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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구당 선생 미스터리 05,06]

풍월 사선암 2011. 12. 24. 12:53

[COVER STORY | 구당 선생 미스터리 05]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 치료? 과학적 검증 글쎄요

저서, 인터뷰에 나타난 구당의 불치병 치료술사실이라면 노벨 의학상감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구당 김남수 옹은 여러 저서와 언론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대과학이 극복하지 못한 불치 또는 난치 질환에 대해 침뜸으로 암을 치료한다” “침뜸으로 에이즈를 치료한다” “사스는 여름감기와 같아 인동초를 먹으면 낫는다. 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암 치료의 시험 임상에 성공했다” “암은 썩지 않은 종양에 불과하다” “자폐증을 침뜸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낫는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환에 대한 그의 침뜸 치료효과는 아직 과학적 인증을 받지 못했다.

 

전통의학이 치료의 경험칙이 쌓여 만든 귀납적 의술임을 인정한다 해도, 낫게 된 과정은 차후에 규명한다 해도 치료 결과만큼은 과학으로 검증돼야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 그 치료 효과가 정확히 침뜸에 의한 것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나은 것 같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상 시험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해서 영상의학적으로, 혈액·종양학적으로, 검증을 받고 침뜸이 아닌 다른 치료를 받은 대조군과 비교한 뒤 관련 학회로부터 치료술로 인정받아야 한다.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이름 모를 풀뿌리가 몇몇 사람의 불치 또는 난치 질환을 낫게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식적인 치료제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과학적 검증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먹어서 부작용이 전혀 없는 식품이라 해도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치료한다라고 말해선 안 된다. 이는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제도권 의술이든 비제도권 의술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구당은 국민들에게 침뜸 잘 놓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지 오래다. 실제 그에게 치료를 받아 난치병이 나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침뜸을 맞으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그에게 배운 사람에게 침뜸을 맞으려는 이도 적지 않다. 그만큼 그의 말 한마디가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양방·한방, 제도권·비제도권 인사를 막론하고 범의료계에선 구당의 이런 단정적 언사와 검증되지 않는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 생명에 직접적 지장이 없는 질환이야 그러려니 해도 치명적인 불치병, 난치병에 대한 그의 과장된 말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는 구당이 자신의 책이나 자신의 말을 인용한 책, 각종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에서 밝힌 불치병, 난치병에 대한 생각과 치료담을 소개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았다. 구당 측(뜸사랑)의 의견도 들었다.

 

암 치료 임상 시험 포기했다

 

◀121일 있었던 구당의 기자회견문과 그의 구술이 담긴 책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20091월 미국 애틀랜타의 뉴호프 병원에서 (암 치료에 대한) 시험 임상을 성공했다. 725일 본격적인 임상을 위해 미국에 입국했다. 916일부터 암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했다. 모든 환자에게서 항암치료의 공포인,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침뜸의 효과는 미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미국인 의사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없어지니까 항암제 치료를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침뜸 치료 덕분에 많은 환자들의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과학적으로 측정됐다. 진료는 미국인 책임자에 의해 기록됐고 주도되었다. 그는 곧 미국 암 학회에 임상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알려왔다. 미국인 의사들을 위한 침뜸 교육과정도 곧 만들어질 거라고 전해 들었다. 불행하게도 자세한 내용은 CNN이나 미국 신문을 통해 보도가 될 것이다. 미국 의사들이 미국 언론에 먼저 발표하겠다고 했다.’

 

구당은 2010121일 고() 장진영 씨의 악성종양(위암) 침뜸 치료효과와 관련해 논란(36쪽 참조)이 일자, 미국에서 급거 귀국해 뜸사랑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위의 내용은 회견문에 담겼던 것으로 당시 각 언론은 이를 인용 보도했다.

 

구당이 시험 임상(임상시험)’에 성공해 침뜸 치료로 종양이 줄어든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구당이 시험 임상을 하고 종양이 줄어드는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고 한 미국 뉴호프 병원을 취재한 결과, 이 병원은 암에 대한 공개 임상시험을 실시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뉴호프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 의사와 미국 침구사 등은 이 병원은 호스피스 병원이라 암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도 한국에서 그런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에 따르면 뉴호프 병원에서 구당은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침을 놓았는데 일부 환자에게서 항암 치료의 부작용인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사라지는 효과(환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효과)는 있었지만 병원이 침뜸 치료로 종양이 크게 감소하거나 암이 치료됐음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구당은 임상 내용이 암 학회에 보고되고, CNN이나 미국 신문을 통해 보도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9월 말 현재까지 세계 어느 암 학회에도 구당의 암 치료 임상 내용이 보고된 적이 없으며 CNN 등 미국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다. ‘곧 만들어진다던 미국인 의사를 위한 침뜸 교육과정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구당 측도 주간동아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에서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려면 수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암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포기하고 수 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고 그 결과를 모아서 공표하려고 한 것이다. 치료 결과를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 현지 의사가 그 결과물을 미국 신문이나 CNN을 통해 보도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뉴호프 병원에 물어봐라.”

 

기자회견문에서 분명히 시험 임상에 성공했다고 밝혀놓고 이제 와선 수년이 걸려 임상시험은 포기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침뜸 덕분에 종양이 크게 준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고 밝혔지만 뉴호프 병원 측에 확인을 요구하자 답변을 회피했다. 공개질의서를 띄웠지만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상호 기자가 구당의 구술을 받아 정리한 저서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와 최근 각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암과 사스, 에이즈 등 인류 최고의 불치병에 대한 구당의 치료담이나 치료철학이 담겨 있는데 모두가 전 세계 의학자들이 들으면 경천동지할 이야기뿐이다. 과학적 검증작업은 거의 없고 자신의 주장과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 치료를 지켜봤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대부분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세상 모든 불치병, 난치병도 감기보다 못한 질병이 된다.

 

구당은 이 시대 화타’?

 

◀전 세계를 감염의 공포로 벌벌 떨게 했던 사스 발병 당시 인천공항의 모습.

 

암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썩지 않게 된 종양에 불과하다. 모든 종양은 곪아서 스스로 치유된다. 따라서 암도 곪아서 스스로 치유되도록 유도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우선 암에는 침이 최고다.’

 

만약 이런 구당의 말을 믿고 침 치료를 암 치료의 최선이자 최고로 생각하고 제도권의 항암치료를 포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암이 항생제 남용으로 생긴 질환이라면 항생제가 생기기 전인 조선시대에도 종창, 적취, 옹저의 형태로 암이 존재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종양이 곪아서 스스로 치유되도록 유도해주는 최선, 최고의 치료법이 침이라면 구당이 치료한 암 환자는 모두 완치됐다는 말인가. 1월 기자회견에선 분명히 침뜸 치료 덕분에 많은 환자의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과학적으로 측정됐다고 밝힌 구당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질의를 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암이 침뜸만 맞으면 낫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침뜸이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큰 효과를 본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도 침뜸만으로 암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의사와 함께 양방과 침뜸으로 병행치료를 하니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말이다.”

 

2002년 말에서 200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그중 774명이 사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해 구당은 이런 말도 했다.

 

사스 때문에 중국인으로 나하고 가장 친했던 위생부 장관 장문강의 목이 달아났다. 내가 중국에 전화를 해 사스는 침뜸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서 치료해줄까하니까 좋다고 오라고 했어. 그런데 주변에서 그곳에 가면 다시 못 오신다며 사람들이 못 가게 하더라고. 그래서 안 가고 대신 이렇게 치료해줘라얘기만 해줬지. 사스는 사실 여름감기다. 여름감기는 취한 즉, 땀나게 하면 가라앉는다. 인동의 뿌리 한 주먹 달여 먹으면 낫는다. 여름감기는 실제 그렇게 무서운 게 아냐. 내 말을 들어서인지, 나중에 중국에서 인동을 쓰더군. 사스는 그걸 쓰면 낫는 병이야.”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사스는 당시 증상 발현 후 일주일 안에 환자를 무더기로 사망케 했고, 중국과 홍콩에서는 치료에 나섰던 의료진의 사망이 계속 이어지면서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국내에도 3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 질병으로 치사율 9%에 달하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초특급 전염병 중 하나다. 구당이 말한 인동은 민간에서 피기 전 꽃잎을 따 말려서 종기, 염증, 가려움증, 감기를 다스리는 데 써온 식물로, 중국에서 한때 사스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치료제로 인정한 적은 없다. 민간에서 이 식물을 감기나 염증을 다스리는 데 써서 그럴까. 구당은 사스를 전형적인 감기로 보고 풍문혈에 침 치료를 했다고 한다.

 

당시 사스 의심환자를 치료했던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구당의 이런 말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노벨 의학상을 타야 한다. 치료 의사, 간호사조차 죽이는 전염병이 여름감기와 같다는데 더 할 말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구당 측은 사스가 침뜸으로 치료가 되는지 여부는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분명한 점은 사스로 사망한 환자가 감기로 사망한 환자보다 훨씬 적다는 것과 필요 이상으로 사스나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을 정부와 언론에서 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환자가 침뜸으로 낫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감기가 침뜸으로 치료가 된다는 것조차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대화의 벽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질병과 환자에 항상 겸손한가

 

구당은 에이즈도 침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그의 저서는 물론, 언론 인터뷰에서도 누누이 밝혔다. 잠비아 에이즈 환자들에게 침뜸을 놓았다는 사실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후천성 면역체가 모자라면 에이즈가 몸 안에 만연하게 되지. 현대과학으로는 후천성 면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그런데 뜸이 바로 그 면역체를 만들어낸다. 에이즈가 생기기 이전부터, 과학자들이 검증한 내용이야. 뜸은 저항력을 높여주고 면역체를 생산한다고. 뜸이 후천성 면역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이름의 에이즈는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지.”

 

몇 해 전 뜸사랑의 아프리카 잠비아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에이즈 치료에 상당히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장관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물론 많은 잠비아 국민들이 에이즈의 발열 증상이 가라앉고 면역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잠비아 정부에서 본격적인 임상 연구와 공동치료를 요청했지만 당시 뜸사랑을 공식기관으로 인정해주지 않던 우리 정부가 거절하는 바람에 더 이상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에이즈를 치료한 사례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주간동아가 요청하자, 구당 측은 에이즈를 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구당의 임상 소견이다. 잠비아에서 에이즈 환자를 다수 치료했고 많은 효과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례는 내놓지 않았다. “잠비아의 임상 연구와 공동치료 요청을 거절한 정부 부처가 어디냐는 질의에 대해선 공식 문서는 없다. 잠비아 보건복지부 차관과 에이즈 임상 치료에 대해 국립병원과 협진으로 연구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는 국립병원인 국립의료원 신형식 감염병센터장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 해도 응할 생각은 없다. (구당의 치료법에)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30여 년간 환자의 심장과 심혈관을 치료해온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가 항상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 떠오른다.

 

민초들이 존경하는 진짜 명의는 환자가 얼마나 많이 찾고 진료비를 얼마나 받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의인(醫人)으로서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질병과 환자에 대해 항상 겸손한 사람이 진정한 명의다.”

 

 

[COVER STORY | 구당 선생 미스터리 06]

봉사활동은 명분, 침뜸 교육으로 실리 채웠나

163억 영리 취득 혐의 경찰조사 헌재 판결 계기로 곧 검찰수사 재개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지난해(2008) , 중랑경찰서에서 구당 김남수 회장을 비롯해 뜸사랑 관련 계좌를 조회한 바 있지만 그 결과 구당 김남수 회장의 계좌에는 1원이라도 개인적으로 입금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200912월 말 뜸사랑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구당의 200억 착복설 사실무근이라는 뜸사랑 측의 글이 올라왔다. 2008년 시작된 경찰수사 과정에서 침뜸 교육을 통해 120억 원과 추가로 43억여 원의 영리를 취득한 혐의에 갖가지 비공식적인 영리 취득 의혹이 더해져 200억 원(=120+43+α) 착복설이 시중에 나돌자 뜸사랑 측이 해명한 내용이다.

 

뜸사랑은 1993년 구당이 발족한 애구회(愛灸會)’가 모태인 모임으로 2000년 개칭했다. 구당을 정점으로 뜸사랑 사무처, 효행봉사단, 정통침뜸교육원, 각 지부가 있다. 뜸사랑 측은 우리의 전통 민간의술인 뜸이 탁월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그 명맥을 잇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봉사단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이 뜸사랑을 무료로 침뜸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다. 뜸사랑은 스스로 봉사단체로서 일체의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뜸사랑은 비영리 봉사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인에 대한 침뜸 교육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뜸사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뜸사랑 산하 정통침뜸교육원에서 학생 모집이 한창이다. 기본과정(초급반 3개월)55만 원, 본과정(중급반 3개월)65만 원으로 각 과정을 들으려면 수강료에 해당하는 침뜸 참가비를 내야 한다. 정통침뜸교육과정 중 중급 이상을 수료한 사람은 소정의 입회절차를 거쳐 일반회원이 되며, 회원이 전문과정(고급반 6개월)을 이수하려면 회비 명목으로 120만 원을 내야 한다.

 

초급반 55만 원, 중급반 65만 원, 고급반 120만 원

 

뜸사랑이 침뜸 교육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정황은 20095월 서울 중랑경찰서(이하 중랑서)가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넘긴 수사보고서에도 자세히 나타난다. 중랑서는 20086월경 중화동에 있는 모 뜸사랑 봉사실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다는 신고를 받고 보건범죄단속에 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수사에 나섰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중랑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뜸사랑이) 침뜸 교육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중랑구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구당은 20007월부터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에 정통침뜸교육원지부와 봉사실을 열고 초급반(55만 원), 중급반(65만 원), 고급반(120만 원)으로 단계별 교육을 이수하게 했다. 전 과정을 이수하려면 한 학생당 총 교육비는 연간 240만 원. 교재비를 포함하면 그 비용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1년간 교육과정을 거친 수강생 약 4000명은 응시료 6만 원씩을 내고 필기시험, 뜸 실기시험, 면접 등으로 이뤄진 뜸 요법사자격증 시험을 봤다. 연간 2회에 걸쳐 실시되는 이 시험에 통과하면 뜸사랑으로부터 뜸 요법사 자격증을 교부받는다. 물론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다. 당시 뜸사랑은 이런 방식으로 120억 원에 달하는 영리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구당과 뜸사랑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많은 사람이 뜸사랑 침뜸 교육을 찾았고 자연히 매출도 증가했다. 한때 뜸사랑 회원이었던 A씨는 “2008KBS 추석특집 프로그램인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가 방영된 후 수강생이 몰려들었다수강료가 꽤 비쌌음에도 (침뜸을)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중랑서는 뜸사랑 관련 계좌를 조회하는 등 1년 이상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뜸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5개 지부와 인터넷 과정으로 수강생 1800여 명을 모집했다. 수사진은 고급반 수강생들로 하여금 각 봉사실을 찾아온 환자를 대상으로 뜸 요법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요건인 총 30회의 침뜸 임상실습 과정을 거치도록 하면서 432000만 원의 영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렇게 얻은 수익도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뜸사랑 주요 간부 몇몇은 회계장부에 초급과정과 중급과정의 수강생이 납부하는 금액만 수강료로 기재하고 고급과정의 수강생이 납부하는 금액 120만 원은 회비로 기재해 조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뜸사랑의 한 핵심 간부는 주간동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대응 가치도 못 느낀다. 이미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끝났고 횡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뜸사랑은 개인사업자로 남아 있지만 운영은 법인과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뜸사랑에서 6개월 과정의 침뜸 교육을 마치면 회원 자격이 주어지고, 따라서 전문과정은 회원의 자격으로 수료하는 관계로 회비가 맞다.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서 확인해준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비영리 봉사단체를 표방함에도 뜸사랑은 침뜸 교육으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한다(작은 사진).

 

뜸사랑 측 사실과 다른 내용 대응가치 없어

 

조세심판원은 국세청, 관세청 등 조세 징수기관으로부터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관련 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심판청구를 제기해 잘못된 세금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조세 부과와 관련된 부분은 국세청이 담당한다. 개인사업자 혹은 비영리법인이 거둔 수익이 수강료와 회비라는 명목상의 차이에 따라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영리 목적이면 어떤 형태로 돈을 받든지 수강료에 해당한다. 비영리법인은 회원의 친목을 위해 영리 목적이 아닌 실비 차원에서 회비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1년치 회비를 받고 회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교양강좌를 해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법인이 거둔 회비는 면세가 되지만, 비영리법인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영리사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판단되면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된다. 실질적인 내역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91118일 전후로 80여 명의 뜸사랑 전·현직 회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구당의 조카인 김모 뜸사랑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의견과 나머지 피의자 81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의견을 결정해 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같은 시기 서울 수서경찰서 역시 관할 내 뜸사랑 봉사실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있다는 신고를 받아 200911월부터 뜸사랑 소속 자원봉사자 12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그중 일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로는 지지부진한 상태. 20095월 당시 사건 담당이었던 북부지검 반성관 검사는 검사 지휘서를 통해 피의자들이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의 직원으로 근무하거나 수강생들에게 침구이론을 강의하고 돈을 받았다는 것이 문제 되는 행위인 것이 아니라, 불법 임상실험(일반인이나 회원 간에 침뜸을 시술한 것)을 자행하고 그를 감독·지시한 행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20097월 부산지법이 구당의 침뜸 연구단체인 뜸사랑회원들이 낸 의료법 제27조항(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자, 200911월 북부지검은 무면허 침뜸 금지 의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기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해당 사건은 729일 의료법 헌재 합헌 결정이 날 때까지 9개월가량 검찰에서 잠잤다.

 

하지만 뜸사랑 측의 설명처럼 사건 자체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헌재 결정 이후 해당 사건은 1년여 만에 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새롭게 이 사건을 맡게 된 북부지검 이상길 검사는 “2008년 북부지검이 김씨(구당)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내용에 대한 김씨의 헌법소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헌법소원까지 마무리되면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