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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근혜의 고백

풍월 사선암 2011. 4. 19. 17:55

 

<시론>박근혜의 고백

 

문화일보 | 기자 | 입력 2011.04.04 13:51

윤창중 논설실장

 

박근혜의 한계다. 6·25 이후 최대의 안보 파탄-천안함·연평도 때는 그토록 침묵하더니 자신의 텃밭 영남권에 신공항 짓는 문제에 대해선 백지화를 정면 비판하며 꼭 지어야겠다고 수도꼭지처럼 콸콸콸 말을 쏟아내는 박근혜. 묻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4분의 1도 안되는 대한민국 좁은 땅에 제2의 인천공항을? KTX로 동대구·부산에서 1시간반 2시간40분 정도, 한숨 자다보면 서울역에 내려 공항철도 타고 43분만에 도착하는 인천공항을 놔두고 또 짓는다? 애초부터 신공항 공약은 표만을 노린 것! 1970년 대통령 박정희가 김영삼·김대중의 극력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이번에 박근혜도 공약 내건 걸 사과했어야 할 사안!

 

정령, 박근혜가 신공항이 신조라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 '내가 대통령되면 어디다 짓겠다'고 딱 부러지게 찍어서 말했어야 했다. 경남 밀양이든, 부산 가덕도든! 그래서 영남권 표밭을 두 동강 내 자신의 텃밭 지지까지 두동강 내는 모험이라도 감수하려 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신뢰와 약속을 지키는 대의(大義)의 정치! 공리(公利)의 정치! 아버지 박정희, 호남권 차별한다고 그렇게 욕 먹으면서도 포항제철 옆에다 경부고속도로를 뚫은 그 거대한 국가 건설의 대의, 공리와는 비교도 안된다. 아버지의 그릇이 못된다. 지역 맹주라는 자기 고백이다! 대권을 의식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영남권 금배지들과 유권자들의 아우성을 뿌리치지 못한 사리(私利)! 차라리 '노 코멘트'함으로써 MB에게 힘을 실어줘 신공항 문제를 정리하도록 하는 게 고단수 정치고, 적어도 MB의 환심이라도 살 수 있는 선택.

 

MB는 이번 신공항 백지화에 반기 드는 박근혜를 보고 더욱 결심을 굳혔을 것이다. 박근혜가 대권을 갖도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이야 속 좋은 듯 박근혜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MB와 박근혜-19년 전인 1992, 집권 민자당 대통령 노태우와 제2인자 김영삼과 똑같다. 3당 합당으로 집권당에 들어간 YS, '물태우'를 몰아세워 대권을 빼앗으려 했다. 그때도 YS는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 지금 박근혜처럼. 그러나 YS는 대선 후보 티켓을 따는 데는 세() 부족. 그래서 자신의 비서실장에 주류 민정계를 앉히고, 민정계를 격파해 신() YS계를 만들고, 3·26 총선까지 자신이 진두지휘하겠다며 상당 부분 공천권까지 행사. 대선 후보 자리를 손에 다 쥔 줄 알았다. 그러나? 총선에서 민자당 참패. YS계의 충격적인 반토막. YS는 노태우에게 역린(逆鱗)의 카드를 들이댄다. 조기 대선 출마 공식 선언. 노태우 임기가 11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물태우'의 반격-집권당 전격 탈당 + 선거 중립내각 구성! 동교동 김대중이 집권해도 막지않겠다는 신호였다. 이런 혼란 정국에서 킹메이커 허주(虛舟) 김윤환이 YS 대세론을 굳히며 민정계와 권부를 포섭하고 몰아주지 않았다면? DJYS보다 먼저 대통령이 됐다. 천신만고 끝, 여의도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도착한 YS, "노태우가 내 대통령 되는 걸 막았다", 참았던 분통을 폭발시킨다.

 

지금, 박근혜 대세론은 허구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세력분포는 잘해야 73, 친이계가 똘똘 뭉쳐 극적으로 대항마 만들어 밀어붙이면? 경선에서 박근혜는 대선후보조차 될 수 없다. 대중 지지도 1위의 고공행진이라해서? 지역맹주, 계보수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친박계는 계속 이탈자 생기고, '2의 허주'들이 친이계에서 나타나 '뉴 친박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가봤자다. 친이계가 박근혜를 익사시킬 수 있는 카드=끝까지 경선으로 유인해 낙선시키는 것. 이거야말로 극적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 199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될 때 대중 지지도 1위는 이회창이 아니라 박찬종. 허주 김윤환이 이회창 대세론으로 사람을 모아나가자 박찬종의 대중 지지도는 바람 빠져나가는 고무풍선. 그런데도, YS는 대선후보 이회창이 대들어대자 DJ 집권을 눈감아주었다. 나중에 역사가 어떻게 평가하든 말든, 그게 현실정치다! 정치는 비정하다. 예측불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세 따라간다. 집권? 시대정신이라는 대의와 세를 모두 쥐어야 한다. 하나만 없어도 춘몽(春夢)이다.

 

박근혜, 겸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