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김대중 칼럼] 反FTA 세력은 '뼛속까지' 反美인가

풍월 사선암 2011. 11. 28. 23:41

[김대중 칼럼] FTA 세력은 '뼛속까지' 反美인가

 

입력 : 2011.11.28

 

·FTA 반대세력의 기본정서는 反美인데 북한은 미국 지원받아 정권 연명하려고 애써좌파가 FTA 반대로 美 對北정책 바꿀 순 없어

 

김대중 고문 한·FTA에 반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은 뼛속까지 친미(親美)"라고 한 어느 현직 부장판사의 언급에서 반()FTA의 핵심과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이 부장판사의 '친미' 발언은 한·FTA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의 기본정서가 한마디로 반미(反美)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근 10년에 걸친 토론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미국과의 FTA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는 이미 논진될 대로 논진됐다. 또 본질적으로 한·FTA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체결한 EU나 칠레 등과의 FTA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만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반미'가 아니고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여기서 '반미'의 오랜 역사적 배경과 원인을 따질 여유는 없다. 다만 지금 한국에 퍼져 있는 반미의 현주소는 미국이 분단의 원인이고 통일의 저해요소라는 명목상의 차원을 넘어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데 있다. 아마도 미국이 북핵을 용인하고 김정일 정권을 도와 여러 원조를 제공했더라면 한반도 남쪽의 '반미'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교조의 교육 내용과 친북(親北) 인터넷 사이트의 논점, 그리고 좌파 지식인 사이의 어설픈 '민족끼리'의 내막을 들춰보면 미국의 '제국주의적' 요소나 반()부자나라 정서보다 반()김정일 정책이 더 밉고 싫은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정작 김정일 정권도 반미인가? 북한은 미국에 관한 한, '두 갈래 정책'(two track policy)을 쓰고 있다. 하나는 인민 차원에서 미국을 북한의 '웬수'로 몰아 인민의 단결을 통치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양면작전인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생존전략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기대는 것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아무런 장기대책 없이 무작정 원조에 의존하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지배계층은 '한심한' 눈으로 보고 있음이 역력해지고 있다. 이 판에 한국의 대북지원마저 끊긴 것도 김정일이 미국과의 개선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된다.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을 연명하고 지탱해줄 수 있는 '동아줄'의 하나가 미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남쪽의 좌파세력 또는 친북·종북(從北) 세력이 김정일 집단의 의도와 달리 반미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된 말로 미국을 잘 달래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누그러뜨리고 지원을 촉발해서 북한을 돕도록 하는 것이 그들 노선에 합당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친북좌파가 북한을 도와 한국과의 공존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도움과 미국과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현실논리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FTA를 둘러싼 진보좌파 세력의 반미적 접근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이렇게 미국을 몰아붙이는 것이 미국을 굴복(?)시켜 결국 북한을 돕는 쪽으로 이끌어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일부 친북세력을 구슬리고 비위 맞추기 위해 김정일 정권을 포용하고 도와줄 만큼 그렇게 한반도 상황에 목매 있지도 않고 또 핵문제에 관한 한 융통성을 발휘할 입장에 있지도 않다. 만일 한국의 반FTA 세력의 기본입장이 진정 FTA 내용에 대한 실리적인 찬·반의 논점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모르되, 그것이 반미니 친미니 하는 노선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으로는 미국을 압박할 수도 없거니와 미국이 압박을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남쪽의 진보좌파, 야당 세력이 한·FTA 반대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아 내년 선거에서 정권을 장악하는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FTA가 미국에 우리의 주권을 팔아넘기는 것이라며 반미의 입장에서 FTA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한국보다 더 김정일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도 저도 아니고 한·FTA로 한국이 세계를 상대로 한 교역 전선에서 선두로 나서게 되고 그것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남·북한 간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속이 상하고 따라서 그것을 방해하고 싶은 것이라면 대한민국은 그런 반()대한민국 세력과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 국회의사당에서 최루탄이나 뿌리고 반FTA 집회에서 경찰서장을 뭇매질하기보다는 FTA를 계기로 한 우리의 상승기류를 북한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우리의 발전이 북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한국 정부를 대하고 FTA를 다룬다면 그것이 오히려 북한을 도우려는 진보좌파 세력의 의도에 더 부합하는 길일 것이다.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