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

풍월 사선암 2012. 2. 7. 00:10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

 

정녕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과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가?

 

앞에서 꿈같은 인생, 불타는 집 속에서 사는 인생, 사대로 구성된 이 몸이 노예가 되어 사는 인생을 이야기할 때 은근히 답을 밝혔지만, 그 방법은 참으로 간단하다. 애착을 비우고 소유욕을 비우는 것이다.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 씩 조금 씩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기르고 무소구행(無所求行)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인간의 모든 괴로움은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곧 구()하고 소유하려고 하면 괴로움이 뒤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구하고 더욱 많이 소유하고자 한다. 사람도 내 사람, 물질도 나의 것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자연히 모든 것을 나 쪽으로 끌어당기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욕구는 나 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도 내가 원하는 것을 잡아당기게 된다. 이렇게 양쪽에서 서로 끌어당기는 경쟁심이 불붙고, 경쟁하다가 이기면 승리했다며 뽐내게 되고 지게 되면 실망과 패배감에 젖어 괴로워하는 것 이다.

 

이것이 중생 놀음이다. 이러한 중생놀음을 벗어나려면 한쪽에서 놓아 버려야 한다. 놓아 버리고 살아야 한다. 죽이면 죽, 밥이면 밥, 형편대로 인연에 맞추어 살 일이지 무리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무리하게 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고, 부작용이 생기면 괴롭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요 과거 전생의 업연(業緣)따라 될 뿐이다. 욕심대로라면 못 이룰 일이 없지만 현실은 전혀 달리 나아간다. 이 일 저 일을 기웃거리지만 뜻과 같이 되지를 않는다.

 

돈벌이가 될 일이라고 하면 너도 나도 달려들지만 많은 톤을 번 사람은 과연 몇이며, 명예를 얻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후세에까지 길이 명예로운 이름을 남긴 사람은 몇이며, 권자에 오르고자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누린 자가 어디에 있었던가?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처처(處處)에 탐착(貪着)하여 구하고 소유하고 이루고자 하지만, 결과는 전혀 엉뚱한 데로 귀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뿐만이 아니다. 구하는 것이 크면 클수록, 탐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괴로움도 크게 돌아오는 법이다.

 

왜 뻔한 결과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며 살아가는가?

 

지혜롭게 마음을 닦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하늘은 자기 먹을 것 없는 사람을 내어놓는 법이 없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자라나게 하지 않는다(天不生無錄人 地不長無名之草)" 는 이치를 알고 있다. 누구든지 분수를 따라 먹고 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등바등 산다고 하여 더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 고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 지혜롭다는 것이 무엇인가? 한 생각 잘 돌이켜 탐착을 벗어 버리는 것이 지혜이다. 흔히 말하는 부자들은 세상 돈을 모두 나의 것으로 만들어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먹고 쓰고 남은 것은 다 남의 것 이라고 생각한다.

 

먹을 만큼 먹고 쓸 만큼 쓰면 그뿐, 더 이상 탐착할 까닭이 없다. 오는 것을 애써 막으려 할 것도 없고 가는 것을 굳이 잡으려 하지도 않는다. 애써 구하려는 생각이나 소유하려는 생각 없이 인연 따라 마음을 편안히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편안히 분수대로 만족할 줄 알라

욕심이 적으면 유쾌하고 행복하여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곧 부귀이니

언제나 청빈 속에 편히 머물지니라

 

安分知足 小欲炔樂(안분지족 소욕결락)

知足富貴 安住淸貧(지족부귀 안주청빈)

 

행복이란 결코 아등바등 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편히 하고 있으면 더 크게 다가온다. 자유도 마찬가지요 부귀 또한 마찬가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꼭 나에게로 오도록 되어 있다.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고 부귀를 누리고자 한다면 마음을 편하게 하라.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탐착을 버리고 본분을 지키며 살면 꼭 필요하고 좋은 것들은 저절로 찾아든다.

 

 

내 나이 17세 때인 1946년 정월 27, 은사스님이신 윤고경(尹古鏡) 노스님이 입적하시자 절 살림을 동화스님이 맡아서 살았다. 그때 외삼촌인 영천스님이 오셔서 선수행(禪修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셨는데, 마침 동화스님이 열 개도 더 되는 열쇠 꾸러미를 허리춤에 차고 철거덕 거리며 지나갔다. 그러자 영천스님께서 물었다.

 

일타야, 저 쇳대 꾸러미를 보고 뭘 생각했노?

뭘 생각해요?

 

순간, 재물 쌓고 색 밝히면 염라대왕이 감옥을 열고, 청정행자는 아미타불께서 연화대로 모셔가네(利慾閻王引 獄鎖 淨行陀佛接蓮臺) 라는 [자경문]의 구절이 떠올랐다.

 

, 저것이 지옥문을 여는 열쇠다. 저 열쇠가 염라대왕의 감옥 문을 여는 것이다. 나는 결코 살림살이하는 중이 되지 않으리라.

 

그때 살림살이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래 오늘날까지 절 살림 사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실로 출가 수행자의 할 일이 무엇인가? 공부밖에 없다. 취할 것은 오직 공부뿐이다. 승려가 재물을 관리하고 모으는 것은 염라대왕의 감옥과 인연을 맺는 것 이상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승려이므로 승려의 본분대로 수행하면 그뿐이다. 열심히 수행하고 있으면 수행의 결실은 물론이요, 먹을 것 입을 것 등은 저절로 찾아들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우리 불자들은 각자의 본분을 지키면서 구하는 바 없는 불사(佛事)를 행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눈길닿는 것마다 몸이 가는 곳마다 탐착하는 삶이 아니라, 근본을 돌아보고 본분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행복과 자유와 부귀가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시절이 어렵다고 하여 결코 방황하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때일수록 욕심을 비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정법(正法)으로 살아야 한다. 더욱 더욱 기도하고 참선하고 좋은 불서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요한 마음으로 탐착심을 떠난 불사(佛事)를 이루어 보라. 모든 괴로움과 불행은 저절로 사라지고 자유와 행복이 깃들게 된다. 하찮은 듯한 이 말이,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이념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이 무소유의 가르침이, 꿈을 깨우고 불을 끄고 사대색신(四大色身)을 다스리는 비결이 된다.

 

바라옵건대 우리 불타들이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오유지족(吾唯知足) 속에서 구하는 바 없는 불사를 행하고, 어려운 시절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복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여 지이다.

 

- 불자의 마음가짐과 수행법(일타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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