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가을이면 / 신 영

풍월 사선암 2010. 9. 16. 08:35

 

가을이면... / 신 영

 

가을이면,

몸이 아파져 오는 오랜 지병이 있습니다.

사근사근 온몸에 파고드는 아리고 저린 병이

마음이 아파져 와 몸이 아픈 건지

몸이 아파져 와 마음이 아픈 건지 모를

가슴앓이에….

 

이 가을에는

가슴앓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다짐해보지만….

오래 묵은 천식처럼

그렁그렁 끓는 가래 같은 몹쓸 병인가 봅니다.

가을이면 앓는 이 지병은.

 

오색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몸이 아파 견딜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물들이기 위해

제 몸의 살갗을 긁어내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몸이 아파져 오고

마음이 아파져 옵니다.

 

해마다 이 가을이면,

마음에 묵은 다짐을 하며

내년 가을에는 이렇게 아프지 않겠노라고….

이 아름다운 오색 단풍을 즐기기만 하겠노라고.

그렇게 몇 번을 마음먹어 보지만

또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가을이면,

삶을 엿볼 수 있어 고맙습니다.

인생을 묵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저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서

창조주의 은혜 하심과 피조물인 나를 고백합니다.

아프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저 오색 단풍을 보면서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보면서….

하나 둘 갈바람에 흩날리고

갈비에 젖어 하나 둘 땅의 색깔을 찾는

저 자연을 보면서 삶의 이치를 배웁니다.

오늘의 호흡하는 이 시간의 감사를.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