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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커피사랑…매일 1.5잔씩 마셔

풍월 사선암 2012. 8. 9. 08:08

[커피시장 4조 시대 `활짝`] 고종도 즐긴 `가비`한국인, 매일 1.5잔씩 마셔

 

 

서양 사람들은 커피를 우리나라에서 숭늉 마시듯 마신다.” 1895년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이 펴낸 서유견문에 나오는 이 구절은 한국인이 커피에 대해 남긴 첫 번째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이때를 전후한 1890년대로 추정된다. 당시엔 한자음을 따 가비라 불렀고, 검은색과 쓴맛이 한약과 비슷하다 해서 양탕국(서양의 탕국)’이라 하기도 했다. 고종 황제는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마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일 1.5한국인의 커피사랑

 

그저 낯선 서양문물이었던 커피가 120년 남짓 지난 지금은 한국인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위상을 굳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커피는 123029(66800만달러)이다. 하루에 300씩 소비한 셈인데, 이는 에스프레소 3700만잔을 뽑아낼 수 있는 양이다. 국내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국민 중 노동능력과 의사가 있는 인구)2400만명으로 잡으면 1인당 매일 1.5잔꼴로 커피를 마신다는 계산이 나온다.

 

커피원두 수입국은 83개였으며 이 중 베트남(38%) 브라질(15%) 콜롬비아(11%)가 전체 물량의 64%를 차지했다. 이들 3’의 순위는 2004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커피의 88%는 원두 형태로 들어온다. 프리미엄급 커피에 익숙해진 소비자 취향을 감안하면 고급 원두 수입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속도는 놀랍다고 표현할 만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12381개로, 20061254개에서 불과 5년 만에 10배로 불어났다.

 

커피전문점 전성시대 활짝

 

커피를 소비하는 방식에는 시대 흐름이 반영된다. 1990년대까지 국내 커피시장의 대세는 프림과 설탕을 타서 마시는 형태인 솔루블 커피였다. 비율을 얼마나 잘 배합하느냐가 일종의 능력으로 통했고, 여성들의 커피 심부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솔루블 커피의 인기가 꺾이고 커피믹스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냉랭해진 회사 분위기 때문에 커피 심부름을 부하 직원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타 마시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에서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 통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커피전문점이 빠르게 늘면서 고급 원두커피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다. 수년 전 된장녀논쟁이 불붙기도 했듯이 일부 소비자들은 한동안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은 고급스런 커피맛과 편안한 분위기를 무기로 젊은층을 파고들었고, 지금은 모든 세대에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

 

커피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에스프레소 머신도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국내 에스프레소 머신 수입액은 20061160만달러에서 지난해 5590만달러로 5년 만에 4.8배 증가했다. 요즘 신혼부부들의 혼수품 목록에 꼭 이름을 올리는 인기 품목이다.

 

커피믹스, 1조원대 시장으로

 

커피 소비가 고급화되는 가운데서도 아직 국내 커피시장을 꽉 잡고 있는 것은 커피믹스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잔수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믹스는 연 150억잔으로, 커피전문점(11억잔)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커피믹스 판매액은 총 11102억원으로, 2010(1170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9.2% 더 성장했다.

 

동서식품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장소로는 사무실(40%)과 가정(26%)이 꼽혔다. 직장 동료나 가족들과 함께 간편하게 커피를 타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특성 탓에 커피믹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약청은 하루에 에스프레소 넉 잔 분량 이상으로 커피를 마시지는 말 것을 권고했다. 홍헌우 식약청 수입식품과장은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400인데 에스프레소 한 잔(원두 8)에는 평균 10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 입력: 2012-08-08 / 임현우 기자

 

 

커피 내릴때 기억하세요신선한 원두 10g에 물 180

 

커피가 좋다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

 

커피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를 구입해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양한 원산지별 원두와 함께 커피 추출기구 판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바리스타(커피 제조 전문가)가 만든 커피맛을 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최상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선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챙겨야 한다. 물과 원두의 비율, 원두 굵기, 물과 원두의 신선함 등이다. 분쇄한 원두와 물의 비율은 커피 10g에 물 180가 적당하다.

 

커피 고유의 향을 유지하려면 원두를 밀봉 용기에 담아 실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냉장·냉동 보관하면 원두 안에 응축된 습기가 빠질 수 있다. 번거롭더라도 매번 원두를 마실 만큼만 갈아서 사용하는 게 좋다.

 

추출기구에 따라 알맞은 굵기의 원두를 골라 기구에 맞게 분쇄하는 것도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다. 보통 커피프레스모카포트커피메이커에스프레소 머신 순으로 굵기를 가늘게 조정하는데 에스프레소 전용 기계에서는 드립식(커피 메이커)보다 3배 정도 곱게 갈아서 쓴다.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커피의 최종 맛이 결정된다. 깨끗하고 신선하게 정수된 물을 사용해야 한다. 물 온도는 섭씨 91~120도에 맞춰야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손으로 컵을 감싸고 향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음미한 뒤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한 모금 마시는 게 좋다. 그래야 혀의 모든 부분에서 커피 맛과 향이 느껴진다.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별로도 각기 다른 맛의 커피가 탄생한다. 커피프레스는 일정 시간(4) 동안 커피 원두를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기구다. 커피 고유의 풍미를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추출방법이다. ‘커피 메이커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많이 쓰는 기계다. 필터를 통해 커피 기름을 거르기 때문에 커피 프레스보다 깔끔한 맛을 낸다. ‘모카 포트는 모카 포트 안에 원두와 물을 담고 끓여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내는 기구다.

 

고온·고압 방식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한 에스프레소는 아주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로 데미타세라는 조그만 잔에 담아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의 영어식 표기인 익스프레스(express·빠르다)’에서 알 수 있듯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정도면 충분하다. 에스프레소는 기름기 많은 식사를 했을 때 마시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고 마시면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커피에 싫증을 느낀다면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색다른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피곤할 때 커피에 설탕을 넣으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에는 버터를 넣어 마시는 것도 별미다. 위스키, 브랜디, 럼 등을 넣기도 한다. 밤 늦은 시간에 약간 넣어 마시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는 좀 더 부드러운 맛을 내며 단백질과 지방산을 공급해준다. 우유에서 유지방을 분리해낸 휘핑크림을 커피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아이스크림은 가장 많이 애용되는 부재료다. 커피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많이 사용한다. 아이스커피는 물론 뜨거운 커피에도 넣어 마실 수 있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진한 초콜릿을 첨가하면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