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늙어가는 남편 부담스러워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

풍월 사선암 2012. 8. 29. 16:17

늙어가는 남편 부담스러워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

 

 

어제 지역신문에 실린 사진입니다. '리리안 잭슨(Lillian Jackson 중앙)할머니의 100번째 생일축하 모임을 마치고 홀에서 빙고를 즐기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빙고카드 2장 내지는 3장을 동시에 읽기도 벅찬데 '리리안'할머니는 빙고카드 4장을 한꺼번에 읽는 말똥말똥한 정신 소유 노인 입니다.

 

별로 오래전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복중에 장수복이 가장 큰 복인 시절도 있었습니다. 마을에 장수노인이 있으면 자랑스럽게 내 세우고 공경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렇게도 열망하던 장수시대가 도래 했건만 이건 재앙이라고 덮어씌웁니다.

 

초라한 은퇴 남성의 모습이 기사와 함께 실린 그림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위' 공동조사가 뭐 대단한 읽을거리라고 각 신문마다 다투어 실었습니다. 여성 72%"수명이 늘어나면서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는 내용입니다.

 

100세 시대가 도래 하는데 은퇴후 40년을 어떻게 남편 수발을 거들 것인가 하는 걱정입니다. 환자도 아닌데 수발을 거들어 줘야하는 남편을 무엇에다 쓰겠어요?

 

여기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수발을 거들어 달라는 남편이 정말 있는가?

 

나도 노인이고 내 친구들도, 친척들도 다 노인인데 수발을 거들어 달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아마도 비신사적인 남성이 힘, 완력을 내세워 아내를 제압하고 군림하는 사람이 있길래 이런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옛날 우리조상님들에게는 늙어가는 남편 부담스러워하는 풍조가 없었습니다. 부인을 힘으로 누르는 풍조가 왜정때 일본인한테서 배운 악습이듯이 늙어가는 남편 부담스러워하는 풍조도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현상입니다. 애초에 여자가 남자보다 힘에 더 세었다면 오늘과 같은 현상은 안 일어났을 겁니다.

 

여성노인들이 싫어하는 남편 상을 열거 했는데,

 

1. 매일 거실에서 빈둥거리는 '공포의 거실 남'

2. 온종일 잠옷 차림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귀 쫑긋 세우고 엿듣는 '파자마 맨'

3. 어딜 가나 따라오는 '정년 미아'

4. 하루세끼 밥 차려줘야 하는 '삼식이'

 

'공포의 거실 남'이나 '파자마 맨'은 같은 부류의 남편입니다. 파고다공원이나 전철을 타 보면 거의 다 노인들 투성이인데 아직도 매일 거실에서 잠옷 바람에 빈둥거리는 남편이 있다니 말만 들어도 보기 싫습니다.

 

한국도 시골에서는 그런대로 남편만이 해야 하는 일거리가 있어서 노인일망정 남편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도시의 고층 아파트생활은 남편의 역할 범위를 제거해 버린 공간입니다. 남자들이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여줘야 할 건수가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생활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벽에 못을 밖는 다거나, 집수리를 한다거나, 마당 청소를 한다거나, 뭐 이런 남자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서 남편의 능력을 보여 줘야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내와 일의 균형이 맞아 가는데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아내는 늘 및지는 기분이고 불만이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남편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부인이 교육차원에서 장보기 심부름도 시키고, 집안 청소도 시키고, 이런저런 일들을 가르쳐 주는 게 옳지 구박을 준다거나 왕따를 시키는 것은 일을 그르칠 수 있을 겁니다.

 

부담스러운 남편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미국인들은 처음부터, 부부생활 시작부터 같이 일 처리를 해 가고 네일 내일이 없습니다. 은퇴 후에 집안에서 남편이 빈둥댄다는 말은 부인도 빈둥댄다는 말이 됩니다. 둘이서 같이 빈둥대면 구태여 꼬집을 수가 없겠지요.

 

두번째, 어딜 가나 따라오는 '정년 미아' 한국에서는 남자는 남자들끼리만 만나고, 여자는 여자들끼리만 만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남편은 은퇴 후에 더 이상 돈 없이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만날 수 없어 어딘가 갔으면 하는데 갈 데가 없는 겁니다.

 

여자는 여자들 끼리 만나 친구하다가 직업상, 체면상 여러 가지로 얽혀있는 관계가 아닌지라 계속해서 만나는데 갑자기 심심하고 외로운 남편이 따라나서겠다니 부담이 되는 겁니다. 여자들끼리만 만나야 하는데 남편이 끼겠다니 이게 왼 망신살인가요.

 

하지만 남편이 남자들 끼리 만나는 걸 대폭 줄였으니 아내도 여자들 끼리 만나는 걸 줄여서 보조를 맞춰야 되지 않을까요? 이 역시 미국에서는 결혼 시작부터 부부가 남자 친구, 여자 친구 부부동반으로 만나 왔기 때문에 늙어서 같이 나가는 게 따라나서는 게 아닙니다. 같이 가는 겁니다.

 

'삼식이'라는 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어느 남자가 밥도 짓지 못하는 남자도 있던가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밥이며 반찬, 이런 거는 누가 가르쳐 줘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특별한 요리가 아닌 다음에야. 군에 가면 너나없이 밥 다 잘 지어 먹습니다.

 

찾아 먹든지 말든지 내버려두면 지가 어련히 알아서 먹겠어요. 계속해서 챙겨 주다보니 일어나는 현상 같습니다. 이것도 애초에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더 세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세탁기 돌리는 것도 가르쳐 줘라? 이것도 말이 안 됩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것저것 작동해 보면 터득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TV 켜는 것 안 가르쳐 준다고 TV 안보던가요? 문제는 힘이 더 쌘 남편이 말을 듣지 않는데 있겠지요. 말 안 듣는 남편은 '부부생활 재교육'프로그램에 넣어 듣게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아내가 '보스'입니다.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아내가 결정해야 성사됩니다. 직장일이야 남편이 알아서 판단하겠지만 집안일은 아내가 결정합니다. 아내가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고 집안일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친구 따로, 아내 따로 존재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내가 베스트 친구입니다.

 

아내가 없으면 남편은 심심하고 외로워서 살수 없듯이, 남편이 없으면 아내는 심심하고 외로워서 살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결혼해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남편과 늘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곤 했었는데 미국에서는 남편이 갈 곳이 없어서 부인과 붙어만 지내기 때문에 살 것 같다고 합니다. 어딜 가나 부부가 붙어 다닙니다. 나이가 들었을망정 신혼부부 같다고들 합니다.

 

미국인들이나 한국인 동포들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 하기 커녕은 먼저 떠나 갈까봐 두려워 합니다. 배우자를 잃는 게 가장 큰 충격이고, 가장 큰 스트레스이며 우울증에 걸릴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배우자가 없는 사람보다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복중에 복은 인연복이라고 했습니다. 인연복중에도 잘 어울리는 인연복 말입니다. 서로 인연이 닿아 만난 부부인데 서로 돕고,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겁니다.

 

같은 꿈속에는 100세까지 같이 사는 것도 포함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꿈의 시대 100세까지 살 수 있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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