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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50년 대한민국의 성적표

풍월 사선암 2011. 5. 27. 16:32

5·16 50년 대한민국의 성적표

 

UNDP 인간개발 지수, 생활수준, 삶의 질에서 스위스··앞서

 

◀산업시설을 시찰하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의 근대화 의지는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려놓았다.

 

1963년 민정(民政)이양을 앞두고 박정희(朴正熙)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각국의 근대화혁명 사례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쑨원(孫文)의 신해혁명(辛亥革命),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케말파샤의 터키혁명, 나세르의 이집트혁명에 대해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시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던 나세르의 이집트혁명에 대해 박 의장은 이렇게 예찬하고 있다.

 

<나세르는 지금, 세계 최대의 댐이자 이집트 공업화의 중심 동력원이 되고, 전 경작지의 3할을 증가한다는 장대무비한 아스완 하이댐 공사에 여념이 없다. (중략)

 

수천년래의 봉건(封建) 아성(牙城)을 무너뜨리고 생기충일(生氣充溢)하는 현대 이집트를 건설하려는 나세르의 자세와 투지!

 

동서의 강대세력, 그 한복판에 서서 실리외교를 추진하며 제3의 세계를 외치면서 세계균형을 조정하고 나서려는 그의 철학은, 확실히 약자가 창조하여 가는 현실의 기적이 될 것으로, 이는 우리의 관심을 모아 마땅하리라고 믿는 바이다.>

 

위에서 언급한 혁명들에 대해서는 민족의 재기와 발전을 위한 거룩한 거사(擧事)’라고 찬양했던 박정희 의장은 터키 등 중근동(中近東)지역의 혁명에 대해서도 자활혁명(自活革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중남미(中南美)에서 빈발하는 쿠데타에 대해서는 혁명의 명예를 크게 상처 주는, 정권쟁탈에 불과한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 박정희 의장이 선망(羨望)의 염()으로 바라보았던 나세르 혁명의 나라 이집트에서는 얼마 전 30년 독재자 무바라크가 민중봉기로 쫓겨났다. 중근동이나 중남미 국가들 역시 정정(政情)이 불안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 모두 아직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퇴한 나라도 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가는 나라로 꼽혔던 필리핀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고 독재정치에 들어간 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1년 이후 한국과 박정희 대통령이 모델로 여겼던 이집트와 터키, 중남미의 대국(大國)이자 비슷한 시기에 군사쿠데타를 경험했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그리고 필리핀의 성적표를 비교해 본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이집트의 2/3 못 미쳐

 

◀1950~60년대 제3세계 근대화혁명의 총아(寵兒)였던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

 

세계은행(IBRD) 통계에 의하면, 5·16이 일어나던 1961년 한국의 1인당 GDP92달러였다. 같은 해 1인당 GDP를 보면 이집트는 152달러, 필리핀은 260달러, 터키는 276달러였다. 브라질은 203달러였다. 아르헨티나는 19621인당 GDP1145달러였다.

 

한국의 1인당 GDP가 이집트를 앞지른 것은 1968년이었다. 이해 한국의 1인당 GDP195달러, 이집트의 그것은 180달러였다. 이듬해 한국의 1인당 GDP239달러를 기록, 237달러를 기록한 필리핀을 앞지른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1979년 한국의 1인당 GDP1747달러였다. 같은 해 이집트의 1인당 GDP419달러, 필리핀은 587달러, 아르헨티나는 2497달러, 브라질은 1894달러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사후(死後)에도 한국의 전진은 계속된다. 박 대통령 서거 이듬해인 1980, 한국의 1인당 GDP1674달러를 기록, ‘케말 파샤의 나라 터키(1490달러)를 앞질렀다. 1983년에는 1인당 GDP2118달러를 기록하면서 브라질(1560달러), 1988년에는 4465달러로 아르헨티나(3997달러)를 넘어섰다.

 

2009년 한국의 1인당 GDP1707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비교 대상 국가들의 1인당 GDP를 보면, 이집트는 2270달러, 터키는 8215달러, 필리핀은 1752달러, 아르헨티나는 7626달러, 브라질은 8121달러였다.

 

IMF가 발표한 작년도 세계 GDP 순위를 보면 한국은 98625600만 달러로 15위에 올랐다. 브라질이 2235억 달러로 8, 터키는 7290억 달러로 17, 아르헨티나는 3510억 달러로 28, 이집트는 21683000만 달러로 40, 필리핀은 1890억 달러로 46위에 올랐다.

 

한국, 2010HDI지수 12

 

◀오늘날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를 이끄는 G20의 하나로 성장했다. 사진은 작년에 서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한국은 경제적인 면에서만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자유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포린 폴리시가 전 세계 177개국을 대상으로 산정한 실패국가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10153위를 기록했다. 이는 25번째로 안정적인 나라라는 의미다. 이집트는 49, 필리핀은 51, 터키는 89, 브라질은 119, 아르헨티나는 148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의 정치적 자유지표(1~7점으로 기록되며 점수가 낮을수록 자유도가 높다)에서 한국은 20101점을 받았다. 이집트는 7, 필리핀은 4, 터키는 3,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2점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2006년부터 발표해 온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2010)의 성적도 놀랍다. 한국은 20위로 완전한 민주국가로 분류됐는데, 이는 일본(22), 벨기에(23), 이탈리아(29), 프랑스(31)를 앞서는 순위였다. 브라질은 47, 아르헨티나는 51, 필리핀은 74, 터키는 89, 이집트는 138위를 기록했다.

 

삶의 질을 보여주는 UNDP(유엔개발계획)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한국은 작년에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스위스(13), 프랑스(14), 핀란드(16), 영국(26)을 앞서는 순위다(한국의 순위가 이렇게 뛰어오른 것은 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활수준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HDI지수에서 2000년대 이후 보통 26위를 기록해 왔다). 필리핀은 97, 이집트는 101, 터키는 83, 브라질은 73, 아르헨티나는 46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