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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우려 커지는 ‘블랙아웃’ 공포

풍월 사선암 2013. 6. 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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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허리케인 40~50개 맞먹는 피해 최악땐 사재기인구이동경제붕괴

 

현실화 우려 커지는 블랙아웃공포

 

여름철 전력 최대 수요기(전력피크)를 앞두고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이란 용어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올해 여름 전력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면서 블랙아웃우려가 높다는 내용이다.

 

일부 원자력 발전소의 기기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력공급 설비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 맞춰 준비된 전력설비 중 300에 달하는 원전 3기의 가동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전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현대인에게 블랙아웃은 심각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전력난으로 기록될 올해 여름철을 앞두고 블랙아웃의 원인과 대처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1.블랙아웃이란

 

블랙아웃은 도시나 넓은 지역의 전기가 동시에 모두 끊기는 최악의 정전 사태를 일컫는 전기 용어다. 어원 문제 등을 연구하는 대종언어연구소에 따르면 블랙아웃은 blackout의 합성어로 1908년에 태어난 말이다. 처음에는 어두운 무대라는 연극 의미로 쓰였지만 1934년에는 의미가 확대돼 기억상실이라는 비유적 의미로 쓰였다. 최근 과다한 술을 마신 뒤 나타나는 단기 기억상실을 뜻하는 의학용어의 근원이다. 오늘날 대정전의 근원으로 보이는 기록은 세계대전 기간인 1935년 적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등화관제(燈火管制)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쓰이는 대정전은 당시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불을 끔의 의미에서 발전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2.피해 가상 시나리오

 

미국 국토안보부는 2007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사이버공격으로 전력 공급 핵심시설인 발전기를 파괴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연구했다. 사이버테러에 대한 연구였지만 결과는 블랙아웃 상황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사이버 영향분석연구소의 스콧 버그 교수는 대형 허리케인 4050개가 한 번에 강타하는 것만큼 사회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여파는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발생 첫날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고, 현금 자동인출기와 주유소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사흘이 지나면 연료부족으로 각종 기기와 장치를 사용할 수 없고 생활용품 사재기로 도시가 혼란에 빠진다. 3단계 열흘 후에는 구급서비스의 약품이 부족해지고 냉난방이 불가능해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3개월이 지나는 4단계에는 전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복구 불가능할 정도의 경제적 파괴가 일어난다.

 

3.어떤 과정 통해 발생하나

 

대정전은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기 사용량이 공급량을 넘어서게 되면 전기의 특성상 전력망 전체의 전압과 주파수가 떨어지고 전력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지하면서 대정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력망은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전력이 충분해도 일부 지역에서 전력이 부족해 시스템이 정지되면 주변 지역의 시스템 정지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대정전으로 확대된다. 또 대부분의 전기 장비는 보통 규격 전압이나 주파수보다 1020% 이상 차이가 나면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각종 전기장비도 함께 고장나 버린다.

 

4.예방과 복구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원전 가동 중단사고 등이 발생해 전력 공급이 줄게 되면 불가피하게 전기 사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국가 전체의 전기공급량이 부족하게 되면 정부가 일부러 전기공급을 끊어 사용량을 강제로 줄인다. 전기 사용이 급증하는 피크타임(오후 24)에 전기 공급을 중단하거나 지역을 구분해 순차적으로 전기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천재지변으로 고압송전선이 끊어지거나 전력관리시스템이 고장날 경우에는 해당 전력망을 외부 전력망과 단절시키는 대책도 있다.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해도 복구는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우선 발전소와 연결된 외부 전략망을 차단한다. 다음 소형 자가발전기 등을 이용해 발전기 내부 시설 중 전기생산에 필요한 시설부터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순차적으로 전기를 살리는 과정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최소 사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5.국내 피해 사례

 

우리나라는 지난 2011915일 블랙아웃의 문턱까지 도달한 적이 있다. 기온 급등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당시 예비전력이 100이하로 떨어지자 전력거래소가 순차적으로 일부 지역의 전력을 차단하는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작했다. 국내 역사상 최대정전 사건인 ‘9·15 대정전사건이다. 순환정전은 서울 마포구, 영등포구, 강남구, 서초구를 비롯해 경기, 인천, 충북 등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이때 순환정전은 사전공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면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전국 656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5700여 개의 기업이 피해를 입었으며 2900여 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119 등에 구조를 요청했다. 병원, 은행, 군부대 등 중요시설도 예외 없었다. 당시 지식경제부가 집계한 피해 접수 결과 전국에서 8962건의 피해를 신고했고 피해금액은 610억 원에 달했다. 9·15 대정전의 원인은 수요 예측의 실패와 공급능력 관리의 부재로 평가되고 있다. 전날 기상청의 기온 급등 예보에도 불구하고 전력당국은 최대 수요를 재예측하지 않았고 실 공급능력도 약 300이상이 과다하게 잡혀 있어 추가 공급여력을 마련하지 않았다.

 

6.5단계 전력경보 시스템

 

정부는 전력부족이 예상되는 경계단계에서 언론에 통보하고 문자서비스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전 예고한다. 전력수급위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전력 수급상황에 비상이 걸리면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비상매뉴얼에 따라 긴급 조치에 돌입하게 된다. 전력경보는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5단계다. 예비력이 400500준비단계가 발령되면 정부는 전국 기업 중 자체발전이 가능한 업체의 자가 발전기 가동을 지시한다. 예비력이 300400관심단계는 1차 전압 하향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한다. 예비력 200300주의단계가 발령되면 2차 전압 하향 조정 및 사전에 약정한 기업에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 예비력이 100200경계단계는 산업의 핵심 공정설비에 대해 긴급 절전을 시작한다. 예비력 100미만인 심각이 발령되면 수용기별 순환단전을 실시하는 비상조치가 시행된다.

 

7.해외 피해 사례

 

미국 동부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2003814일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이는 뉴욕, 뉴저지 등 미국 동북부 전역,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지역,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의 7개주, 캐나다 1개주를 3일간 암흑상태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6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 50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브라질은 200911월 집중호우와 돌풍으로 전역에 전기가 차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도 20085월 전국에 전력 공급이 차단됐다가 2시간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유럽 전역 주택의 10%38분 동안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고 20068월에는 일본 도쿄(東京)23개 구에 3시간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러시아, 호주, 그리스,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대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8.올여름 블랙아웃 방지하려면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기를 줄이는 방법뿐이 없다. 올해 여름에는 원전 3300의 전력이 구멍나면서 정부는 최대한 전기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전망이다. 우선 정부와 사전에 약속한 산업체를 대상으로 전력피크시간대에 공장가동을 줄이는 수요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또 공공기관과 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냉방온도 제한도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피크시간대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시행될 전망이다. 공공기관과 학교 등의 휴가와 방학기간의 조절도 전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전력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심야시간대 가로등, 유흥가 네온사인 등에 대해 소등을 강제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절전운동 동참도 필수다.

 

9.전기절약 생활화 어떻게

 

정부는 여름철 전기절약 행동요령을 평상시 필수요령, 비상시 대응요령, 평상시 권장사항 등으로 구분해 안내하고 있다. 평상시 필수요령은 에어컨 등 전기냉방기의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시간 외에 전기제품 플러그를 뽑아 놓는다. 실내온도는 항상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곳의 조명은 소등해야 한다. 전력비상시 대응요령은 전기냉방기, 다리미, 청소기, 세탁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헤어드라이어의 사용을 중지한다. 또 재난 상황 파악을 위한 TV, 라디오를 제외한 가전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각 방의 조명등도 끄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 평상시 권장사항으로는 냉장고 음식은 60%만 넣어 냉기순환을 원활히 하고 세탁기는 한 번에 모아서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10.블랙아웃 걱정 언제까지

 

전력당국은 올해 겨울이 지나면 전력난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총 600의 신규발전소가 준공될 예정이고 2014년에도 총 1000급의 발전설비가 추가로 준공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8000수준인 전력 공급 능력이 9600수준으로 높아진다. 현재 동·하계 최대 전력수요인 78007900수준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용량이다. 그러나 발전소 건립이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거나 준공된 원자력 발전소가 고장 등으로 갑작스럽게 정지하게 될 경우 블랙아웃 우려는 다시 나올 수 있다.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130531() / 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