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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실명(失明)의 공포'

풍월 사선암 2012. 7. 10. 20:02

100세 시대 '실명(失明)의 공포'

 

완치법 없는 녹내장·황반변성 나이 들수록 악화

오래 살면 실명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제 웬만하면 100세까지 살고, 미래학자들은 평균수명 130~15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초 장수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체 장기는 무엇일까? 대부분 ''이란 사실에 공감한다. 다리를 못 쓰면 휠체어를 타고, 귀가 안들리면 필담(筆談)이라도 할 수 있다. 간이나 심장이 망가져도 뇌사자에게 기증받거나 인공 장기로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은 '대체재'가 없다. 그 뿐 아니라 실명은 다른 인체 기능의 상실보다 훨씬 심각하게 삶의 질과 의욕을 떨어뜨린다.

 

급증하는 실명 질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은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이지만 이 중 백내장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 20~30년 전만에도 백내장은 한국인 실명 원인 1위였지만 요즘은 수술만 받으면 누구나 20대처럼 깨끗하게 앞을 볼 수 있다. 문제는 녹내장과 황반변성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파괴돼 눈의 바깥 부분부터 점차 시야가 좁아지는데, 시야가 좁아지는 속도가 무척 느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402.1%, 503.2%, 605.1%, 70대 이상 5.8%

 

그래프 참조. 녹내장이 있으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30년에 걸쳐 실명하며, 일반적으로 실명 위험은 1년에 5% 정도씩 높아진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앙의 황반이 기능을 잃는 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인구의 0.1%(91000,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않고 숨어 있는 환자는 녹내장보다 훨씬 많다. 403.5%, 5012.5%, 6021.5%, 70대 이상 25.5%가 황반변성을 갖고 있다.

 

1~4기로 구분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수년에 걸쳐 천천히 실명하는데 2기 환자의 1.3%, 3기 환자의 18%, 4기 환자의 43%5년 뒤 실명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습성 황반변성'을 치료 않고 방치하면 2개월~3년 안에 실명한다.

 

현대 의술의 한계

 

한국인 실명 원인 1위였던 백내장의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이며, 수술만 받으면 누구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눈 앞쪽 각막과 수정체의 노화로 인한 실명은 현대의학이 정복한 것이다. 그러나 눈 안쪽 망막(황반변성)과 시신경(녹내장)에 생긴 병에 관해선 아직까지 '승전보'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말기 암처럼 증상 조절만 가능할 뿐 완치할 수 없으며, 결국은 실명에 이르게 된다.

 

녹내장은 이미 죽어버린 시신경을 살릴 방법이 없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춰 더 이상 신경이 죽지 않거나, 시신경이 죽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 황반변성 역시 황반을 가리는 혈관을 없앨 수는 있지만, 이미 병든 황반을 제거하거나 회복시킬 수는 없다.

 

완치법이 없는 상태에서 평균 수명의 급격한 연장은 '실명 인구의 폭증'으로 연결된다. 평균 수명 70~80세 시대엔 50~60대에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시작되더라도 실명에 이르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00세까지 살게 된다면 25%(70대 유병률 기준)중 상당수가 생전에 실명 상태에 이르게 된다. 현재로선 실명을 초래하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생기지 않도록 전신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정기검진으로 병을 일찍 발견해 실명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다가오는 첨단 의술

 

하지만 무조건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인공 눈' 등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보던 첨단 의술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도 있다. 미국 도헤니안과연구소와 서울대 초미세생체전자시스템연구센터 등은 현재 망막 칩을 개발 중이다. 실명환자가 칩을 이식한 뒤 특수 안경을 쓰면 칩이 영상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시신경에 전달한다. 현재 명암이나 물건의 유무를 구별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안질환 치료제나 유전자를 심은 바이러스를 눈에 이식하는 기술도 지난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치료제 또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대체할 정상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심어 눈에 이식하면 바이러스가 눈 속에 살면서 이런 물질을 조금씩 분비해 병을 치료한다.

 

눈의 노화

 

사람의 눈은 18~20세에 성장을 멈춘 뒤, 우리 몸에서 가장 빨리 노화하기 시작한다. 자외선과 활성산소 등의 영향이 직접적이다. 시력 자체는 나이에 비례해서 약해지지 않지만, 눈의 노화에 따라 시력의 품질이 떨어진다.

 

빛을 굴절시키는 수정체와 눈을 제일 바깥에서 싸고 있는 각막이 탄력을 잃으면서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이 생긴다. 동시에 눈부심이 심해지고 초점도 흐려진다. 수정체를 위아래에서 고무줄처럼 잡고 있는 모양체와 동공 주변을 도넛 모양으로 감싸는 홍채는 탄력을 잃고 처진다. 모양체의 노화로 수정체가 조절력을 잃으면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때 눈이 침침해지는 노안이 생기며, 홍채의 노화로 동공이 조절력을 잃으면 밤눈이 어두워진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 눈이 총기를 잃고 탁해진다.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의 노화로 흰자위가 누렇게 변하고, 눈의 흰자위와 검은자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도움말=이은석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김효명 고대안암병원 안과 교수, 김철구 김안과병원 망막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