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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의 낙원 곰배령

풍월 사선암 2013. 8. 28. 08:39

[전문기자 칼럼/김화성]곰배령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하마 지금쯤 여름 풀꽃들이 다 이울지는 않았을까. 우르르 돋아난 그 녀석들 얼마나 깜찍할까. 반공중 하늘에 걸린 풀꽃정원 인제 점봉산 곰배령(1164m). 생각만 해도 마음이 달떴다. 마침 지난주 짬이 났다. 득달같이 달려갔다. 딱 석 달 만이었다. 그땐 봄꽃이 흐드러졌었다.

 

역시 생각대로 둥근이질풀 천지였다. 연분홍꽃들이 해말갛게 웃으며 반겼다. 다섯 장 꽃잎에 실핏줄처럼 퍼진 보랏빛 잎맥이 애틋했다. 영락없는 배냇짓 젖먹이 살갗에 돋은 푸른 정맥이었다. 억센 둥근이질풀은 전보다 더 널리 퍼졌다. 예년에 많았던 등황색 동자꽃이 확 줄었다. 둥근이질풀에 파묻혀 어쩌다 눈에 뜨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발그레 달아오른 동자꽃이 유난히 화사했다. 푸른 풀밭 틈새에서 연지곤지 화장한 새색시 같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다. 노란 곰취꽃과 하얀 참취꽃이 마른 검버섯을 띠면서 숙지고 있었다. 두메고들빼기도 노란 꽃을 열고 껑충 섰다. 하얀 톱풀꽃과 흰진범꽃은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자줏빛 엉겅퀴꽃에 너울너울 호랑나비가 코를 박고 있었다. 샛노란 마타리 꽃과 하얀 당귀꽃이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어 우산 꽃을 펼쳤다.

 

찬찬히 앉아서 보니 푸른 달개비(닭의장풀)꽃이 풀섶에 숨어있었다. 도라지모시대가 보라색 작은 종꽃을 주르륵 매달았다. 계란 모양의 노란 짚신나물꽃은 도대체 이곳까지 어떻게 올라왔을까. 설마 사람들 신발(짚신)에 씨앗이 들러붙어 온 것은 아니겠지.

 

곰배령 풀꽃이 변하고 있다. 여름꽃 개화기간이 열흘 정도 길어졌다. 대부분 8월 하순이면 지던 것이, 9월 초순까지 핀다. 풀꽃 면적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참나무 숲이 누에가 뽕잎 먹듯 가장자리를 슬금슬금 뒤덮어오고 있다.

 

곰배령은 퉁퉁한 곰이 배를 벌렁 뒤집고 누워있는 모습의 둔덕이다. 아슴아슴 안개에 젖어있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안개 낀 날이 줄고 있다. 습기를 좋아하는 흰진범 같은 꽃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도라지모시대도 마찬가지. 꽃만 피우고 씨앗을 맺지 못하는 풀꽃들이 늘고 있다.

 

질경이도 최근 1, 2년 새 우후죽순처럼 돋아났다. 탐방객들의 발길에 질경이 씨앗이 묻어온 탓이다. 질경이는 둥근이질풀만큼이나 끈질기다. 소달구지나 경운기 바퀴가 훑고 지나가도 다시 살아난다. 머지않아 곰배령엔 둥근이질풀과 질경이 천지가 될지도 모른다. 곰배령전문가 이병천 박사(60·전 국립수목원 연구관)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른다.

 

곰배령의 나무 데크 탐방로부터 당장 뜯어내야 한다. 데크가 바람 길을 막고 있다. 곰배령은 바람골이다. 낮엔 인제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동해안 쪽에서 바람이 분다. 바람길이 막히는 것은 앉은뱅이 풀꽃들에겐 치명적이다. 하루 200명으로 제한되는 탐방객 규모라면 조붓한 자드락길로도 충분하다. 점봉산유전자원보호구역 안에 있는 강선마을 주민들도 언젠간 보호구역 밖으로 옮겨가야 한다. 해발 800m의 마을은 점봉산 골짜기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자궁같은 곳인데 펜션에 음식점까지 들어섰다. 골짜기 벌레 먹은 물봉선 이파리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다 사람 탓이다. 산림청과 주민들이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새봄 곰배령 풀밭은 온통 놀란 흙들로 울뚝불뚝하다. 멧돼지들이 휘뚜루마뚜루 들쑤셔놓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독초뿌리를 캐먹으며 몸 안의 기생충을 밖으로 내보낸다. 덤으로 벌레까지 잡아먹으며 단백질 보충도 한다. 풀꽃들은 이런 멧돼지들이 고맙다. 해마다 흙을 일구어줘 땅이 숨쉬도록 한다. 그뿐인가. 멧돼지들은 배설물 거름까지 주고 간다.

 

그렇다. 문제는 늘 인간이다. 사람은 질경이보다 백배 천배 더 질기다. 독초보다 더 지독하다. 두 발 인간의 발길이 네 발 짐승보다 훨씬 더 모질다.

 

들꽃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 소식 끊긴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비비추 더워지기 으아리 진득찰 바위손 소리쟁이 매듭풀 절굿대 노랑하늘타리 딱지꽃 모시대 애기똥풀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꿩의다리 노루오줌 도꼬마리 엉겅퀴 민들레 질경이 둥글레 속새 잔대 고들빼기 꽃다지 바늘고사리 애기원추리 곰취 개미취덕팔이 다남이 점순이 간난이 끝순이 귀돌이 쇠돌이 개똥이 쌍점이 복실이권달웅 들꽃이름에서

 

김화성 스포츠레저전문기자

 

 

 

점봉산 과 곰배령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설악산이 화려한 산세로 이름이 높다면 점봉산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넉넉하고 수수하며 한없이 넓고 깊다. ‘활엽수가 이룬 극상의 원시림이란 찬사를 받는 이 산을 넘는 부드러운 고개가 곰배령이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붙은 이름. 곰배령은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천상의 화원을 연출한다. 특히 봄이 되면 얼러지꽃이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다.

 

진동리 설피밭에서 강선마을을 거쳐 곰배령에 이르는 약 5km의 길은 활엽수와 양치식물이 바다를 이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길이다.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몸도 마음도 온통 초록빛으로 물드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이다.

 

곰배령으로 가는 길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사전에 탐방신청을 해야 한다. 매주 월, 화요일은 휴무이고 입산을 통제하는 시기와 인원의 제한이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문의를 하는 게 좋다. 탐방신청은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3-8166)와 진동리 민박협회에서 할 수 있다. 곰배령으로 나선 길에 방태산휴양림과 필례약수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 MK news 에서 발췌함)

 

곰배령 =’천상의 화원

 

설악산 대청봉과 점봉산은 한계령을 중심으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날카롭고 험한 대청봉의 모습이 남성미를 나타낸다면 점봉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곱다. 오래 전부터 산나물과 야생화 등 자생식물의 천국이었던 산은 고향집을 찾은 자식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듯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고운 마음이 있는 산이다.

 

강선계곡을 거슬러 곰배령을 향해 점봉산 산행 길은 시작된다. 곰배령 정산에서 작은 점봉산(1,295m), 큰 점봉산(1,424m)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길은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이웃하는 설악산 대청봉과 방태산을 시야에 담는 구름 속의 산책이 된다. 점봉산은 곰배령에서 연결되는 남동 방면을 제외하고 삼면이 국립공원의 산림보호구역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신선의 세계인 듯 아름다운 그곳은 무엇보다 우리 고유의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그림 같은 화원을 이루는 곳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원시의 모습을 잃어가는 여느 유명산들과 달리 잘 보존된 자연의 모습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하늘의 정원이라는 곰배령 정상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꽃과 풀들이 야생의 잔치를 하는 듯 언덕 전체를 덮는 장관을 보여준다. 동자꽃, 곰취, 노루오줌, 달맞이꽃 등 정겨운 우리 땅 고유의 수많은 생명들에 대해 약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둘러본다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시작이 되는 점봉산은 한반도의 뿌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점봉산은 19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보전핵심지역으로 지정된 생태환경의 보물창고로 일반적인 산행은 무려 2026년까지 제한되고 있다. , 가을의 단체 여행은 더욱 통제되는 곳으로 특별히 산행이 필요하다면 국유림관리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인제군 자치단체 차원의 주변 민박지원 사업으로 점봉산행의 입구가 되는 진동리 설피마을 주변의 민박을 이용하는 사람에 한하여 민박 주인의 안내에 따라 산행이 허락된다.

 

<찾아가는 길>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033-463-8166

 

승용차=서울춘천동홍천나들목(국도44)인제현리진동리, 서울양평(국도 44)홍천인제현리진동리(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218 )

 

버스=동서울인제(2시간 20분 소요), 서울 상봉동인제(2시간 40분 소요), 현리에서 진동리 설피밭까지는 버스가 있지만 하루 2. 동서울터미널현리 직행버스는 하루 4회 운행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0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