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울지 않는 바이올린

풍월 사선암 2011. 6. 7. 10:37

 

울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기고 건강해 보였으며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후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 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부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은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가 자기 집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들은 싫어하고, 부인도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들은

들어주지 않은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 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 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 미우라 아야코 -

 

 

첨부이미지

'행복의 정원 > 생활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숫자 142857  (0) 2011.06.09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말라  (0) 2011.06.08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0) 2011.06.03
행운이 오는 방법   (0) 2011.06.02
봄을 가지고 온 아이  (0) 201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