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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醫와의 만남 - 싱겁게 먹어야 삶이 건강해진다

풍월 사선암 2013. 8. 3. 23:46

싱겁게 먹어야 삶이 건강해진다

콩팥병 권위자 김성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싱겁게 먹기운동

 

名醫와의 만남 - “싱겁게 먹어야 삶이 건강해진다

콩팥병 권위자김성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30여 년간 20만 명 콩팥병 환자치료해싱겁게 먹기대중운동 벌여 인생 2막 열어

 

주요 질병 분야에서 한국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어서 OECD 국가 중에서도 선두권에 속한다. 월간중앙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의 명의들을 차례로 만나 세계 수준의 국내 의료기술의 현주소와 질병 관리, 예방법 등을 듣는다. 만성콩팥(신장)병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김성권 교수를 만났다.

 

한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 앞에 권위자라는 수식을 얻기란 쉽지 않다. 자부심이 크기로 소문난 의료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주저없이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가 있다. 국내 신장내과 분야에서 최고 전문의로 꼽히는 김성권(64) 서울대병원 교수다. 그는 콩팥병 연구와 치료에서 많은 업적을 쌓아 올렸을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지킴이로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흔히 콩팥병은소리 없는 질환으로 불린다.병세가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증세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600만 명가량이 콩팥병을 앓는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합병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일반인에 비해 10~100배 높다.

 

현재까지 말기 신부전 등 만성 콩팥병의 치료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밖에 없다. 전체 콩팥병 환자 가운데 1%가량인 말기 신부전을 앓는 6만명이 이 치료법에 매달린다. 김 교수는 말기 신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장질환의 종류인 사구체 신염과 루푸스 신염 치료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1985~87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대학 의대에서 신장염과 혈액투석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 100여 편 등 총 500여 편에 이르는 논문을 펴냈다. 그중에서 콩팥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간염 바이러스를 파괴시키는 인터페론 치료법을 적용한 연구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신장염 환자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루푸스 신염 환자가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외국의 치료법을 도입하고 발전시켰다. 그가 국내에서 사구체 신염, 루푸스 신염 치료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유다.

 

루푸스·사구체 신염 치료에서 탁월한 성과 보여

 

김 교수는 대한신장학회 이사장(2006~2008)과 신장학연구재단 이사장(2007~2008)을 역임하면서 콩팥병 연구와 대중운동에도 힘써왔다.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2007년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정한 세계 콩팥의 날행사를 국내에 도입해 매년 3월 개최해왔다.

 

또 같은 해 신장학연구재단을 설립해 국내 콩팥병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김 교수는 2009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신장학회(ISN; International Society of Nephrology) 이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임기는 2015년까지 6년간이다. 세계신장학회의 이사 선출은 신장전문의 1만 명이 모여 투표로 선출한다. 김 교수의 실력을 세계 의학계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는 요즘 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콩팥병 예방을 위해 펼치는 싱겁게 먹기대중운동이 그것이다. 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고염식단을 개선시키는 일이다. 김 교수는 콩팥병은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며 싱겁게 먹는 것만으로도 콩팥병 예방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께는 콩팥병의 권위자란 수식이 붙는다. 애당초 신장학을 공부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 집 앞에 내과의원이 있었는데 그 주변에서 많이 놀았다. 그때 병원과 친숙한 기억이 의대 진학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웃음) 1970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는데 마침 그해에 의과대학 교육제도가 바뀌었다. 해부학·생리학과 같은 전통적 학문에서 장기별로 학과가 세분화된 것이다. 통합교육이 시작된 것인데 신장학이 첫 번째 통합교육 대상이었다. 서울대 의대가 처음으로 신장학을 가르쳤고 당시 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콩팥병은 어떤 병인가?

 

흔하고 위험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콩팥병은 소변검사를 해서 3개월 이상 알부민뇨와 단백뇨에 이상이 발견되거나 신장 기능이 정상의 60%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일컫는다. 콩팥병의 가장 큰 특징은 위험신호를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변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는 한 발견하기가 힘들다.

 

콩팥병이 무서운 이유는 콩팥병 환자가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서다.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0~100배나 높다. 콩팥병으로 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콩팥병 환자가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으로 사망활 확률이 높은 이유는?

 

콩팥병과 심혈관질환은 병의 원인과 경과가 비슷하다. 요즘은 의학계에서도 콩팥병·심장병·뇌혈관질환을 하나의 질병군으로 본다. 나이와 운동 여부·음주·흡연·당뇨·고혈압 등 발병 원인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콩팥은 말초혈관덩어리이기때문에 콩팥이 나빠지면 혈액과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질병이 확대, 재생산 된다.

 

국제신장학회에서도 콩팥병으로 인한 합병증을 경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짜게 먹는 사람은 콩팥이 나빠지면 나트륨이 오줌으로 빠져 나가질 못해 고혈압이 심해지고 심혈관 질환이 악화된다. 담배를 피워도 콩팥병이 있는 사람은 더 악영향을 입고 고혈압 치료가 더디다. 콩팥병이 기존의 병을 키우는 것이다.”

 

-콩팥병의 위험 신호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콩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콩팥병은 50세 이상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1~2년에 한 번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증세가 없을 때 콩팥병 여부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당뇨병과 고혈압 등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

 

콩팥병 환자, 합병증 발병률 10~100배 높아

 

-사구체 신염, 루푸스 신염 연구에 힘써왔다. 콩팥병 치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콩팥병 중에서도 루푸스 신장염이나 사구체 신장염 환자들의 생존율이 1960년대부터 점점 늘어났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는 1년 안에 90% 이상이 사망하던 환자들이 이제는 10년 안에 15%도 안 죽는다. 환자들이 투석을 받는 비율도 많이 줄었다.

 

우리나라 투석 생존율이나 사구체 신장염 생존율은 세계 최고다. 예전 치료수준이 권총이었다면 이제는 대포나 미사일 수준이라고 할만큼 치료법이 좋아졌다.지난 30년간 신장 조직검사를 함께한 연구진만 7000명 정도 된다.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이 좋은 이유는 의료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콩팥병 완치가 가능하다는 뜻인가?

 

완치가 가능하다. 콩팥병 치료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싱겁게 먹기를 비롯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세계 의료진들이 완치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이탈리아에는 콩팥병 완치 클리닉이 생겼고, 2년 전 열린 세계신장학회에서는 앞으로는 콩팥병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 언급되기도했다.영국에서는 콩팥병에 새로 걸리는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다.우리나라도 현재 콩팥병에 걸린 환자를 잘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고치면 발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콩팥병을 예방하려면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나?

 

“7가지 생활습관을 권한다. 금연을 하고 음주는 하루 두 잔 이하로 한다. 여성의 경우 하루 한 잔 이하가 좋다. 1주일에 3회 정도 30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한다. 체중은 BMI(체질량지수) 2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저염식의 식사를 하고 혈압·당뇨·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 의사가 처방한 약 이외에는 복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콩팥병 치료법의 전망은 어떠한가?

 

이미 좋은 치료법이 많이 나와 있다. 새로운 치료법은 그것을 증명하는 데만 20년 이상이 걸린다. 환자들에게 적용해서 효과가 있다고 증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환자들이 얻는 혜택은 없다. 지금까지 입증된 치료법만 제대로 시행해도 굉장히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향후의 관건은 공유여부다. 그동안 의사들도 내가 특별한 치료법을 갖고 있으니, 환자들이 나를 보러 오게 해야 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의사들끼리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진료실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 한두 사람을 잘 치료하던 때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는 모두 공개해서 대중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제신장질환단체(KDIGO; Kidney Disease Improve Global Outcomes)에서는 콩팥병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 지금까지 만든 책만 열두 권이다. 지금 우리가 확보한 치료법을 잘 공유하고 정리해서 다른 더 많은 사람이 치료법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의 치료법을 모든 의사가 알고 치료에 적용하는 게 최신 치료법 이상으로 중요하다.”

 

콩팥병 연구와 치료에 평생을 바쳐온 그는 내년에 정년을 맞는다. 김 교수가 요즘 관심을 갖는 분야는 대중운동이다. 2011년에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주관의 나트륨줄이기국민운동본부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지난해에는 직접 싱겁게 먹기 실천연구회를 설립했다.

 

정년을 앞둔 시점에서도 새로운 일을 벌이는김 교수를 두고 의학계 인사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 이유다. 임춘수 서울의대(내과) 교수는 의학적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콩팥병 연구와 대중운동에서 놀라운 추진력과 열정을 보이는 분이라며 국내에서 콩팥병에 대해 이 정도로 헌신하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콩팥병 조기발견해 치료하는 힐링센터 열 계획

 

그는 요즘 매주 목요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싱겁게 먹기 실천연구회 사무실로 나간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싱겁게 먹기강연을 하고 소금 과잉섭취와 관련한 임상 연구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콩팥병 지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한 활동이다.

 

-싱겁게 먹기 실천연구회를 만든 계기가 있었나?

 

정년이 다가올수록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안위를 생각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한테 혜택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65억 세계 인구 중 1%가 매년 죽는다. 죽음에 이르는 갖가지 원인으로는 고혈압과 당뇨·흡연·음주 등이 꼽힌다. 지난 30년간 20만 명의 환자를 진찰하면서 눈앞의 환자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 이외의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내 눈앞에 없는 아프리카 오지의 사람들까지 동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임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딸(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미친 영향도 크다. 고급 오페라를 하기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는 딸의 말을 듣고 대중을 생각하게 됐다. 대중에게 이익이 되는 일,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이제 막 뛰어든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짜게 먹는가?

 

다섯 살짜리 아이가 소금을 하루에 20g까지 먹는 경우를 봤다.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짜게 먹는다.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짠맛에 길들여져 있다. 심하게 말해 바닷물보다 짠 음식을 먹는 국민이 많다. 이는 단순히 한국 음식이 장()을 많이 쓰거나 맵고 짠 음식이 많아서가 아니다. 짜고 달아야 음식이 잘 팔리는 외식 문화에 기인한다. ‘싱겁게 먹자는 국민적 합의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짠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건 대단히 어렵다. 미디어가 나서고 국가와 사회가 주도해서 싱겁게 먹자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줘야 바뀐다.”

 

-싱겁게 먹기가 왜 중요한가?

 

소금을 줄이면 사람을 살리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한림원에서 출간한 <미국인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전략>을 번역하면서 소금 줄이기에 적극 뛰어들게 됐다.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모두 금연하면 81000명이 살고, 소금을 줄이면 8만 명이 살 수 있다. 국민들이 금연하게 만들려면 홍보비용도 많이 들고 쉽지 않지만 소금 줄이기는 외국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핀란드에선 미디어가 5~7년 정도 꾸준히 싱겁게 먹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디어가 분위기를 만들고 정부가 나서서 소금을 줄이자 뇌졸중 환자가 80%나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짠맛에 익숙해진 사회에서 나 혼자 싱겁게 먹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가능하다. 병에 걸리기 전에 싱겁게 먹기를 실천함으로써 질환으로부터 벗어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은?

 

내년 3월에 콩팥 힐링센터를 열 계획이다. 콩팥병의 조기발견과 진단·예방·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하는 클리닉이다. 콩팥병의 합병증인 고혈압과 여러 다른 심혈관질환까지 관리,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하루 일과 중 70%를 환자 보는 데 쓰고 20%가량을 연구에 썼다. 앞으로는 하루 24시간을 연구와 대중을 만나는 데 쓰려고 한다.”

 

글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