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두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풍월 사선암 2012. 1. 21. 11:26

 


두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으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별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 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


1923년 폴란드 태생의 시인은 대학에서 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문학과 인생이라는 잡지사의 편집부에서 일하면서 문화칼럼을 고정 기고하다가 194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의 시인들이 고국의 공산화에 투항하거나 저항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으나 그녀는 순수문학인의 자세를 힘겹게 고수했다. 그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쉼보르스카는 쉽고 단순한 시어의 날카로운 언어감각이 돋보이는 시를 꾸준히 발표했고 199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한림원은 그녀의 시는 정교하게 깎여 있으면서도 매너리즘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평가하면서 '현대시의 모차르트'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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