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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말만 믿고… 6용사 영결식 때 日축구장(2002 월드컵 결승전) 간 대통령

풍월 사선암 2012. 6. 26. 14:35

[2연평해전 10] 말만 믿고6용사 영결식 때 축구장(2002 월드컵 결승전) 간 대통령

 

2002629일 발발한 제2연평해전 이틀 뒤인 71일에 열린 6명의 전사자 영결식은 군() 통수권자인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동신 국방장관조차 참석하지 않은 채 치러졌다. 김 전 대통령은 교전 하루 만인 630일 일본으로 출국해 일왕(日王)과 함께 한·일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한 뒤 72일 귀국했다.

 

DJ, '확전방지, 냉정 대응' 주문

 

연평해전 발발 당일인 2002629일 오후 130분 청와대에서 정세현 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 NSC(국가안보회의)가 열렸다. 오전 1025분 시작된 북의 기습 공격으로부터 3시간 뒤였다. 오후 3시에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2NSC 회의를 주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경한 대북 비난 성명''확전 방지' '냉정한 대응'을 지시했고, 회의 직후 국방장관은 북을 비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밤 이한동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전사자 빈소를 조문했고 김 전 대통령은 박지원 비서실장을 대신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교전 다음 날인 630일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해 72일 돌아왔다.

 

김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박지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현 민주당 원내대표)은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의 월드컵 폐막식 참석 일정이 (교전 발생) 오래전에 잡혀있었다""구체적인 사항은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 특보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임 전 특보는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은 영결식에 참석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불참은) 의전(儀典)에 따른 것일 것"이라며 "그건 외교안보수석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성준 전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방일(訪日)은 아랫사람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공동주최국인 것을 고려해서 NSC에서 김 대통령의 방일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우발적 도발로 보고 일본행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해 발간한 '김대중 자서전'에 따르면 북한에서 보낸 통지문 때문에 제2연평해전을 '우발적 도발'로 보고, 일본행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 대북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북한은 신속하게 응답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통된 핫라인으로 긴급통지문을 보내왔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의 통지문 내용은 "이 사건은 계획적이거나 고의성을 띤 것이 아니라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사과는 더 이상의 사태 악화는 원치 않는다는 뜻이었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당시 이 통지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군보다 북 설명 더 믿었나?

 

이 같은 김 전 대통령의 설명은 군 정보당국이 제2연평해전을 앞두고 입수한 북한 측의 도발 정보나, 합참 등이 제출한 북의 '의도적 도발' 분석 보고서보다, 북한의 "우발적 사고"라는 주장을 더 신뢰했다는 얘기다. 대북 감청부대인 5679부대는 제2연평해전을 일으킨 북한 경비정 684호로부터 교전 이틀 전에 '발포 명령만 내리면 바로 발포하겠다''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15'를 입수, 상부에 보고했었다. 당시 군의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강하게 나갈 경우 햇볕 정책이 좌초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최경운 기자  :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