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옛집"이라는 국수집

풍월 사선암 2012. 1. 27. 00:06

 

'옛집"이라는 국수집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보니 독이 올랐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그 한 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 작은 것에 큰 사랑을 얻어가는 글 중에서 -

 

<좀 더 깨끗해지고 확장된 옛집 모습>

 

찰랑소녀 : 할머니~ 이 국수 국물이 진짜 넘 맛있어요. 끝내주는데.... 이거 집에서 하면 절대 이 맛이 안나요,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뭘 넣고 만들어요?

 

옛집 할머니 : ~ 그래요? 우리는 국물 낼 때 딱 네 가지만 들어가. 멸치하고 다시마하고, 파뿌리 있잖아요 그거하고 양파... 요것만 들어가지.

 

찰랑소녀 : 우와 그것만 들어가도 맛이 이렇게 나요? 조미료는 절대 안쓴거 같아요. 맛이 깔끔한게...글고 재료를 좋은 거 쓰시나 봐요.

 

옛집 할머니 : 우리는 절대 조미료 안쓰지, 조미료 쓰면 맛이 배려. 다시 국물은 멸치가 좋아야지. 우리 집 앞에 멸치 다시 국물 빼고 내놓은 거 봤지요? 우리는 멸치, 여수에 일년에 한번씩 9월에 직접 가서 좋은 멸치 2,000박스씩 사다가 창고에 넣어두고 쓰지. 여수에 친척이 있거덩. 멸치는 다른데꺼 함부로 사면 안돼. 다 잡탕으로 몰래 섞어서 팔거든... 베트남꺼 뭐 중국꺼 이런거 섞어서 쓰면 안돼. 그런건 맛이 안나.

 

찰랑소녀 : 와아...그렇구나. 김치랑 이런것들도 진짜 너무 맛있는데, 김치도 다~ 직접 만드시는거죠? 그쵸?

 

옛집 할머니 : 그렇지. 우리는 가락시장에 가서 배추 300포기씩 사와가지고... 내가 다 직접 가서 보고 좋은거 사오지... 일주일에 한번씩 직접 담가가지고 내 놓지요. 고추도 우리는 해남에 가서 가져오잖아.

 

찰랑소녀 : 할머니 재료들은 다 직접 가서 사시거나 전라도 쪽에서 가져오시는데, 고향이 그쪽이신가봐요.

 

옛집 할머니 : 우리 친정이 순천이고, 여수랑 해남에 친척들이 다 살아. 그래서 그쪽에서 가져오지요. 내가 사람들한테 잘 속아,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믿음직한 친척들한테서 재료를 직접 받아와서 쓰지. 내 혼자 속는 거야 뭐 괜찮지만, 내가 여기서 31년 했는데, 10년 이상 찾아주는 단골이 많아. 우리 단골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번거롭더라도 재료는 믿을 수 있는 친척이나 아는 사람한테서 가져와서 자연식으로 하지...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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