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하얀 백지로 남고 싶습니다. - 심상순

풍월 사선암 2013. 3. 16. 08:01

 

하얀 백지로 남고 싶습니다. - 심상순

 

새벽이 오는 소리가

머 언 수평선너머

뱃고동 소리로 들려옵니다.

 

한밤을 지새 며 잠 못 이루고

꿈길도 놓쳐버린 지금

그리운 이의 고운

숨결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계소리만 방안가득 넘쳐흐르고

깊이 모를 늪으로 갈아 앉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모든 기억들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하얀 백지로 남고 싶습니다.

 

고운 이를 못 보는 아픔!

미운 이를 보아야 하는 괴로움!

버릴 수 없는 욕망 때문에

애 끊는 마음, 잡지 못해

끝내 울고야 마는 설음

 

할 수만 있다면!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절망으로 한밤을 지새우며

울어 예지 않아도 좋을

하얀 백지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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