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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바둑 최고수 목이균 부회장의 주식투자 비법 ‘위기십결’

풍월 사선암 2011. 3. 26. 10:21

증권가 바둑 최고수 목이균 부회장의 주식투자 비법 위기십결

 

신물경속지금은 이창호처럼 투자할 때다

 

목이균(61·왼쪽)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부회장과 그의 아들인 프로바둑기사 목진석(31) 9단이 15일 목 부회장의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상선 기자]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꼭대기에 위치한 목이균(61)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부회장의 집무실에는 눈에 띄는 글귀가 벽에 걸려 있다. ‘위기십결(圍棋十訣)’- 바둑 둘 때 명심하고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을 뜻한다.

 

목 부회장은 바둑과 주식투자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고 했다. 돌을 효율적으로 놓아 집을 많이 내야 하는 바둑과 돈을 잘 투자해 많은 수익을 거둬들여야 하는 주식투자는 원리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투자에 앞서 항상 위기십결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했다.

 

목 부회장과 바둑의 인연은 남다르다. ‘운명적이라고 해야 할까. 우선 실력. 아마 5단이다. 증권가 바둑 최고수 중 한 명이다. 게다가 온라인 바둑사이트인 사이버오로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그뿐이랴. 그의 아들은 목진석(31) 프로 9단이다. 지난달 통산 800승 위업을 달성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재(棋才)를 보이자 목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바둑 수업을 시켰다고 한다.

 

목 부회장은 최근 외국인의 팔자공세로 조정을 받고 있는 국내 증시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반전의 바둑에 비유했다.

 

증시를 둘러싼 변수가 많아지면서 20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즘 증시 흐름이 대마의 생사가 얽힌 수상전이 벌어지는 바둑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난타전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결정적인 패착으로 이어지는 만큼 요즘 주식투자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들)진석이 바둑 두는 것처럼 투자해서는 안 되고, 이창호처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진석 9단의 기풍(棋風)은 전형적인 전투형이다. 화끈한 대마 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종반까지 가지 않는 불계 승부가 많다. 반면 수읽기에 능해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창호 9단은 난타전보다는 종반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반집 승부가 많은 편이다.

 

그는 요즘 장세는 한국 기업 실적이라는 호재와 외국인 매도 공세라는 악재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라며 기업의 실적만 믿고 무작정 주식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수급과 가격, 환율과 금리, 그리고 각종 해외변수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십결 중 신물경속(愼勿輕速·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두라)의 문구를 지목했다. 자신의 투자원칙을 다시 되새겨보고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둔 매매전략과 종목선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원화가치 상승세가 조만간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3개월 정도 조정기간을 거친 뒤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스마트폰·AMOLED와 관련된 정보기술(IT)업종, 자동차 수출 증대로 수혜가 기대되는 자동차 부품회사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그는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에게 위기십결이 일종의 투자지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계의완(入界宜緩·상대의 세력권에 들어갈 경우 깊이 들어가지 말라)과 피강자보(彼强自保·상대가 강하면 안전을 도모하라)를 새겨둘 것을 권했다. 외국인·기관과 맞서기 위해서는 증시를 충분히 공부하고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주식 초보 투자자는 입계의완 전략이 필요하다

주식·바둑 닮았다는 목이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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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부회장은 증권가의 큰 어른이다. 올해로 증권업계에 몸담은 지 39년째. 1973년 럭키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투신한 그는 한셋투자자문 상무, 코리아오메가투자자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88월 신생 투자자문사인 웅진루카스투자자문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계 최초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후취수수료 제도를 도입해 후발주자인 회사를 2년 만에 업계 중상위권에 올려놓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종목에 투자하는 운용전략을 구사한다. 그래서 오를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안 떨어질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들을 말한다. ‘안 떨어질주식이 결국 주가가 상승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바둑과 유달리 인연이 깊은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둑을 뒀다. 그 뒤에도 계속 바둑 공부를 했는데, 증권업계 입문한 뒤 기력이 아마 1단에서 5단으로 뛰었다. 진석이(아들인 목진석 9)는 다섯 살 때 취미 삼아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전국대회 나가더니 우승을 하더라. 회사에선 자문형 랩 상품의 보수에서 일정 부분을 출연해 바둑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

 

-주식 투자할 때 바둑이 도움이 되나.

둘 다 다양한 전략이 맞붙고, 두뇌 싸움을 벌이고. 변화무쌍한 흐름이 전개된다. 무엇보다 빠른 판단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비슷하다. 바둑을 두면서 배운 평상심과 각종 전략이 실제 투자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실제 위기십결 같은 바둑 교훈은 투자나 사업을 할 때 상당히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증시가 그간 쉼 없이 올라 차익 실현 욕구가 컸다. 또 원화 강세 덕분에 환차익을 실현하는 외국인도 많은 것 같다.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아시아에서 자금을 빼내는 분위기다. 물론 외국인 이탈은 구조적이기보다는 일시적인 글로벌 자금의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조정) 성격이 짙다. 하지만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당장 진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증시도 지난해와 달리 부진하다.

“2100선을 돌파하면서 기술적으로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염두에 둬야 할 변수를 꼽자면.

내부적으로는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긴축, 원자재 가격 상승, 중동의 정치적 불안감 등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의 긴축을 가장 큰 변수로 꼽지만, 달러 강세 가능성이 더 걱정이다. 달러 값이 비싸지면 그간 약()달러로 유지됐던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아시아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증시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그간 주가가 올랐고, 여러 변수가 부담을 주고 있지만 상승추세를 이탈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실적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해 매력적이다. 선진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동한다고 하지만 결국 선진국 경기회복으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머지않아 유동성 장세가 아닌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올해가 될지 내년 초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정을 마치면 다시 상승세를 타서 코스피지수 2400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

 

-특별한 주식 투자철학이 있나.

“‘오를종목보다는 안 떨어질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100원에서 10%가 떨어지면 90원이 된다. 다시 10%가 오르면 100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99원이 된다. 같은 수치라고 해도 상승보다는 하락의 영향이 더 무서운 것이다. 특히 남의 돈을 운용하는 입장에선 상승보다 하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 떨어질 종목에 장기 투자하면 결국 수익을 얻게 된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제값을 못 받는 기업들, 우리나라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될 기업들이 그런 종목이다.”

 

-본인의 재테크는 어떤지 궁금하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예전 증권사 임직원들의 주식 투자가 금지됐을 때도 주식을 샀다(웃음). 지금도 여유자금의 80% 정도는 주식에 투자한다. 비상장 주식도 적잖이 샀다. 진석이의 재테크도 내가 관리하는데 제법 수익이 짭짤하다(웃음).”

 

-개인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개인들은 소문만 듣고 올인하거나, 분산은 하지 않고 한 종목에 몰빵을 지른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손절매를 못하는 원금 집착도 심각하다. 이런 잘못된 투자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3년도 안 된 회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업계 최초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후취수수료 제도를 도입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웅진그룹계열 금융회사라는 점도 고객들에게 신뢰를 준 것 같다. 수익률도 괜찮게 나오다 보니 고객들이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증권 경력이 거의 40년이다. 한국 증권시장을 평가하자면.

처음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70년대 초반만 해도 상장기업이 50여 개에 불과했다. 증권시장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했다고 본다. 다만 아직 증권업계에서 글로벌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점이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201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