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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7㎏·값 1500만원… 이름은 '명품 사이클

풍월 사선암 2010. 5. 21. 09:12

무게 7㎏·값 1500만원… 이름은 '명품 사이클

 

국내 고급 '도로 사이클' 갈수록 시장 규모 커져

카본 등 첨단 소재 사용 "가볍지만 강하고 안전"

 

1500만원? 소형차 가격이 아니다. 빼곡히 늘어선 고층빌딩 숲과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달리는 '로드 바이크(도로 사이클)'의 가격이다. 자전거 붐과 함께 고가의 도로 사이클을 애용하는 마니아층이 늘면서, 한국시장이 세계적 사이클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최근 벨기에산(産) 사이클 '무슈(Museeuw)'가 국내에 뛰어들면서 스캇(Scott·스위스), 트렉(Trek·미국) 등이 선점한 사이클 시장에 '명품(名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6000억원 규모의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1000만원 안팎의 고급 사이클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은 약 5% 정도.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급 사이클 시장의 성장세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자전거 업계의 얘기이다.


3개월 전부터 벨기에산 무슈를 타는 한국의 철인 3종 국가대표팀 감독 얀 훌라(체코)는 보통 사이클과 명품 사이클의 차이에 대해 "소형차를 타다가 고급 세단을 모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했다. "속도감, 안정감, 승차감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얀의 얘기이다.

 

▲ 얀 훌라 한국 철인 3종 국가대표 감독이 무슈 사이클을 타고 광화문 시내를 달리고 있다.

얀은“사이클을 타고 도심을 누비는 상쾌함은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사이클업체들은 명품 로드 바이크의 조건에 대해 "가볍지만, 강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레임(frame·골격), 크랭크(crank·구동장치), 휠(wheel·바퀴) 등 사이클 주요 부품의 무게를 대폭 줄이고, 강도와 안정감을 높이는 기술이 '고가(高價)'의 이유라는 것이다.〈그래픽 참조〉


먼저 고가 사이클의 프레임의 무게는 소고기 한두 근밖에 안 되는 0.6~1.5㎏ 정도로 아주 가볍다. 프레임은 사이클의 골격인 마름모꼴로 사이클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프레임이 무거우면 사이클을 운전하기도 어렵고 체력 소모도 크다.


뿐만 아니라 체인을 감는 알루미늄이나 카본 재질의 크랭크도 무게가 700g을 거의 넘지 않는다. 바퀴의 휠도 앞·뒤를 합쳐 1.5㎏ 안팎이다. 이런 이유로 명품 사이클은 완제품이 7~8㎏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


한편으로 사이클은 내리막에서 최고 시속 80㎞ 이상을 낼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부품의 강도와 안정된 주행능력이라는 또 다른 요건을 갖춰야 한다. 스캇(스위스), 트렉·이스턴(이상 미국), 캄파놀로(이탈리아), 마빅(프랑스) 등 유명 제조업체들이 카본을 주 재질로 사용하는 것도 무게와 강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이다.


국내시장에 새로 명함을 내민 무슈는 카본 성분에 '플락스(flax)'라는 식물 성분의 합성섬유를 첨가해 주행의 안정성을 최대로 높였다고 주장한다. 무슈 코리아의 홍병호 대표이사는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플락스가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지면으로부터 사이클에 전달되는 진동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명품 사이클의 가격이 비싼 이유가 무게·강도·안정성을 고루 충족시키는 소재와 기술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고가 사이클의 가격대는 500만원 대에서부터 2000만원을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시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품의 부품 가격은 프레임 550만원, 크랭크 200만원, 휠 세트 500만원 정도이다. 트렉 판매사인 스포월드 유달연 계장은 "좋은 부품은 가속력과 안정된 주행력을 한층 높여준다"고 말했다. 명품 사이클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까.  

 

정세영 기자 / 입력 :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