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역사,인물

전설의 왕국 ‘가야’, 그 비밀의 빗장을 열다!

풍월 사선암 2010. 7. 14. 19:31

 

 

고구려, 백제, 신라가 격돌하던 삼국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뛰어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500여 년 동안이나 찬란한 역사를 꽃피운 나라 ‘가야’ .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왕국’ 가야가 되살아나고 있다. 바로 드라마 ‘김수로’ 에 의해서다. ‘김수로’ 는 화려한 영상미도 그렇지만, 베일에 쌓여있던 가야의 건국신화와 철의 왕국을 건설한 인물 김수로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삼국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을만큼 ‘가야’ 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역사의 기록도 거의 없거니와 1970년대 이후 유물이 쏟아지면서 뒤늦게 주목받은 탓이다. 최근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촬영지이자 금관가야의 실제 고도였던 김해에게도 많은 시선이 옮겨진다. 실로 김해 도시 곳곳에는 옛 가야의 유물들이 산재해있을 뿐 아니라 전설 속 지명과 흔적들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가야 역사기행지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200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가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김해로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 가야역사테마파크 내 드라마 ‘가야세트장’ 에서는 주요인물들의 무대가 되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 2천년 전 고대 가야와의 만남 잊혀진 고대 가야의 한 페이지를 화면에 생생하게 되살려 낸 드라마 ‘김수로’ 는 현재 분성산과 김해천문대 사이에 위치한 가야역사테마파크 내 드라마 ‘가야 세트장’ 에서 한창 촬영 중이다. 세트장에는 철을 만드는 시설인 쇠부리가마와 단야공방, 제련로 등이 꾸며진 야철장과 주요 인물들의 무대가 되는 김수로의 나라 ‘구야국 마을 해반천’, 제사장인 천군 ‘이비가의 집’, ‘가야왕궁’ 등이 들어섰다. 세트장만 봐도 옛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알 수 있어 아이들의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공사 중인 가야역사테마파크는 2012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 김수로의 탄생설화, 구지가의 전설이 서려있는 구지봉의 모습          걷기에도 좋고, 쉬기에도 좋은 구지봉 산책길 

 

◆ 가야의 심장 김해, 그리고 구지봉 드라마 세트장이 ‘가상의 가야’ 를 재현해낸 것이라면, ‘실제의 가야’ 가 살아숨쉬는 김해 구석구석에는 당대의 지형과 지명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먼저 가야 역사와 문화를 찾는 데 있어 시작점인 구지봉. 생긴 모습이 거북의 머리와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구지봉(龜旨峰)은, 비록 야트막한 구릉지에 불과하지만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이 태어났다는 설화를 간직한 곳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해지는 수로왕 탄강설화는 다음과 같다. 구지봉에 이상한 소리로 부르는 기척이 있어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하늘이 내게 명하여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 하므로 여기에 왔으니 너희는 이 봉우리의 흙을 파면서 노래하고 춤추어라.” 라는 말이 들려왔다. 이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 .” 라는 노래를 부르며 백성들이 수로왕을 맞기 취해 춤을 추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담긴 금상자가 내려오고 그 알 속에서 수로왕을 비롯해 6가야의 시조왕들이 태어났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구지봉은 수로왕의 탄강설화의 장소이자, 가야 오백년 역사가 시작된 중요한 유적지 중 하나다.

 


◇ 가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인 수로왕릉. 납릉 정문을 지나 만나는 봉토분의 외형에서 장엄함마저 느껴진다

 

◆ 철을 다스린 가야 최초의 왕 발길을 돌려 변한 12소국을 통합한 가야 최초의 왕인 김수로의 무덤, 수로왕릉으로 향한다. 가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인 수로왕릉은 그 모습 자체로도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능의 경내에는 수로왕, 수로왕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을 비롯하여 안향각, 전사청, 제기고 등 여러 건물과 신도비, 공적비 등 석조물이 있다. 능 앞의 묘비는 조선 인조25년에 세운 것이며 숭선전은 고종 21년에 임금이 내린 이름이다. 특히나 왕비의 고향인 인도 아유타국의 용왕을 표시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채색된 신어문양의 납릉 정문을 지나 맞게 되는 원형 봉토분의 외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위엄이 있다. 또한 왕릉 옆으로는 작은 연못과 세월을 고목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워 만들어낸 숲도 있어 고즈넉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 수로왕비능과 바람과 풍랑을 막기 위해 허황후가 인도에서 가지고 왔다는 파산석탑

 

◆ 파사석탑의 비밀, 수로왕비릉 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의 릉도 둘러보자.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였던 허황옥은 수로왕 7년 16세의 나이로 배를 타고 가락국에 도착해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허왕후에 관해서는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로 인도에서 가락국으로 올 때 파신(波神)의 노여움, 즉 바람과 풍랑을 막고 항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이다. 실제로 수로왕비릉 곁에는 붉은 글씨로 새겨진 파사의 탑이 있어 수로왕이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과 결혼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연상하게 한다. 이 외에도 왕비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두 아들을 어머니의 성인 허씨를 따르게 하여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로 인해 김해 김씨와 허씨는 혼인을 하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허황옥의 능인 수로왕비릉은 조선 인조 19년에 수축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 허황후의 전설과 관련된 쌍어문이 남아있는 은하사.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로 운치 또한 뛰어나다

 

◆ 아유타국의 문양 새겨진 ‘은하사’ 허왕후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쌍어문(雙漁文)이다. 가락국의 국장이자 신앙의 상징으로 사용된 쌍어문은 고대 ‘바빌로니아인’ 들이 물고기가 인간을 보호하는 영특한 존재로 여겨 사용하던 문장이다. 이후 인도에 전파되고, 힌두교의 여러 신상 중에 하나가 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지금도 가야의 옛 땅이었던 경남의 여러 불교사원에는 쌍어문이 남아있다. 특히나 허왕후와 함께 온 승려 장유화상이 창건했다는 은해사의 대웅전 수미단에 쌍어문양이 있어 인도 아유타국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병풍처럼 아름다운 산세를 등에 진 은하사는, 절의 역사를 차치하고 절 그 자체만 보더라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단아하다. 특히나 자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풍경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 김해 봉황동유적 내 복원된 가야시대 주거지 고상가옥들과 복원된 배를 댈 수 있는 접안 시설

 

◆ 가야 최대 생활유적지 ‘봉황동유적’ 가야시대의 생활상을 알고 싶다면 봉황동 유적을 찾아보자. 봉황동 유적지는 1907년 국내 최초로 고고학적 조사가 이뤄졌던 회현리 패총과 금관가야 최대의 생활유적지인 봉황대가 합쳐진 곳이다. 원래 이 일대는 일찍이 청동기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후 생산과 주거의 거점이었다. 이후 대규모의 주거지, 고상건물지, 방어시설, 한국 최대 깊이의 패총 등이 발굴되는 점 등으로 보아 금관가야 지배층 집단의 중심 거주지역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봉황동유적에는 가야시대 주거시설인 고상가옥과 망루, 접안시설과 선박 등이 복원 설치되어 있어 옛 가야인의 생활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대성동고분박물관 노출전시관에 보관된 목곽묘의 모습       가야의 이색 풍습인 순장 재현장면이 연출된 디오라마

 

◆ 비밀의 빗장 풀어주는 ‘대성동고분박물관’ 무엇보다 역사 속에 잊혀져 있던 가야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1990년 6월, 대성동 고분군이 발견된 때문이다. 이는 전설 속 가야의 비밀을 푸는 엄청난 사건이요, 김해가 가야의 고도임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당시 발견된 유물이 전시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실내전시관과 노출전시관으로 나눠져 있는데 가야고분을 원형 그대로 재현한 노출전시관에는 목곽묘인 대성동 29호분과 39호 고분군이 있다.

 

◇ 전시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당시 가야가 강력한 군대를 보유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내전시관에는 대성동고분에서 출토된 화살통, 말투구, 말갑옷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가야가 당시 강력한 군대를 보유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분에서 출토된 인골을 바탕으로 복원한 가야의 무사들과 타임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여다보는 고분 속 모습 등 가야문화를 체감하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그 외에도 청동거울의 모형과 철기 제작 및 순장 풍습 등 출토유물과 유구도 전시하고 있다. 가까이에 위치한 김해박물관에서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여행 팁>

◎ 가야역사테마파크 가는 방법

 * 남해고속도로 동김해 IC에서 직진 → 인제대 정문 → 가야랜드 지나 좌회전 → 김해천문대 입구 → 산성마을 →

    분성산 → 김해 천문대 사이

 

◎ 대성동고분박물관 가는 방법

 * 동김해 I.C에서 내려서 첫 신호등에서 좌회전하면 국도 14호선과 만나 시내로 진입 → 김해시청 → 경남은행지점

    (구 시외버스 터미널옆)우회전 → 조흥은행을 지나 신호등 좌회전 → 약150m → 수로왕릉 → 대성동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