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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힐링 트레킹 | 서산대사 옛길] 음이온 풍부한 계곡 끼고 걸어…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되는 듯

풍월 사선암 2013. 8. 5. 18:14

[지리산 힐링 트레킹 | 서산대사 옛길] 음이온 풍부한 계곡 끼고 걸어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되는 듯

 

지리산 힐링트레킹 참가자들이 지리산 옛길 옆에 흐르는 의신계곡을 바라보고 있다.

 

힐링(healing)은 치유를 뜻하지만 명상과 통한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은 곧 치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정신과 명의(名醫) 이홍식 세브란스 명예교수는 명상을 정적 명상과 동적 명상으로 구분한다. 정적 명상은 좌선과 요가 같은 정적인 자세로 하는 명상을 말하고, 동적 명상은 트레킹과 등산 같은 걷기를 통해서 얻는 명상을 가리킨다.

 

걸으면서 얻는 명상효과는 이미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다. 등산이나 걷기를 오래 하면 어느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영적(靈的)인 순간을 맛본다. 등산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맛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힐링 트레킹은 일종의 동적 명상이다. 걸으면서 영적 순간을 경험한다. 한국 최고의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물이 있는 곳에서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인간의 뇌파를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이온이 풍부해서 심리까지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한국의 최고 기도처가 바로 뇌피와 심리를 안정시켜 주는 넓은 바위에 파도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있다. 동해 양양 낙산사 홍련암, 서해 강화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 여수 향일암의 4대 기도처 모두 그렇다.

 

의신계곡 널찍한 바위 위에서 지리산 힐링트레킹 참가자들이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리산에서 힐링 트레킹을 하기에 어디가 좋을까? 물소리가 잘 들리는 걷는 길이 어디 있을까? 계곡 옆 걷기 좋은 코스로 걸어야 한다. 지리산 언저리 사는 사람들은 세 곳을 추천한다. 구례 심원마을~달궁마을을 잇는 심원계곡 옛길, 남원 주천 구룡폭포~육모정의 계곡길, 그리고 지난 연말 개통한 지리산 옛길인 하동 화개 신흥리~의신마을을 잇는 계곡길이다.

 

지리산 벽소령 주변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수되어 의신마을 앞으로 흐른다. 이 물이 의신계곡을 이룬다. 마을로 내려와서는 깊은 계곡의 모습을 이미 갖췄다. 이 길은 서산대사가 지리산에 머무르는 동안 오가던 길이라고 해서 서산대사 옛길이라 불린다. <월간>에서 마련한 힐링 트레킹에 참가한 20여 명과 함께 서산대사 옛길을 걸었다.

   

이홍식 교수가 길옆에 핀 야생화를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옛날 신흥사가 있었던 신흥마을 앞에 멈췄다. 신흥마을은 삼신동(三神洞)의 중심 마을이었다. 삼신동은 의신계곡을 따라 신흥사, 영신사, 의신사의 신()자가 들어간 절이 3개나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큰 바위에 三神洞각자가 있고, 지금의 왕성초등학교 입구에는 최치원 선생이 꽂은 지팡이가 되살아난 푸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자라고 있다.

   

최치원 선생이 바위에 새긴 洗耳巖보여

 

이곳이 출발지점이다. 계곡 아래 세이암(洗耳巖)이 있는 바위 근처다. 세이암이란 글자는 최치원 선생이 지리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속세에서 겪었던 온갖 번뇌와 망상을 씻어 버린다는 뜻으로 바위에 새긴 것이다. 그만큼 계곡이 깊고 물소리도 세차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계곡엔 물이 말라 널찍한 바위를 드러냈고, 그 옆 절벽 같은 암벽에는 정확히 보이지 않는 글자가 수없이 새겨져 있다. 내려가서 보면 세이암을 찾을 수 있으련만 만만치 않다. 조용헌 박사는 우리도 이곳에서 귀를 좀 씻고 걸어 봅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귀를 씻을 일이 많은가 봅니다하며 거든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모두들 감탄한다. “, 이렇게 좋은 길이 여기 있었구나!” 길은 숲터널을 이루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계곡에 흐르는 물이 그대로 보인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산길과 계곡, 옛 고개 등으로 벼랑길과 푹신푹신한 흙길로만 이어진 완벽한 옛길이다. 한번 나온 감탄은 그칠 줄 모른다.

 

감감바위가 나온다. 높이가 26m나 되는 커다란 바위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는 해골처럼 보이기도 해서 해골바위라고도 한다.

 

지리산 옛길 이정표를 지나고 있다.

 

한쪽은 절벽, 한쪽은 계곡이기 때문에 물과 기묘한 바위를 동시에 보며 걷는다. 이어 널찍한 공터가 나타난다. 예전에 말발굽, 호미, 칼 등 생활용품이나 사찰의 범종을 만들던 쇠점터가 있었다고 해서 쇠점재라고 한다. 살짝 오르는 코스다. 이미 데크 로드를 만들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숲과 물, 명상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길이다. 아니나 다를까 길옆 계곡에 널찍한 바위가 있다. 이홍식 교수는 즉시 우리 저기 잠시 앉아서 명상을 하다가 갑시다라고 제안한다. 벌써 한두 명은 양말을 벗고 탁족을 한다.

   

이 교수는 조 박사가 얘기했다시피 물소리는 인간의 뇌파를 안정시키기 때문에 계곡 물이 흐르는 곳이 명상하기에 가장 좋다엉덩이를 바위에 꼭 붙여 앉아 바위의 기를 받도록 하라고 권한다. 다들 명상의 자세로 앉아 슬며시 눈을 감는다. 잠시 명상의 시간이다. 정말 물 흐르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 숲 속에서는 새들이 지저귄다. 자연과 완전히 혼연일체를 이룬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내가 되는 순간이다. 도시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이다. 모두들 새로운 경험에 들떠 있는 듯했다.

 

이 길을 있게 한 서산대사 흔적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다. ‘서산대사의 도술 의자바위라고 적혀 있다. ‘(전략) 이 의자바위는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쳐들어와 의신사를 불태우고 범종을 훔쳐 가려는데,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서산대사가 도술을 부려 범종을 의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후략)’ 믿거나 말거나 식의 스토리다.

 

서산대사(1520~1604)는 조선 중기의 고승·승장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한양 수복에 공을 세웠으며, ((()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는 삼교통합론의 기원을 이뤘다. 서산대사는 의신마을에 위치한 원통암에서 1540년 출가해 휴정(休靜)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서산대사의 의자바위가 있는 곳에서 이홍식 교수의 즉흥강연은 계속되었다. <박스 참조>

 

지리산 힐링 트레킹 참가자들이 이홍식 교수의 인도로 지리산 옛길을 걷고 있다.

 

숲과 물, 명상하기에 최적 조건 갖춰

 

모두들 숲 속에서 이홍식 교수의 즉흥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천하의 조용헌 박사도 예외 아니다. 오히려 조 박사가 조용히 있으니 이상할 정도다. 한편으론 이 교수의 숲 속에서의 즉흥강연이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으리라.

 

조금 가파른 벼랑길인 사지넘이고개를 지나면 아담한 농가가 하나 나온다. 이게 옛 주막 터다. 이 길을 오가는 주민들과 소금장수 등 길손들의 휴식처였다.

   

돌담을 지나자 의신마을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의신마을은 신()이 머물고 갔다고 할 정도로 경치가 수려하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산지인 의신사, 서산대사가 출가한 원통암, 조상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은 지리산역사관, 의병묘, 당산제 등 역사와 문화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이어 마을로 접어들어 의신계곡 다리를 건너면 옛길이 끝난다. 길이 계곡을 끼고 있어 풍부한 음이온으로 몸과 마음의 치유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거기에 최고의 정신과 명의와 최고의 동양학자의 즉흥강연을 더하니 정말 힐링이 되는 듯했다. 참가자들 모두 정말 좋은 힐링 트레킹이었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지리산 옛길 돌담을 지나면 의신마을 전경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이홍식 박사의 ‘Natural Healing Process’ 현장 강의

 

숲과 걷기효과가 어우러지면 영적 변화까지

 

걷기나 등산이 항우울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미국 임상실험에서 자주 거론되는 유명한 사례다. 3일 정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자연친화적으로 변한다. 그런데 숲 속 자연에서 걸어야 한다. 왜 인간이 자연 속에서 걸어야 하느냐 하면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뇌파에 가장 맞다. 지리산은 한국에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숲을 보면 질병 치료율이 높아지고, 직장에서의 업무효율도 좋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되었다. 숲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례는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의 사례에서도 그대로 입증되었다.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어내 그냥 키운 것과 숲 속에서 키운 놈을 비교 관찰했다. 그냥 키운 것은 전혀 사회성이 없고 괴팍한 성격을 보였다. 반면 숲 속에서 키운 놈은 어미에게서 키운 것과 유사한 성향을 나타냈다. 이것은 숲이 마치 어미의 품속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이 그만큼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다. 왜 사람이 숲 속을 걸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 걸으면 신체 건강해져서 좋고, 정서 순화되어서 좋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인간이 암과 같은 병이 생기는 것도 자연생태계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자연 상태로 균형을 맞추려는 ‘Natural Healing Process’과정이 있다. 비정상적 상태가 되면 정상화시키려고 면역체계가 작동한다. 몸에 열이 나는 것도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체내의 건강한 세포와 싸우기 때문이다. 열이 날 때는 몸을 쉬라는 의미다. 이를 무시하거나 더 무리하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신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해진다.

 

의학에서 ‘157015’가 있다. 15%는 병원에 안 가도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이고, 70%는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나머지 15%는 꼭 병원에 가야만 해결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서 ‘Natural Healing Process’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것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바로 걷기나 등산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자연 상태의 맑은 공기를 마신다든지,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든지,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Natural Healing Process’가 빨리 회복되고 건강도 되찾는다. 더 나아가 영적인 변화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숲과 걷기의 효과가 어우러진 상태에서는 영적인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사진 | 박정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