시아와 외교적 마찰 내지 불화를 감수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군사 기밀 폭로에 관련된 매닝은 그가 단지 일등병인데도 3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석기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당장 집권 세력에 도전하는 정적(政敵) 수준도 아니다. 과거 우리의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이 그랬듯이 정치적 억압, 민주주의의 말살 등 탈헌법적 상황을 견디다 못해 들고일어난 저항운동자도 아니다. 그는 그저 아무런 논리도, 타당성도 없이 대한민국이 싫고 '북조선'이 좋고, 그래서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리한 일들을 골라 하는 지극히 저질스러운 종북자일 뿐이다. 그런 이석기는 지금 승자처럼 웃고 떠들고 다니고, 언론은 그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도 뭉그적거리며, 통진당 국회 진출에 대한 책임 면하기에 급급하다. 통진당은 자기들이 언제 대한민국을 긍정했다고 버젓이 국회 내에서 국회 마크를 배경으로 국정원의 '매수' '프락치' '조작'을 외치고 있다. 사건의 발표가 왜 굳이 이 시기인가라고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쯤 되면 이것은 온전한 나라도 아니다.

 

우리는 '이석기 사건' 으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가 남북으로 갈려 치열한 대치 상황에 있다 해도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인 만큼 하나의 논리로만 나라를 이끌어갈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다른 목소리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다른 것'에 밀려나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헌법이라는 울타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본질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나라를 만들고 출발하기 전에 합의한 것이다. 이석기류()가 그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와 본질의 전당에 자리 잡는 일은 이제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석기의 야릇한 미소와 뻔뻔함이 그동안 하루하루 사느라 바빠 제 발밑은 보지 못했던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메신저입력 : 2013.09.03 03:22

 

 

총책 이석기 밑에 경기지역 4권역별 지휘책(중서부 홍순석·남부 이상호·동부 조양원·북부 김홍열)이 통솔

 

[RO 어떤 조직 갖추고 무슨 활동했나]

 

조양원, 회사 운영하며 자금조달 역할까지 맡은 듯

홍순석·이상호, 좌파세력 결집체 '진보연대' 활동

美軍사격장 폐쇄·미국쇠고기 반대 '촛불' 주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 음모 혐의를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이들이 경기 지역을 중서부·남부·동부·북부 등 4대 권역으로 나눠 일사불란한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역별 지휘책·하부 갖춰"

 

총책인 이석기 의원 아래 중서부 지휘책은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남부 지휘책은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각각 맡고 있다고 1일 수사 관계자가 전했다. 홍씨와 이씨는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30일 구속됐다. 동부 지휘책은 조양원 CNP 그룹 대표이사, 북부 지휘책은 김홍열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지휘책 임무와 함께 선거 홍보 대행사 'CN커뮤니케이션즈', 정치 여론조사 업체 '사회동향연구소', 여행사 '길벗투어' 등 자회사를 운영하며 자금 조달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수사기관은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총책과 권역별 지휘책 등 5명은 내란 음모와 관련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 혐의가 증거로 뒷받침돼 구속, 압수 수색 등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전했다.

 

권역별 조직과 별도로 '중앙' '청년' 2개 팀도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중앙은 본부 개념이며, 청년은 청년층 상대 활동 조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안 당국이 파악한 내란 음모 혐의 조직도 이석기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진당 대변인을 거쳐 이 의원의 수석 보좌관을 맡고 있는 우위영씨가 중앙에 파견된 지휘책이며, 통진당 청년위원회 공동위원장 출신인 박민정씨가 청년을 담당했던 것으로 사정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밑에는 '중간세포' '말단세포'라는 이름이 붙은 활동가들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은 그러나 "이번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해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의 사실 공표를 문제 삼으며 사법 처리를 지연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압수 수색한 사람들 이외에도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에서 증거가 보강돼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향후 수사가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상당수는 좌파 단체 전력"

 

사정 당국은 이번 사건 연루자 중 상당수가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좌파 단체의 주요 간부로 활동한 전력(前歷)이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번 주 국회의 체포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이석기 의원은 1989년 반제(反帝)청년동맹 중앙위원,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 경기남부위원장 등 활동이 문제 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 단체 구성죄로 실형을 받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특별사면됐다.

 

당국에 따르면 홍순석·이상호씨는 국내 좌파 세력의 결집체인 '진보연대' 활동을 해왔다. 2007년 결성된 진보연대의 지도급 인사들은 2001'매향리 미군사격장 폐쇄 범국민대책위', 2002'효순·미선양 범국민대책위', 2008'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등을 주도했다. 진보연대는 이번 사건 수사가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 29'국정원 내란 음모 조작 공안 탄압 규탄 대책위' 구성에도 참여했다. 홍씨는 경기남서부진보연대준비위원회 대표이며 2002년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씨는 수원진보연대 공동대표 출신으로 현재 경기진보연대 고문이다. 두 사람과 함께 구속된 한동근 전 통진당 수원시 위원장은 매향리 범대위 상황실장,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범대위 농성단장 등으로 일했다. 지난 28일 압수 수색당한 이영춘 통진당 노동 부문 운영위원도 미군 장갑차 희생 미선·효순이 중앙실천단장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