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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최고 권위자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풍월 사선암 2013. 8. 2. 23:30

名醫와의 만남 - “원시인의 생활에서 질병 예방의 지혜 배우라

 

뇌졸중 최고 권위자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서양인의 뇌졸중 발병 구조 달라입원 후 사망환자 7%에 불과, 발병 직후 신속조치하면 완치 가능

     

◀김종성 교수는 뇌졸중 최고권위자로 인정받는다. 김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휴먼 메디칼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올린다. 그는 모든 질병의 예방을 위해 원시인의 생활 습관을 닮으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과학자는 예외 없이 훌륭한 작가 출신이었다. 갈릴레이·뉴턴·다윈·프로이드 등이 그렇다.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 김종성(58)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역시 인문학을 의학에 접목한 휴먼 메디컬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방오영 삼성서울병원(신경과) 교수는 김 교수를 일러 세계 각지의 보석 같은 여행지 소개부터 예술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학문적 열정을 가진 의사라고 평한다.

 

53일 오후 김 교수를 만나러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병원 동관 14층 코너에 위치한 5평 남짓한 그의 집무실에는 벽면에서 바닥까지 외국 원서 등 온갖 책과 각종 서류로 가득차 있다. 그럴싸한 진열장 하나 없다. 장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하다. 허식을 싫어하는 전형적 학자의 모습이다. “필요한 책을 찾으려면 힘들겠다고 말하자 그래도 별 문제가 없다며 웃었다. 남들이 보기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가운데 자신만의 질서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가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는 데에는 김 교수처럼 각 의료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를 다수 배출한 덕분이다. 뇌졸중 분야에선 김종성 교수가 가장 선두에 서 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헨리포드병원 뇌졸중연구소 연구원(1992~1993)을 거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뇌신경연구과장(1994~1997),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30년 가까이 분야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 2002년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노벨의학상에 가장 근접해있는 한국인으로 뽑혔고, 이듬해엔 한국의 노벨의학상으로 불리는 분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의학계의 인사들은 그의 인문학적 소양을 특히 높이 평가한다. 김 교수는 1998<뇌졸중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뇌졸중 119> <춤추는 뇌> 등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책을 다수 집필했다. 그 중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1잠은 왜 잘까편은 2002년부터 중학교 2학년 국정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의학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쌓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동물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다. 음악이나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필·소설 등 대중서적을 많이 읽었고, 시 쓰기를 배우기도 했다. 그런 성장과정에서 감성이 남들보다 조금 발달한 것 같다.”

 

-첫 번째 쓴 대중 의학서적의 탄생 과정이 꽤나 흥미로웠다. 경위를 설명해 달라.

 

신경과에서 공부하고 논문만 쓴 게 십수 년 됐다. 그런데 논리적 글만 쓰다 보니 성격까지 경직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수필을 써보았다. 그러던 중 군의관으로 있을 때 환자로 찾아온 역사학과 출신 사병이 있었다. 제대 후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쓴 수필을 보여줬더니 재미있다면서 친구인 출판사 사장을 소개해줬다. 그 출판사 사장이 뇌와 관계된 수필만 모아서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했고, 그래서 나온것이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었다.

 

의사가 뇌와 관련된 수필을 쓰는 것이 흔치 않으니까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곳에서 뇌 의학을 문학적으로 써 달라고 원고 청탁이 밀려왔다. 그래서 한 일간지에 뇌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2년가량 글을 연재했다. 그것이 또 책으로 출간됐고, 그 인연으로 다른 곳에서도 잇따라 청탁이 들어왔다.”

 

세계 최초 뇌졸중 교과서 발간

 

그는 2008년에 <뇌혈관 동맥경화(Intracranial Athero sclerosis)>라는 신경과학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발간했다. 이 교과서는 김 교수의 주도로 미국 하버드 대학의 원로 석학인 루이스 캐플런(Louis R. Caplan)과 역시 세계적 석학인 홍콩대학 로렌스 왕(Lawrence Wong)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출판사는 출간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의 의학 전문 출판사 와일리 블랙웰(Wiley Blackwell)’이었다. 이 책이 뇌졸중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유다.

 

김 교수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책에는 뇌혈관 뇌졸중의 세계 분포와 발병 기전, 진단 기술과 치료 등 모든 것을 수록해 전 세계 뇌졸중 의사의 연구와 진료의 지침서로써 도움이 됐으면 한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 논문을 쓰는 의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총 190여 편의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을 국내외에서 발표했다.

   

-블랙웰에서 책을 내기가 만만치가 않다고 들었다.

 

오래전에 블랙웰에서 나온 책의 한 챕터를 맡아서 쓴 적은 있다. 책 한 권 전체를 저술하겠다고 연락했더니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이 책이 왜 필요하며, 왜 당신이 써야 하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쓸 것이며, 얼마나 팔릴 것 같으냐 등의 내용이었다.

 

회신을 해주는 데 6개월가량이 걸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야의 대가들에게 리뷰를 보내서 이 사람이 이 책을 쓸 만한 사람인지 등을 조사했다고 했다. 논문이 실릴 때 리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10명이 신청서를 내면 그중 한 명 정도가 책을 낼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 아 블랙웰에서 책을 내는 게 참 어렵구나하고 느꼈다.”

 

뇌신경 과학 교과서를 쓰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동양인과 서양인은 신체 구조가 다소 다른데 동양인의 관점에서 쓴 교과서가 나온 적은 없었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맥경화인데, 서양인은 목 동맥처럼 목 아래쪽 혈관에 동맥경화가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동양인이나 흑인·히스패닉(중남미인)은 두개강(머리뼈 속의 공간)에 있는 동맥에 동맥경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과서는 서양에서 집필했기 때문에 뇌졸중은 대부분이 목 동맥혈관의 경화가 원인이다고만 쓰여 있었다. 두개강에 대해서는 거의 없었다.

 

동양인은 전 세계 인구의 60%, 아프리카인은 12%가량 된다.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유럽·미국을 다 합해도 20%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니 두개강에 있는 동맥 경화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교과서를 써서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뇌중풍이나 편두통 진단과 치료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다. 뇌중풍 뒤 복잡하고 다양한 감각장애와 뇌간에서 생기는 뇌중풍 연구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두통과 뇌졸중이 함께 나타나는 멜라스병환자를 국내에서 처음 알렸으며, 일어서면 발생하는 두통인 기립성 두통의 중요한 원인인 두개뇌압저하증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분석해 세계적 학술지 <뉴놀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편두통의 새로운 치료제인 졸미트립탄의 효능에 대한 임상연구를 완료한 상태다.

 

뇌졸중은 어떤 질병인가?

 

기본적으로 뇌혈관 질환이다. 서양에선 스트로크(stroke)라고 한다. 뇌의 무게는 1200~1300g가량으로, 몸 전체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워낙 중요한 장기고, 하루 종일 일하는 장기다 보니 산소나 영양분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 산소나 영양분을 백혈구가 갖다 주는데, 그 통로가 혈관이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 일부가 갑작스럽게 기능을 못하게 되고 기능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뇌졸중이다.”

 

비약적 치료술 발전으로 사망환자 7%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뇌졸중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데...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가 있다. 서양인은 목 동맥경화가 많은 반면 동양인은 두개강 동맥경화가 많다. 두 가지의 경우를 비교했을때 어느 한쪽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것은 아니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뇌출혈이 많은 편이다.”

 

뇌졸중의 위험 신호는 어떻게 찾아오나?

 

뇌혈관 질환인 만큼 혈관을 손상시키는 요인은 모두 위험 인자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을 손상시키는 위험요인이 많을수록 특별한 증상은 없어도 뇌졸중이 다가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짜게 먹는 식습관·흡연 등이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1950년대 뇌졸중이 사망 원인 1위였다. ‘짜게 먹지 마라, 담배 피지 마라교육을 했더니 비율이 줄었다. 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은 뇌졸중으로 죽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남부아시아나 중국 등 의료 후진국에서 짜게 먹고, 담배 많이 피고 그러다 보니 뇌졸중이 많다.”

 

-뇌졸중이 짜게 먹는 식습관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짜게 먹는 습관이 뇌졸중과의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치료방법은 다른가?

 

뇌경색은 급성기에는 정맥에 주사를 놓거나 동맥에 시술하는 혈전 용해술을 쓴다. 손상이 커서 뇌압이 크거나 경동맥에 이상이 있으면 수술을 한다. 대부분 약으로 치료하며, 수술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뇌출혈은 손상이 커서 뇌압이 클 때는 수술하는데 그 비율도 10% 미만이다. 뇌졸중 전체로 볼 때 수술은 20%를 넘지 않는다.”

 

-뇌졸중은 완치가 가능한가?

 

뇌혈관이 막혀서 발병하는 뇌졸중은 어느 부위에 얼마나 막혔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70~80대 고령자는 MRI를 찍어보면, 무증상뇌경색(무증상뇌졸중)이 있다. 혈관이 오랫동안 망가졌는데도 증상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조금만 뇌졸중이 와도 그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다.

 

완치가 힘든 경우다. 하지만 최근엔 치료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재 뇌신경과의 경우에 입원 후 사망환자는 7%가량이다. 굉장히 줄어든 수치다. 아직도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긴 하나 예전처럼 치명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뇌질환에 걸렸을 때 동반되는 질환은 무엇이 있나?

 

뇌가 손상되면 감정장애가 올 수 있다. 우울증과 의욕 부진을 동반한다. 뇌졸중이 여러 번 오면 치매로도 발전한다.”

 

뇌졸중은 예방이 최우선이다

 

-개발 중이거나 이미 개발해 효능이 입증된 치료법이 있다면?

 

뇌졸중의 치료법은 뇌혈관 내부와 외부 등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바깥쪽이 동맥경화다. 약 이름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특정 의약 물질이 좋은 듯해 시험했더니 혈관이 막히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현재는 중국 등에서 그 약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뇌졸중 발병 이후 생기기 쉬운 우울증 등 감정적인 장애를 예방하는 약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뇌졸중 치료 수준을 평가한다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대학병원에 있는 3차 병원센터는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의 톱 랭커들과 수준이 똑같다. OECD에 따르면 뇌졸중 사망률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다. 그만큼 큰 병원에선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규모가 작은 시골 병원들이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해야 하는 병인데, 시골은 큰 병원으로 옮기는 데 시간적 제약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대구·광주 등 각 지역마다 권역별 뇌졸중 센터를 지정했다. 그러나 도서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발병 후 대도시로 오기까지 수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상의 철칙이 있다면?

 

발병 후에는 대형병원에 빨리 와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병 전에는 원시인을 닮아라고 조언한다. 원시인은 하루 종일 뛰거나 걷는다. 그리고 적당히 먹는다. 원시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원인인 과체중이 없지 않나. 그리고 원시인은 춤을 춘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 중의 하나는 금연이다. 담배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이 같은 생활 태도를 갖도록 강조한다.”

 

김 교수는 한국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것은 임상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구지원금 등 연구환경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의료부문에서까지 무섭게 뒤쫓아 오는 중국이 두렵다고도 했다. 그는 의학계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이나 기초의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줘야 한다. 그동안 서양 의학 교과서로 공부했기 때문에 동양인에 맞는 뇌졸중 연구는 뒤처져 있었다. 세계 인구의 60%가량이 아시아계 아닌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연구가 이뤄져야한다.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 <(Cell)> 같은 세계적 과학저널에 실리게 하는 것도 방법론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의학계는 논문 생산은 많아도 선진국 의학계에 비해 세계적인 전문저널에 실리는 횟수가 상당히 적다.”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사진·지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