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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육? 교육환경 개선이 먼저다

풍월 사선암 2013. 8. 14. 07:07

무상교육? 교육환경 개선이 먼저다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러시아 속담)

"공짜로 처방전을 써 주는 의사의 충고는 듣지 마라."(탈무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우리나라)

 

이 모든 것이 공짜와 관련한 속담이다. 공짜에 대한 공경과 함께 경계,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를 비꼬는 내용이다. 이러한 속담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대체적으로 무언가 받게 되면 줘야 하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진리를 암시한다.

 

최근 당정청이 고교 무상교육을 201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 고교생은 165만명, 소요 예산은 21500억원에 이른다. 물론 현재도 저소득층 자녀, 특성화고 재학생, 공무원 자녀 학비보조 수당 등 11762억원 정도가 지급되고 있어, 현재보다 약 1조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고교 무상교육 실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민과의 약속이고, 선진국 대부분이 고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불과 3년 만에 전면 실시하는 데 따른 고려사항과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첫째,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단지 단발성 사업이나 한 해에 투여되는 예산이 아니라 매년 수조 원이 투여되는 국책사업이다. 무상 의무교육은 1959년부터 초등학교부터 실시된 이후, 중학교는 1985년부터 도서벽지 지역이 실시됐고 20년이 지난 2005년에 전면 실시됐다. 이에 비해 고교 무상교육은 2014년부터 도서벽지읍면지역과 특성화고부터 시작돼 4년 만인 2017년에 전면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소요 확보책과 그에 따른 여타 교육예산의 축소 등 풍선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복지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상급식, 무상교복,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 무상시리즈가 정치권의 이슈 창출 도구화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무상시리즈 속에 정작 보이지 않는 실질적 교육복지는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고교의 10.2%1181곳이 비가 새고 있음에도 못 고치는 형편이다(20128월 기준). 여기에 더해 지저분한 화장실, 찜통 교실과 냉장고 교실로 표현되는 열악한 교육환경도 보이지 않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무상 급식은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지 않아 좋겠지만 궁극적으로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고,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급식의 질 저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셋째, 무상교육보다 의무교육 내실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산층 이상의 무상복지는 오히려 소외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배려와 지원, 의무교육의 질적 보완을 제약하는 역설을 가져온다. 학생과 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학생을 잘 가르치고 열심히 연구할 수 있도록 교사의 사기와 열정을 되살리는 교원복지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편적 교육복지에서 선택적 교육복지로 과감하게 전환하길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공짜도 좋지만 공짜의 역습에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말이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의무교육 과정인 공교육 환경부터 개선하여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와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교사들이 신명나게 학생교육에 매진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복지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찜통 교실, 냉장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반복되지 않고 개선되길 기대한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