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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30년 산증인, 강남 세브란스병원 박정수 名醫

풍월 사선암 2013. 8. 5. 15:58

"갑상선수술 안해도 된다? 속 터지는 소리"

 

갑상선암 30년 산증인, 강남 세브란스병원 박정수 名醫

정년퇴임과 동시에 재임용된 세브란스 128년 사상 첫 인물

 

수술환자 한 해 1000"수술 집도할 때 가장 행복"

와이프가 그러데요 "당신, 일 안하면 금세 죽을걸"

 

대한민국에 명의(名醫)로 불리는 의사 많지만, 그이는 좀 별나다. 대학병원에선 보기 드문 70세 현역.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28년 역사상 정년 퇴임과 동시에 재임용된 최초의 인물이란다. '전성기'가 지났을 법한데도 하루 진료하는 외래환자가 100~150. 수술 환자는 한 해 평균 1000명에 달한다. 진료실 3개를 동시에 터놓고 사용해도 전국에서 몰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점심밥도 겨우 때운다. 그래도 좋단다. "지독한 몸살을 앓다가도 수술실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이 낫는다"는 이 외과의사의 이름은 박정수다.

 

요즘 여성들 사이 가장 '(hot)'한 갑상선 질병이 박 교수 전공이다. 너무 흔해 '국민 질병'이라로 불리고, 완치율이 높아 '로또암'으로 희화되는 갑상선암()과 싸워온 지 올해로 만 30. '갑상선암 치료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박 교수는, 퇴임 무렵 유명 종합병원들에서 쏟아진 파격적인 영입 제의를 마다하고 모교에 남았다. 갑상선 암환자만을 위한 방사성동위원소(항암) 치료실 6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세브란스가 수락했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박정수 교수의 갑상선암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세간에 퍼져 있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전문의도 아닌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니 속이 뒤집어지지요. 물론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려 '거북이암'이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방치하거나 수술을 미루면 암의 성질이 아주 나빠집니다. 수질암, 미분화암인 경우엔 매우 위험하죠."

 

박정수 교수는 갑상선암에거북이암이란 별명을 붙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했다.“ 급작스럽게 악화되는토끼암도 많거든요. 얕보지 마세요.” 

 

'1미만의 작은 결절()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오해다. "1이하라도 암세포가 피막을 뚫고 나왔거나 림프선에 전이됐다면 수술해야 합니다.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하고 치료하기 쉽다는 유두암도 열어보면 50% 이상이 림프절로 전이돼 있어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작은 암세포까지 생각하면 결절이 작다고 안심할 수 없지요. 어떤 암이라도 조기 발견해 제거해야 완치율이 올라갑니다."

 

박 교수의 수술 실적이 세계적이다 보니, '과잉 진료' 논란에 오르기도 한다. "미세한 암세포 발견율이 증가하는 건 영상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통계를 보면 1이상의 암세포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요. 지구 환경과 관련된 다른 원인이 있다는 거지요."

 

유독 한국, 특히 여성들에게 갑상선암이 많은 이유는 뭘까. "제일 많이 관련된 게 방사선이에요. 방사선이 갑상선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키죠. 그래서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어린아이들한테 쓸데없이 방사선 찍게 하지 말라는 거예요. 솔직히 CT, PET 촬영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어요."

 

·미역·다시마 등 지나친 요오드 섭취와도 연관성이 높다. "(섭취량이) 세계 최고지요. 오늘도 우리 병원 식당에 미역국이 나왔어요(웃음)." 이 밖에 비만도 갑상선암 유발 원인이 된다. "비만인 사람이 3배 정도 발생률이 높습니다."

 

박정수 교수는 독특한 '수술방' 철칙으로도 유명하다. 겁을 잔뜩 먹고 수술대로 실려온 환자를 위해 비발디의 '사계' 등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1단계. 그다음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며 특유의 사투리로 다독인다. "걱정 말고 한숨 푹 자래이. 우짜든동 내가 잘해줄끄마."

 

박 교수가 지난해 인터넷에 개설해 회원이 4000명을 넘어선 '거북이 카페'는 환자들과의 소통 창구다. "두세 시간 기다려 1~2분 진료받으니 환자들이 화나고 억울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지요. 환자들 궁금증도 풀어주지만, 거꾸로 의료진의 고충을 환자들이 이해하게도 되지요."

 

체력이 달리지 않느냐 물었다. "보시다시피! 우리 와이프가 '당신은 일하지 않으면 금세 죽을 거야'라고 할 만큼 일중독이에요. 어려서 집이 워낙 가난해서 공부만 붙잡고 살았어요. 그래서 노는 법을 몰라요. 환자 보고, 음악 듣고, 글 쓸 때 가장 행복하죠. 뉴욕에 있는 미국 동료 의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하데요. '우리에게 수술이란 일이 아니다. 인생의 기쁨이다. 그래서 널 찾아오는 환자는 행복하다'."

 

김윤덕 기자 : 2013.08.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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