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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신라'에서 쫓겨나다

풍월 사선암 2011. 4. 14. 11:17

한복 '신라'에서 쫓겨나다

 

한복을 계속 입어 우리 문화 지킴이가 되겠다는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 그는 이 사진과 같은 한복을 입고 호텔신라에 갔다가 입장 거부를 당했다.

 

한복 입고 호텔신라 갔더니 "타인에게 피해위험한 옷"

식당 입장 금지, 파문 확산이부진 사장이 찾아가 사과

 

"우리나라 전통 한복을 입고 호텔에 입장할 수 없다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순간 모욕당한 느낌이었어요."

 

영화 '쌍화점' '스캔들' 의상을 맡았던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는 12일 오후 저녁식사를 위해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의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를 찾았다가 "한복 차림으로는 입장이 안 된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이씨는 13"당시 식당 입구에 있던 호텔 관계자가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어선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직 지배인을 불러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항변했지만, 호텔 당직 지배인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혹여라도 '한국 최고 호텔이 한국의 옷을 거부했다'는 내용으로 해외 토픽에라도 나올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그날 입었던 옷은 얇은 비단() 옷감으로 지은 우윳빛 저고리와 청보랏빛 치마였다고 한다.

 

분개한 이씨는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트위터 등을 통해 이 사건은 확산됐다. 호텔신라 사이트 등에는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이혜순 디자이너의 한복숍을 찾아 직접 사과했다. 이혜순 디자이너는 삼성가()의 한복을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 이부진 사장은 "민망해서 고개를 못 들겠다. 죄송하다"고 말했고 이씨는 "우리 문화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입력 : 2011.04.14

 


 

신라호텔 사과문 전문

 

호텔신라는 뷔페식당 파크뷰에서 최근(12일 저녁) 발생한 한복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려는 고객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중히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 분들께,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 하는 뷔페의 특성으로 인해 식당 내 고객들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객분들께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다른 고객께서 한복을 착용한 고객의 옷에 걸려 넘어지거나, 한복을 입은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옷이 밟히는 등으로 인해 고객들간의 불만사항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습니다.

 

이번 일은 이러한 고객간의 불편함 및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식당 입장 전에 한복을 입은 고객 분들께 관련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드리도록 했으나, 식당 근무 직원의 착오로 미숙하게 고객에게 안내되었습니다.

 

호텔신라는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조속한 시정과 함께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라호텔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호텔신라 임직원 일동.

 

 

무서운 트위터 위력신라호텔 한복 논란도 기폭제 역할

 

(사진=:서울 신라호텔전경/:이혜순 한복디자이너의 컬렉션)

(파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