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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號 국가정보원이 살아남는 길 - 2부

풍월 사선암 2013. 6. 29. 16:17

정치 시녀 정보공룡에서 날렵한 대북 전담기관으로

남재준국가정보원이 살아남는 길

 

2_ 국정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지난 322일 제31대 국가정보원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멘토인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취임했다.

 

그는 육군총장 시절 인사문제와 관련해 원칙주의자임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가 원칙을 지키자 그를 시기한 세력들은 그를 음해하는 문서를 뿌리는 비열한 공작까지 저질렀다.

 

2004년 그는 군 검찰을 독립시켜 군을 장악하려는 노무현 정부와 강하게 충돌했다. 군은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에, 지휘관 중심의 독재체제를 이루고 있다. 입법-사법-행정이 분리되는 3권 분립이 아니라, 과거의 왕처럼 지휘관이 모든 권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지휘관은 전복 행위(쿠데타)를 할 우려가 있어 국가는 기무사와 헌병을 통해 지휘관의 동태를 항시 감시한다.

 

기무사와 헌병은 기소권이 없다. 그러나 군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수사권, 기무사와 헌병을 지휘하는 권리까지 갖고 있다. 따라서 군 검찰을 독립시키면, 군 검찰은 지휘관을 한 순간에 움켜잡을 수 있다. 그러한 군 검찰 인사권을 청와대가 장악하면 대통령은 군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군의 정치 시녀화 현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군은 적을 바라보지 않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기에 유사시 힘을 못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육해공군의 모든 지휘관이 반대했다. 덩치가 큰 육본의 반발이 외견상 가장 강해 보였다. 그러자 청와대 측은 남 총장을 중심으로 한 육본 수뇌부가 회의에서 정중부의 난운운했다는 이야기를 퍼뜨렸다. 한 신문이 이를 보도해 과연 정중부의 난토론이 있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한 논의는 없었다. 청와대 측이 남 총장을 흔들어 군 사법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그러한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다. 이 소동은 조사에 나섰던 청와대 측이 그런 논의가 없었다고 밝힘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리고 그해 가을 남 총장과 청와대는 두 번째로 맞닥뜨리게 됐다. 10월에 있었던 육군의 대령준장 진급자 선발이 계기였다.

 

원칙주의자 남재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장군 인사를 앞두면 여러 곳에서 청탁이 들어온다. 육군총장은 이 가운데 받아들여야 할 것은 수용해 추천위와 선발위에 전달해 그를 진급자로 추천하게 한다. 남 총장은 그러한 관례를 금지했다. 오로지 인사자료를 근거로 진급자를 결정하게 했다.

 

그러자 청와대 측이 영남-호남-충청 출신의 비율이 맞아야 한다며 몇몇 추천자를 바꾸라고 했다. 남 총장은 거절했다. 국방부 차관보가 한밤중에 헬기를 타고 계룡대를 오가는 등 소동이 일었지만 남 총장의 원칙을 꺾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안대로 인사안을 결재하면서 내가 군 최고통수권자라고 했으나, 남 총장은 군 통수권자라도 법과 원칙에 맞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결국 그는 육군총장을 끝으로 더 이상 공직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8년 정도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멘토 노릇을 하다가 국정원장에 올랐다.

 

국정원이 정치의 시녀가 된 첫째 원인은 인사에 있다고 본 그는 국정원 인사제도를 육군처럼 바꿨다. 즉 갑··3개 추천위에서 모두 추천받은 이는 진급을 확정 짓고, 나머지는 2개 추천위에서 추천받은 사람을 놓고 선발위에서 심사해 결정하게 했다. 원장은 개입하지 않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공정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렇게 인사제도를 개혁하면 국정원의 고질인 정치 시녀화 현상은 사라질까. 원세훈 원장 시절의 국정원은 친MB 일변도였다. 원 원장 자신이 이명박맨이었으니 부하들도 MB 사람 일색으로 구성됐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원 원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MB와 너무 가까웠다는 것을 지적한다. 원 원장이 국가를 위한 정보활동보다는 MB를 위한 정보활동을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한 이들은 진급을 했고, 떨어져 나간 이들은 야당을 기웃거리다 절대 금물(禁物)인 정보 누설을 하게 됐다.

 

남 원장은 군 출신이지만 전역 후 10년 가까이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멘토를 했으니 정치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그의 주변에도 박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직원들이 몰려드는 정치 시녀화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야당에 줄을 대려는 직원이 생겨날 수 있다.

 

정보기관의 견제와 균형

 

정보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정보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의 정보체계에서 배울 만한 것을 따라가는 것이 정보기관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국정원 1급 출신의 한 인사는 인사제도 개혁만으로는 국정원의 정치 시녀화를 막을 수 없다국정원을 CIA처럼 해외·대북 정보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국내외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는 종합 정보기관이다. 경찰청, 기무사, 777부대, 정보사, 관세청, 국세청 등은 부문 정보기관에 해당한다. 국정원은 이들을 지휘한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특정 기관이 정보를 종합하면 정보 공룡이 생겨나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29세 때 FBI 국장에 올라 48년간 재임한 존 에드거 후버(1895~1972)1972년 사망할 때까지 FBI 국장으로 있으면서 8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했다. 대통령이 8명이나 바뀌었는데도 후버가 FBI 국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FBI의 정보력으로 대통령의 약점을 잡은 것이 거론된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했으니 어떠한 대통령도 그를 내칠 수 없었다. 이러한 역사가 있어 미국은 특정 정보기관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게 했다. 즉 정보를 여러 부문으로 나눠 여러 정보기관에 맡김으로써, 정보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일어나게 한다.

 

미국은 국외 정보는 CIA, 국내 정보와 수사는 FBI, 통신감청은 NSA(국가안보국), 국방 정보는 DIA(국방정보본부)를 중심으로 한 각군의 정보사령부 식으로 16개 정보기관이 나눠서 맡게 했다. 그런데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다보니 16개 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융합하고 교류하게 하는 기관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당한 것이 2001년의 9·11테러였다.

 

그 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 사건을 정밀 조사할 블루리본 위원회를 운영했다. 그리고 몇몇 정보기관에서는 알카에다가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하리라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테러를 막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라 밀쳐뒀다는 것을 알았다.

 

정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정보가 곧 힘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자기에게는 필요 없지만 다른 정보기관에는 중요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해도, 이를 주지 않는 속성이 있다. 2차 연평해전 후 원인 조사에 나섰던 한국도 감청 전문 정보부대인 777부대와 정보사가 경쟁심 때문에 정보 교환망을 끊어놓고 있었던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제야 미국은 16개 정보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종합하고, 각 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다른 기관으로 보내주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DNI(국가정보국)을 만들었다. DNI는 직접적인 정보활동은 하지 않고 CIA를 비롯한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며 이들이 생산한 정보를 종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정보를 각 기관에 고루 나눠주는 임무도 한다.

 

한국에서는 국정원이 이 일을 맡고 있다.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를 모두 맡는 종합 정보기관이면서 경찰청, 국방정보본부 등 부문 정보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정리하면 국정원은 DNI, CIA, FBI의 기능을 합쳐놓은 정보 공룡인 셈이다.

 

따라서 한국 정보 세계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정권을 잡은 세력은 국정원부터 장악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권에 가장 충성할 사람을 원장에 임명함으로써 국정원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국정원에서는 5년마다, 원장이 바뀔 때마다 충성해야 할 대상이 바뀌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줄만 잘 잡으면 기사회생할 수 있으니 자발적으로 정치에 선을 대려는 직원들이 나오는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 시녀화 현상이 폭로되면 국익을 위해 활동해온 해외 및 대북 분야도 올스톱 된다.

 

이 국정원 간부 출신은 이런 고질을 고치려면 국정원을 쪼개 국외 및 대북 전문 정보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외 및 대북 정보기관은 국내 정치 바람을 탈 이유가 거의 없다. 그는 국정원에서 잘라낸 국내 파트는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 국내 파트는 보안활동을 이유로 정부 부처와 사회단체를 살펴본다. 부처 간에 업무가 겹치면 이를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이 일은 국무조정실에서 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에는 보안감사를 하는 공직복무관리관실도 있으니 국정원 국내 파트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다.

 

남재준 국정원의 정보 목표는?

 

국정원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남재준 원장이 정보 목표를 세웠느냐고 반문한다. CIA는 어떤 정보활동을 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유리한지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전통이 있다. CIA는 국외기관이기에 공작 위주의 공격적인 정보활동을 한다.

 

6·25전쟁을 계기로 동서 냉전이 첨예하던 시절 CIA는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국가와 투쟁하는 데 주력했다. 소련과 중국의 핵과 우주개발에 관한 정보, 공산국가가 개발한 신무기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했다. 그때 베를린은 미국과 소련의 정보기관이 맞닥뜨리는 최전선이었다. 그로 인한 반작용이 거세도 CIA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계속 밀고 나갔다.

 

소련을 상대로 한 투쟁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본 1950년대 후반 CIA는 친미국가를 늘리는 공작에 들어갔다. 비동맹 또는 친소(親蘇)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에 있는 나라를 상대로 친미 쿠데타가 일어나게 하는 공작을 한 것이다. 그에 대한 역작용으로 남미에서 체 게바라가 영웅으로 떠오르고 쿠바가 카스트로에 의해 공산혁명을 이뤘다. 베트남에서는 베트콩의 세력이 커지면서 미군이 철수하고 공산화가 이뤄졌다.

 

1991년 동유럽과 소련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 팍스 아메리카나시대가 열리자 CIA는 미국의 패권 유지를 가장 중요한 일로 보고 미국의 첨단기술이 새나가는 것을 막는 대() 산업스파이 활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마약에 중독되는 미국인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과 위조지폐 등을 막는 초국가 범죄 방지에 전력했다.

 

20019·11테러를 당한 후에는 테러 세력 색출을 제1의 목표로 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수행하면서 CIA는 많은 테러리스트를 생포했다. 그러나 미국법은 고문을 금하고 있어 미국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쿠바에 있는 미국 조차지 관타나모에 이들을 수용하고 물고문 등을 하면서 정보를 뽑아내 다시 테러리스트를 잡는 작전을 펼쳤다.

 

그러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고문 사실이 문제가 되자 CIA는 생포에서 제거로 방향을 바꿨다. 그 대표적인 성공작이 2011년 파키스탄에 은신해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한 제로니모 작전이다. CIA의 작전부대로 동원된 미 해군의 UDT/SEAL 팀은 여자 뒤로 몸을 숨긴 오사마 빈 라덴을 주저하지 않고 사살한 뒤 수장했다.

 

그런데 파키스탄이 자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오사마 빈 라덴 등을 사살한 것은 주권침해라고 반발했다. CIA는 파키스탄 정부에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이 반발을 막았다. 그러나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사람을 투입하지 않는 제거 작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즉 프레테터 등의 무인기를 이용해 테러세력을 찾아내 제거하게 했다. 무인기를 이용한 테러리스트 제거 목표를 세운 이는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CIA 국장에 임명된 존 브레넌이다. 브레넌은 CIA 출신으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는 백악관으로 옮겨와 오바마의 안보정책을 보좌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DDOS공격을 가한 뒤로는 CIA는 대()사이버 전도 중요한 정보목표로 설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을 전후한 시점에 북한은 은하-3호를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 세습에 반대해 김일성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인 동까모가 생겨났다고 한다. 김정은의 북한은 군부 책임자를 잇달아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인민무력부장을 50대 중후반의 장정남으로 교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김정은 권력이 안정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남재준의 국정원은 이러한 북한을 어떻게 다룬다는 정보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그런 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는 남 원장이 정보기관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對北 전문 정보기관으로

 

영남 정권으로 이어져온 김영삼 정부 시절의 안기부는 북한에 비밀결사체인 진달래회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민통련이라는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했다. 안기부는 북한 붕괴를 유도하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고 북한 붕괴 시 안정화 작전을 하기 위한 범정부 계획인 고당계획을 만들었다. 이러한 계획들은 DJ가 당선되면서 모두 날아가고 이 계획에 참여했던 이들은 일괄 물갈이가 됐는데 그 시작이 바로 1998년의 북풍사건이다. 남재준의 국정원은 이러한 목표를 세워놓았는가. 원세훈의 국정원은 북한을 무너뜨린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고 방첩과 이명박 대통령 보호에 치중하다 위기를 맞았다.

 

남 원장의 국정원이 정보 목표를 세워 북한 붕괴공작을 하려면 국정원을 종합 정보기관에서 해외 및 대북 정보기관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국정원은 국내 정치 바람을 타지 않고 북한 민주화에 진력할 수 있다. 대신 한국은 DNI처럼 국내의 모든 정보기관을 종합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정원 해외파트 출신 인사의 지적이다.

 

남재준 원장은 원칙주의자답게 법과 원칙대로만 국정원을 바꾸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정원법은 국정원에 복수 차장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세훈 원장 때까지 국정원은 국내·해외·대북 3명의 지역별 차장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국가정보학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지역별 차장제에 반대한다. 선진국 정보기관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CIA 등은 기능별 차장제를 채택하고 있다.

 

CIA는 해외 정보기관이기에 방첩이나 보안보다는 공작을 중시한다. 따라서 공작차장을 중시한다. 공작을 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정보는 정보관과 공작관이 입수해 보내주는 첩보를 분석해서 생산한다. 정보관과 공작관이 보내준 첩보를 과거의 정보와 비교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추려낸 후 그 첩보를 토대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는 첩보 가설을 세운다.

 

이 첩보 가설이 현실과 들어맞으면 정보로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것은 분석관인데, 분석관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 이것이 CIA의 정보 생산인데, 이러한 정보가 나오면 공작관은 그 일이 일어날 곳과 시간에 대기하고 있다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한다.

 

첩보 가설을 토대로 일어날 일을 판단해주는 분석관들을 지휘하는 것이 정보차장이다. 그러한 분석관들의 분석기법을 개발하고, 공작관이 사용할 장비와 정보관이 활용할 첩보 수집 장비를 개발해주는 과학기술 분야 차장을 둔다. 그리고 3개 부서의 활동을 예산 등으로 지원하는 지원차장이 있다. CIA는 정보-공작-과학기술-지원의 4차장제를 갖췄다.

 

명목뿐인 국정원의 기능별 차장제

 

그러나 남 원장의 국정원은 종합정보기관을 유지하기에 지역 차장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명목상으로는 기능 차장제를 채택한 듯 보였다.

 

이를 이해하려면 정보의 종류부터 살펴봐야 한다. 정보는 크게 사람이 하는 인간정보(HUMINT·휴민트)와 기술로 하는 기술정보(TECHNT·테킨트)로 나뉜다. 인간정보는 다시 상대를 뚫고 들어가는 공작과 상대의 침투를 막는 방첩으로 세분할 수 있다.

 

남 원장은 공작 중심의 적극 정보 활동을 하는 1차장, 방첩과 보안 중심의 소극 정보활동을 하는2차장을 지명했다. 그리고 3차장은 정보와 관련된 과학기술을 맡은 과학기술차장으로 지명하고, 이들을 예산 등으로 지원해주는 기조실장을 4차장 격으로 놓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남 원장이 국가정보학 교과서가 권하는 대로 차장제를 혁신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는 국가정보학 교과서가 권하는 차장제와 다르다. 국가정보학 교과서는 CIA 차장제를 가장 괜찮은 것으로 꼽는데, 국정원 차장제는 CIA와 다르다.

 

1차장은 공작을 맡았으니 북한과 외국을 상대로 활동한다. 과거 국정원은 대북과 국외를 해외로 묶어 한 명의 차장이 이끈 적이 있다. 국정원은 국외와 북한을 나눴다가 합치는 것을 반복해왔다. 합쳤을 때는 해외차장이라고 통칭하고 나누면 해외차장, 대북차장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지금 1차장은 과거의 해외차장이다.

 

2차장은 보안과 방첩 업무를 맡기로 했는데, 보안과 방첩 활동은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진다. 그러니 2차장은 국내 차장이 된다. 과거 국정원은 과학기술 부문을 국 단위로 뒀는데, CIA를 참고했는지 차장이 이끄는 분야로 승격시켰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 때까지의 국정원과 바뀐 것이 없는 셈이다.

 

국정원에서 국내 파트를 떼어내지 않으면 국정원의 구조 개혁은 요원하다. 오랫동안 국가정보체제를 연구해온 국방연구원의 김철우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고, 사이버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북한 사회는 심각한 식량난으로 흔들리고 있고,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 권부는 잦은 인사 이동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한국 안보는 북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김정은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정보기관 중 어느 하나는 오로지 북한만 전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국정원이 대북 임무만 맡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우리도 DNI 같은 조직을 만들어 여타 정보기관에서 입수한 북한 관련 정보를 종합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은 국정원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구성된 기무사 등을 대북 전문정보기관으로 정한 후, 군뿐만 아니라 민간정보기관까지도 합세해 북한을 분석하고 핸들링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개혁은 박근혜 정부에서 빨리 이뤄지는 게 좋을 듯하다.”

 

위기 대비 CIA 지휘구조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을 CIA와 비교해보면 다른 허점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위기를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 때는 위기관리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다. 위기는 사건이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 고조되지 않는다. 진정한 위기는 그 기관을 이끌며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기관장이 유고일 때 발생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요 기관의 기관장은 복수로 임명한다.

 

미국 부통령은 대통령과 같은 일을 하지만, 평시에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니 대통령이 하는 일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 대통령이 유고 상태가 되거나 해외 순방을 가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통령과 부통령은 둘 중 한 명이 유고 되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이 미국을 지휘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한다. 9·11테러 때 미국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다른 곳에 위치한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국무총리는 미국의 부통령과 다르다. 미국의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를 대비한 대통령이지만, 우리의 국무총리는 대독(代讀)총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대행하는 자리에 가깝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일을 하지 않고 국무조정이라는 고유의 임무를 해야 한다. 한국은 대통령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국무총리를 교체해 위기를 돌파한다. 그러나 미국의 부통령은 대통령과 함께하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한다.

미국은 주요 부처에 복수의 기관장을 둔다. 장관 밑에 같은 일을 하면서 장관 유고시에 대비하는 부()장관이 있다. 부장관은 우리의 차관과 다르다. 우리의 부처 중에는 복수 차관을 둔 곳이 있는데, 복수 차관은 고유의 임무가 있다. 물론 장관이 유고되면 선임 차관이 대행을 하겠지만, 그는 국무총리처럼 고유의 임무가 있기에 부처 전체의 일을 한 순간에 파악하기 어렵다.

 

CIA도 이 전통을 받아들여 국장(Director) 밑에 같은 일을 하지만 평시에는 실권이 없는 부국장(Deputy Director)을 둔다. 그리고 CIA의 일상적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보(Executive Director)를 둔다. 국장(부국장 포함)과 국장보가 하는 일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

 

정보 책임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정보를 사용할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국장(부국장)DNI 국장을 상대로 이 일을 해야 하니 CIA의 일상적인 일에서는 벗어나 있어야 한다. CIA의 일반적인 일은 국장보가 맡는다.

 

CIA는 이렇게 상부구조를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안정적으로 만들어놓고, 그 아래 정보-공작-과학기술-지원 차장을 뒀다. 기능 위주의 날렵하고 심플한 조직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위기대응 구조 약한 국정원

 

국정원은 다르다. 국정원에는 원장 유고 시에 대비한 직책이 없다. 원장 유고 시 선임 차장이 대행을 한다지만,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복수 차장제이기에 선임 차장에게는 고유의 임무가 있다.

 

현행법상 국정원장은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므로 일상적인 국정원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CIA의 국장보 같은 직책을 둬야 하는데 국정원법은 그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졌는데 원장이 유고라면 국정원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통령은 국정원 내부나 외부에서 인물을 뽑아 새 원장을 임명하겠지만, 그는 국정원 일을 전체적으로 지켜봐온 사람이 아니니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 아무리 유능해도 그는 상당 기간 국정원 상황을 익혀야 업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니, 그 사이 국정원은 제대로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 .

 

남재준 원장은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국정원 개혁, 정보 개혁을 해낼 수 있을까.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북한 급변사태 시 한국은 많은 것이 뒤엉키는 위기를 맞게 된다.

 

종합적인 정보 틀 만들어야

 

국정원법 등이 현직 직원의 정치 관여와 전·현직 직원의 보안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니 이 법만 잘 지키면 국정원이 정치에 휘둘리는 위기를 맞지 않을 수 있다. 남재준 원장은 원칙주의자이니 법과 원칙 준수를 강조한다면, 그가 이끄는 국정원에선 정보 누설과 정치 관여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개혁은 남 원장이 국정원을 떠나는 순간 원위치 할 수가 있다. 남 원장 시절 소외된 세력이 신임 원장을 상대로 온갖 자료를 제공하면 기사회생하는 사람이 나오면서 물갈이가 되는 것이다.

 

남 원장 재임 중에만 무탈을 보장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정보는 미래의 사실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니, 정보 개혁은 미래의 안보 위협 요소인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것이라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는 군을 이끄는 국방부가 무겁게 대처하는 것보다는, 특수부대를 이끄는 정보기관이 날렵하게 대처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국방과 정보를 양축으로 미래의 안보 불안에 대처해야 한다.

 

안보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종합적으로 대처한다. 정보는 미국의 DNI 같은 기구를 만들어 종합 대처하게 하고 국정원은 오로지 북한을 상대하는 정보기관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지휘구조도 위기 대처를 잘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이러한 개편은 국정원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니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개혁은 국정원을 정부 여당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니 야당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육군총장 시절 원칙을 지켰다가 그를 비난하는 괴문서가 뿌려지는 공작을 당했던 남 원장은 정치로부터 국정원을 구해내야 한다. 그리고 불안한 김정은의 북한을 어떻게 하겠다는 분명한 정보(활동) 목표를 세워야 한다.

 

남재준 원장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정보 개혁을 박 대통령에 제시할 수 있을까. 그가 박 대통령의 진정한 안보 멘토라면 국정원법과 국정원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안보와 연결된 큰 틀에서 국가 정보체계를 개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신동아 201306월호 / 이정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