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단어를 찾아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풍월 사선암 2012. 6. 15. 08:03

 

단어를 찾아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내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고 쓰는 것 그것으론 충분치 않다.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리가 내뱉은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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