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착한 곳엔 더 가고 싶다

풍월 사선암 2013. 7. 3. 09:51

 

착한 곳엔 더 가고 싶다

 

여름이 온 세상을 신록으로 만들어 놓으니 푸르름이 넘친다.

숲 속 길을 걸으며 짙은 자연의 향기를 마시고

이름도 모르는 야생화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불알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 치매 걸렸냐? ”

 

아니, 나 치매 안 걸렸는데....왜 그래?”

 

근데 전화 한 통 없냐.”

 

글쎄, 하는 것 없이 바빠서 그랬나 봐.”

 

, 지랄 말고 ‘여수식당’으로 나와! 근데 김가, 이가, 박가 놈들도 나오라 할까?”

 

니 꼴린 대로 해!”

 

그리고는 발길을 돌려 어슬렁 어슬렁 우리들이 자주 만나는 여수식당으로 나갔다.

그 식당은 전라도 분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음식이 괜찮다.

 

한 잔 들어가니 핏대세우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용감한 분을 욕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욕을 하자 들면 거북이 바위에서라도 뛰어 내려야 할 전직 대통령들 많지 않은가.

모두들 NLL박사들이 되어 있었다.

 

, 이젠 그만해라.

 그 소리 지겹다 지겨워.

 이대호, 추신수, 류현진 얘기 좀 해 봐라!”

 

이야기를 바꾸니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고

술도 꽤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또 한 바탕 소란을 피웠다.

서로 식대를 내겠다는 아름다운 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가위, 바위, 보로 식대 낼 사람을 결정하기로 했다.

 

바위는 가위를 이기고, 가위는 보를 이기고,

보는 바위를 이기고, 누군가 잘도 만들어 놨다.

 

서로 밥값 내겠다 하여 이긴 사람이 내기로 했었다.

영광스럽게도(?) 내가 이겼고 내가 식대를 냈다.

 

그런 후 얼마 지나 카드사용 내용서가 날아왔다.

확인했다. 얼마나 썼고 맞는지.

 

그런데 여수식당 식대 대금이 이중으로 기재 되어 있었다.

그 때 카드를 주고 싸인을 하는데 카드용지가 잘 안 나오니까

다시, 다시 싸인 하라고 해서 시키는 되로 했었다.

앞에 것을 취소시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확인했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식대를 두 배로 낼 뻔 했었다.

식당에 가서 그 사실을 설명하니

얼마냐며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돈을 내주는 것이었다.

카드 내역서에 이중으로 기재된 것을 보여주니 확인도 않고 “됐어 유.

그리고는 헛걸음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식사를 대접하겠노라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사람이 훌륭할수록, 더욱 다른 사람의 부정직을 의심하려 들지 않게 된다. -키케로

(The better a man is, the less ready is he to suspect dishonesty in others.)

 

그래도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는 신뢰가 남아 있구나.

麗水식당에서 老子上善若水의 뜻을 되새겨봤다.

 

기분 좋다. 모두 모여라!

 

돌려받은 돈 45천원 그 식당가서 몽땅 다 써 버릴란다.

이번엔 가위, 바위, 보 할 필요 없당께. 착한 곳엔 더 가고 싶어진다.

 

- bellee님의 글 -

 

간장게장전문 - 전라도 여수식당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 257 번지(031-842-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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