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에 갱년기·숙취도 잡는 '별의별' 콩
작지만 강하다! 콩으로 건강해지는 법
몇 년 전, 미국의 유명 건강전문잡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콩을 포함시켰다. 콩은 만주에 살던 맥족(貊族)이 최초로 재배한 작물인데 중국, 일본 등에 전파되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각종 요리에 쓰이는 콩은 400여 종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50여 종이 있다. 콩은 종류에 따라 성분이나 용도 등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콩의 종류별 효능과 활용법을 알아봤다.
01, 메주콩
백태, 대두(大豆)라고 부른다. 알이 크고 단백질 함량이 풍부해 발효되면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많이 생성된다. 감칠맛이 나 간장이나 된장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알이 굵고 배꼽색이 황색인 것을 고른다.
효능 체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는 이소플라본이 0.2~0.3% 들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콩 단백질을 하루 25g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콩 제품에 부착하도록 허용할 만큼 그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 물질인 제니스테인과 다이드제인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라 체내에서 독특한 기능을 한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은 젊은 여성이 메주콩을 섭취하면 여성호르몬의 흡수를 막아 유방암 발병률을 줄인다. 갱년기 여성에게는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갱년기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익히지 않은 메주콩엔 트립신 억제 성분이 있어 단백질 흡수를 방해한다. 또 헤마글루티닌과 사포닌 등 독성물질 때문에 어린이가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올리고당인 스타키오스 성분은 장에 가스를 유발하고 설사가 자주 날 수 있다.
활용 된장·고추장·간장·두부를 제조할 때 쓰며 콩자반을 만들어 먹는다. 조리하기 전 4~5시간 동안, 콩 전체 양의 4배 되는 물을 붓고 충분히 불려야 삶을 때 편하다.
02, 검은콩
대두와 동일한 영양성분을 갖는다. 겉은 검은색이지만 속은 노랗다. 검은색을 내는 색소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
효능 단백질은 40%, 불포화지방산은 20%, 탄수화물은 11% 정도 들어 있어 어린이 발육에 좋다. 체내 독소를 풀어 주고 신장 기능을 도와 소변 기능을 원활하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힌다. 통
풍, 당뇨병,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식초에 검은콩을 3:1 비율로 하루 절여 두었다 먹으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활용 콩자반을 만들 땐 소금물에 담갔다가 삶으면 쉽게 유연해진다. 표피만 검고 속은 녹색인 ‘청자콩(서리태)’은 밥에 넣어 먹으면 고소하다.
03, 쥐눈이콩
일반 검은콩보다 콩알이 작고 윤기가 흐른다. 모양이 마치 쥐눈처럼 생겨 쥐눈이콩 또는 서목태(鼠目太)라고 한다.
효능 《동의보감》에 따르면, 쥐눈이콩은 모든 약의 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약콩’으로 불렸다. 안토시아닌 색소 함유량이 높은 것이 약효를 높이는 원인이다. 그 밖에 항암작용, 동맥경화 예방 등에 탁월한 이소플라본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기능식품으로 주목받는다.
활용 쥐눈이콩으로 두부나 청국장을 만들어 먹으면 변비나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당뇨병 환자가 아침, 저녁 공복 상태에서 설사 증세가 있으면 쥐눈이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기운이 떨어지는 여름엔 쥐눈이콩을 갈아 콩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죽염 간장에 쥐눈이콩을 1주일쯤 절였다가 매일 조금씩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04, 풋콩
콩의 어린 꼬투리가 덜 익었을 때 수확한다. 완전히 익으면 대두가 된다. 약간 비린내가 날 수 있다. 꼬투리는 진한 녹색이고 털색은 회색이어야 좋다. 한 꼬투리에 콩알이 3개 다 있는 것을 고른다. 화성풋콩, 화엄풋콩, 석량풋콩 등 풋콩용 품종이 따로 개발되어 있다.
효능 탄수화물이 당질과 녹말 형태로 들어 있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일반 채소와 같이 취급될 정도다. 대두에는 풋콩에 들어 있는 비타민C가 없다. 풋콩은 메티오닌 성분이 많아 알코올로부터 간과 신장을 보호한다. 몸이 붓는 수종병이나 장티푸스, 중풍, 방광염, 순환기 질환 등에 효과적이다.
활용 구입한 날 바로 조리해 먹고, 오래 보관할 경우 냉동했다가 나중에 그대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쓴다. 데친 콩을 까서 볶음이나 튀김, 콩밥을 하거나 설탕으로 달게 조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샐러드에 넣어도 좋다. 조직이 연해서 단시간에 조리된다.
05, 완두콩
완두콩은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덜 익은 꼬투리를 먹는 품종과 풋콩을 먹는 품종, 그리고 완숙용 세 가지가 있다.
효능 풋완두 꼬투리에는 카로틴과 비타민C ,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콩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덕분에 채소류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풋완두 꼬투리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동남아에서는 채소볶음요리에 많이 쓴다. 두뇌활동을 돕는 비타민B1이 들어 있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좋다. 소량의 청산이 들어 있으니 하루 40g 이상 먹지 않는다.
활용 한방에서는 완두콩이 위 기능을 좋게 해 속이 더부룩하고 울렁거리거나 설사 날 때 완두콩수프나 완두콩죽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입과 목이 마른 구갈증상 해소와 이뇨제로도 효과 있다. 말린 완두는 콩 중에서 대두 다음으로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다.
06, 강낭콩
강낭콩은 콩과 제비콩 속에 속하며, 흰색과 빨간색 등이 있다. 강낭콩은 전반적으로 색이 진하고 선명한 녹색에, 두꺼우면서도 꼬투리가 울퉁불퉁하지 않고 작은 것이 좋다. 마른 콩은 크고 윤기가 나며, 알이 고른 것이 좋다.
효능 익지 않은 강낭콩 푸른 꼬투리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단백질 등이 풍부해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단백질도 많은 편이다. 밥 지을 때 넣으면 강낭콩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B2·B6 등이 쌀밥의 체내 대사를 돕는다.
강낭콩은 당뇨병 식이요법으로 좋다. 강낭콩 꼬투리 달인 물을 동물에게 투여했더니 뛰어난 혈당강하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래서 강낭콩 종자 껍질은 당뇨병 치료에 사용한다. 또한 강낭콩은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 대장암, 동맥경화 등에 효과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강낭콩은 술독과 복어 독을 없애 주는 기능이 있다. 설사를 멎게 하고 더위와 갈증을 해소해 준다.
활용 제철이 아닐 때엔 마른 것을 구입해 하루 정도 불린 후 밥 지을 때 넣는다.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고, 껍질을 벗겨 과자나 떡을 만들 때 넣어도 좋다. 무더위에 지칠 때는 강낭콩을 팥처럼 삶아서 설탕을 뿌린 다음, 끓여 먹으면 좋은 간식이 된다.
07, 녹두
체구가 작아 ‘녹두장군’이라 불린 전봉준 덕분에 우리에게 친숙한 콩이다. 작은 데 비해 영양분은 풍부하다.
효능 녹두에는 탄수화물은 54%, 단백질은 26% 정도 들어 있다. 녹두는 몸속 열독을 없애 주며 염증성 질환을 소염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 미백효과가 있어 화장품 재료로 사용한다. 녹두에는 철과 카로틴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과 발육을 돕는다. 체내에서 피를 만드는 작용을 하므로 몸이 허약하거나 발육이 늦은 아이에게 녹두 음식을 먹이면 좋다.
콩 중에서 아연 함량이 비교적 많아 인슐린 작용을 높이므로 당뇨병 환자는 챙겨 먹는다. 녹두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몸이 냉한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활용 청포, 숙주나물, 떡고물, 녹두죽, 녹두묵, 빈대떡으로 만들어 먹는다. 피부에 좋아 땀띠에는 녹두가루를 뿌리고, 수포나 농포가 생겼을 때 녹두죽을 먹으면 좋다. 얼굴에 녹두 팩을 하면 피부를 곱게 하고 여드름과 주근깨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08, 팥
붉은색, 흰색, 얼룩색 등 종류가 다양하나 붉은색 팥이 일반적이다.
효능 주성분은 탄수화물인 녹말이다. 비타민B1 함유량이 현미보다 많아 예로부터 각기병의 특효약으로 이용됐다. 그 밖에 비타민 A·B2, 니코틴산, 칼슘, 인, 철분, 식이섬유 등이 많이 들어 있고 전체적인 영양 균형이 뛰어나다.
외피에 들어 있는 사포닌과 풍부한 식이섬유로 이뇨작용을 하는데, 신장병·심장병·각기병 등에 의한 부기와 변비를 없애 준다. 그러나 사포닌은 용혈작용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다.
활용 독특한 감촉이 있어 삶아도 풀처럼 퍼지지 않는다. 예부터 떡고물이나 송편의 소, 양갱, 팥빙수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단, 벌레가 쉽게 생기므로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둔다.
09, 땅콩
브라질이 원산이다. 두뇌를 위한 최고 간식으로 손꼽힌다.
효능 땅콩 100g 중에는 단백질 25g, 지질 47g, 탄수화물 16g이 들어 있다. 땅콩의 올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고, 땅콩 속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 나이아신을 비롯한 비타민B군은 간 기능을 도와 숙취해소에 좋다. 피로회복에 도움된다. 한방에서는 땅콩이 기침을 멎게 하고, 혈액을 만들어 주며, 젖이 잘 나오게 한다고 말한다. 또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폐를 윤기 있게 해준다.
활용 보통 알이 큰 땅콩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볶아서 간식이나 과자, 빵 등의 식품 재료로 사용한다. 알이 작은 땅콩은 지방 함유량이 높아 땅콩기름의 원료로 사용한다. 땅콩기름은 올레산을 40~60% 넣기 때문에 냄새가 좋다. 샐러드 기름이나 튀김, 쇼트닝, 마가린의 원료로 사용된다. 땅콩을 쪄서 속껍질째 먹으면 좋다.
Health Tip 콩은 국내산보다 외국산이 더 좋다던데
콩이 최초로 재배된 곳이 만주 지역이기 때문에 중국산 콩이 더 좋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콩을 통째로 장을 담가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백질이 많이 든 종자를 개발하고 재배한다. 중국산도 우리처럼 단백질이 많이 든 종자를 개발하고 있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방부제 처리 등을 하기 때문에 국내산을 먹는 것이 믿을 만하다. 미국산 콩은 기름을 만드는 데 주로 쓰기 때문에 단백질 함유량이 국내산보다 적다고 알려져 있다.
취재 헬스조선 편집팀 / 자료제공 한국콩연구회 / 참고서적 《잘 먹고 잘 사는 법 콩》(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