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말을 위한 기도

풍월 사선암 2011. 7. 28. 10:41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 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 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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