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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

풍월 사선암 2012. 2. 25. 11:21

2012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

문창극 박사 중앙일보 대기자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저는 이런 자리에 나오는 걸 꺼립니다만 저희 중앙일보 사장이셨던 서울상대 17동기회의 이필곤 회장께서 삼성 성우회에 나와 이야기 해달라는 말씀을 거절할 수 없어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모임의 간사장을 맡고 계신 심명기 사장께서 서울상대 17포럼에도 나와 달라는 말씀을 듣고 이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대기자(大記者)라고 소개하셨지만 저 자신은 은퇴를 대기(待期)하고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과학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조차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 닥칠 것을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19899월 서독의 빌리 그란트 총리가 내한했을 때 독일과 한국의 통일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주변 강대국 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 바람이 독일에서는 강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통일이 된다면 한국이 독일보다 먼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바로 두 달 뒤 119일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일어난 것입니다.

 

기자들의 선거에 대한 예측도 빗나가기가 십상인데 저는 우리나라의 금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 대한 예측을 위해 현역 젊은 기자들을 불러 물어보았습니다만 여러분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것을 우선 전할수 밖에 없습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은 두 선거가 연결이 되어 있는데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30석 확보가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야당은 통합으로 가고 여당은 분열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바로 어제 노무현 당이 부활하는 형태로 민주통합당이 출범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노무현 승리"의 추억이 "이명박 승리" 의 추억보다 더 강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구도에서는 46%2~30대가 진보, 32%50대 이상이 보수로 갈라져 있는데 2~30대는 투표율이 낮아 50대 이상과 거의 같은 값으로 상쇄되고 결국 40대가 키를 쥐게 되는데 그 40대가 지금 2~30대 편으로 넘어 갔으니 게임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대결 구도도 이번에는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즉 과거에는 동-서의 대결에서 충청표를 누가 갖느냐 하는 구도이었는데 이번에는 동-서의 대결이 아니라 PK(노무현)TK(박근혜)의 대결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이회창 대세론을 DJ 연합론이 이긴 적이 있는데 지금은 박근혜 대세론도 이미 무너졌고 연합론에서는 오리무중이어서 혼돈의 시대가 되어버려 누가 이기든 0.5% 의 근소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만 예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대선 국면에 있어서 여당은 박근혜 한명이지만 야당에서는 여러명이 거론되고 있으면서 2,3월 부터 후보자 경선 흥행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한맹숙은 당 대표가 되서 못 나오지만 김두관이 2월에 입당하고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등이 각축을 벌일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수에 안철수가 있습니다. 안철수는 정치인의 속성과는 거리가 먼 "착한 어린왕자" 이미지 입니다. 정치인은 겸손이 없으며 뻔뻔하게 자기를 내 세워야 하고 사람을 이용하는데 눈이 밝아야 합니다. 또 정치인은 자기 본성과는 다른 것을 구호로 내 걸기 때문에 정치인이 되면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김정일 보다 하루 먼저 타계한 초대 체코 대통령 하벨(Vaclav Havel)은 시인이기도 한데 러시아 공산주의를 두고 허위의식의 시스템이라고 일갈하였습니다. 허위의식을 자기의식으로 착각하는 정도에 있어서 가장 심한 곳이 북한입니다. 정치인 중에도 하벨과 같이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간혹은 있습니다. 링컨은 케티스버그 연설이나 대통령 재취임 연설문을 본인이 직접 작성하였고, 조지 워싱턴은 재취임을 마다하고 유유히 낙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인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은 너무 바빠서 자기 성찰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치는 세력 또는 조직이 있어야 되는데 안철수는 조직이 없습니다. 노무현이 부활하는 것도 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세력이 없는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이용 당하거나 불 쏘시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정치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듯이 권력의지는 박탈감이 강한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안철수는 온실에서 여유있게 자라나 노무현의 경우와 같은 박탈감은 찾을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한다면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이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어서 한나라 당은 유령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국입니다. 이 유령이 스스로 사라지면 몰라도 야당의 한명을 지지한다면 그 파괴력은 매우 클 것입니다. 이러한 향방은 금년 8-9월에 결정이 될것인데 결론으로 말한다면 금년의 대결은 노무현 神話 와 박정희 神話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결 구도도 민중:에리트, 진보:보수 로 극명하게 갈리는데 국민은 어느 신화를 선택할가요?

 

젊은이들의 생각을 알아 보기 위하여 수습기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박근혜는 신실하기는 한데 자기들과는 관련이 없는 듯이 이야기 합니다. 박정희 신화에 대해서 듣기는 했어도 자기들과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렇게 되면 절망적이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역사란 거대한 강물과 같아서 도도히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끊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가랑잎에 불이 붙어도 그 불이 지나가고 나면 그루터기에서 다음 봄에 새 싹은 다시 돋아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한 목적의지가 있었습니다.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상식>이란 책을 펴내 미국 독립의 당위성을 주창하였는데 대한민국도 명백한 운명이 있다고 믿습니다.

 

과거 일본, , 러시아 등의 질곡속에서 헤메던 대한민국이 2만불이 넘는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골드만 삭스 보고에 의하면 지금부터 30년 후 2040년 경에는 대한민국이 G-2에 들어 갈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바로 곁에 있어서 거기서 배우고 그들을 이기기 위하여 노력하였기에 오늘이 있게 된 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위치했더라면 결과는 다를 것입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분야가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이란 용단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는 국제 정치에 관한 것인데 한미동맹이 없었으면 오늘의 번영이 가능했겠습니까? 이렇게 대한민국은 명백한 운명이 거대한 물결을 타고 있으니 그때 그때의 스냅 샷에 당황하지 말고 여유있게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업적을 쌓으신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신화를 만든 것 만큼 신화를 전수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보수는 보수들끼리 한 항아리 안에 머리를 밖고 떠들어 보아야 웅웅 거릴 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항아리를 벗어나 젊은이들에게 신화를 이야기하고 영광과 보람의 순간을 느끼게끔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각자 손자 손녀를 모아 놓고 신화에 대한 진솔한 설명을 하여 그들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 주십시요. 도도히 흐르는 대한민국 역사의 물결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