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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한사람으로 "무너진 청와대"어쩔꼬?

풍월 사선암 2013. 5. 14. 09:12

 

 

대변인 한사람으로 "무너진 청와대"어쩔꼬?

 

대변인 한사람으로 "무너진 청와대"어쩔꼬?

 

대한민국 역사에서 청와대는 나라를 상징하는 얼굴이며 정권의 중심이었다. 과거 정권의 사례를 보더라도 청와대가 바로 서면 정권이 살고 흔들리면 정권이 죽는것을 현대사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박근혜의 청와대가 초반부터 크게 어지럼병에 걸려 빙빙 돌고있다. 우리는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향후 5년동안 정권을 어쩔것이냐고?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일어난 윤창중 사건은 콩가루가된 청와대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를 단면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되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그림자처럼 태통령을 보필하고 대통령의 입이 되어야할 대변인이 인턴 여학생과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것도 모자라 새벽에 호텔을 배회하는 대변인을 우리는 잘 보았다. 또한 피의자를 서울로 빼돌리고 국민 앞에 서서 느닷없이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홍보수석의 1차원적인 대응능력에 할말을 잃었다.

 

청와대가 어쩌다 이런 모양이 됐나. 이 나라에는 이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대통령은 도대체 인물을 보는 눈이 있는가 없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이 나라는 89세 김정렴을 다시 불러야 하는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청와대는 죽고 사는것을 모두 경험한 정부다. 40여년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 건강하면서도 활기넘쳤다. 청와대라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신념이 강하고 기강이 시퍼렜다. 김정렴 비서실장의 청와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고 힘이있었다고 알려져 왔다. 그가 기록한 92개월은 역대 비서실장으로서 최장수 기록이다. 다른 나라에서조차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지금와서 그 당시의 기록을 가지고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은 김 비서실장의 생각이다. 그당시 김 비서실장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것이 기강이었다. , 박정희라는 회고록에서 그는 이렇게 책에서 표현하고 있다. “나는 청와대 비서실을 빙자하는 소지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했다. 모든 직원에게 청와대 근무를 표시하는 명함의 작성과 사용을 금지시켰다. 위반했을 때는 같이 일할 수 없다는 확고한 뜻을 시달했다.”고 적었다.

 

7812월 김정렴 실장은 청와대를 떠났다.이후 김계원 비서실장의 체제로 청와대가 운영됬지만 비서실은 차지철 경호실장으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못했다. 3공화국의 역사에서 보여주듯이 차 실장과 김재규 정보부장이 암투는 잘 아는 실화다. 이들이 청와대에서 힘자랑을 해도 비서실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단적으로 대통령 비서실이 정권 관리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이런 무력함으로 10개월 후 대통령은 정보부장의 총탄을 맞아 서거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기록을 갖게된다.

 

한번 무너져버린 조직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권위와 도덕성을 잃어갔다. 3공화국 이후에 들어선 전두환 청와대는 5공 압제의 표본이며 노태우 청와대에서는 박철언 특보와 김종인 경제수석이 뇌물로 감옥에 가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김영삼 청와대는 홍인길 총무수석이 한보그룹 로비에 걸려들었으며 김대중 정권에서는 한광옥·박지원 등 비서실장이 감옥까지 갔다.

 

이어진 노무현 청와대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박정규 민정수석이 박연차 회장에게서 1억원의 상품권을 받아 구속됐다. 이명박 청와대에선 비서관들이 로비스트들의 놀음에 놀아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한것은 단순히 부패를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러나 부패를 제껴놓고라고 무능과 권위 부족은 또한 어떠한가? 두말하면 잔소리며 심각한 문제다. 최소한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으로 발탁된 인물들이라면 새 정권의 개혁 이론가다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인사의 ABC.언론에서 잔뼈가 굻은 신문사 논설위원들과의 만남에서도 수준높은 토론으로 공방을 벌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한다. 정권의 철학과 대통령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론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의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공의 무장은 기본이다. 역대 정권의 역사와 인물을 훤히 꿰뚫고 한국과 세계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다양한 정보를 누구보다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또한 지식인 중의 지식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슬그머니 언제부터인가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

 

경력과 역량이 부족한 즉, 자격미달의 인물들이 홍보수석과 대변인 자리를 차지하며 대통령 측근임을 내세워 옆에서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비서였다고, 대통령을 도왔던 386 투쟁가라고, 그리고 그저 대통령이 편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앞세워 위에서 이야기했던 진짜의 주인자리를 그 이론가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정권이 언론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현재의 사태로 돌아와서 윤 전 대변인은 과거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정작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결국 경질되면서 국가의 권위와 수준을 너무나 초라하게 추락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처럼 청와대발() 성추문 파문과 관련 청와대 수습책이 허점 투성이라며 여의도 정치권도 일제히 청와대 때리기에 나선상황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콩가루가 된 청와대를 향해 집중 포화를 날리며,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새누리당 역시 할 말이 없다는 친박 중진들의 푸념 속에 당 지도부까지 청와대와 각 세우기에 나섰다.

 

13일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의원들은 유구무언이란 말로 참담한 심정을 대신했다. 집권 초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청와대 핵심 인사의 문제행동, 그리고 이후 벌어지고 있는 허점 투성이 대응이 답답할 따름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인사 시스템 개편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에게 늦게 보고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이번사태의 빠를 수습을 위하여대통령이 나서 청와대 참모진의 국격 떨어지는 처신을 진솔하게 국민들 앞에 사과하는 길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도 지금부터는 중요 인사에 국민 목소리나 여론 등을 충분히 들어야 할 필요성이 증명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 윤창중 개인의 파렴치한 행동이 국정운영 전반의 성과까지 가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향한 공격이,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있는 상황에서 친박계를 향한 비판으로 불똥 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비판 목소리를 더 높였다. 청와대 참모 개인의 성추문을 넘어, 사후 처리에도 미숙한 현 사태를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을 태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오기인사가 불러온 나라 망신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청와대가 파악하고 있는 진상과 처리 과정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밝히고 신속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체적인 부실, 인제풀의 한계,여당의 훈수 부제 등 모든것이 제로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이번일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두번다시 되풀이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윤장섭 기자 기사입력: 2013/05/13 중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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