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시론>안보의 침몰

풍월 사선암 2010. 3. 30. 17:58

<시론>안보의 침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분노!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대한민국 수병들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생죽음, 떼죽음을 당한단 말인가? 묻는다. 조국은, 이명박 정권은 그들의 죽음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느냐고. 과연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심해에 갇힌 수병들은 묻고 있을 것이다. 왜? MB 정권은 초동 대응부터 군인의 죽음을 능멸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모른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북한이 연계됐을 가능성은 확실하지 않다, 청와대가 사고 초반부터 흘리고 있다. 사고 원인도 모른다면서! 북한이 어뢰를 쏘아 폭발시켰는지, 북한이 한미 키 리졸브 훈련에 대응해 쳐놓은 기뢰에 부딪쳐 폭발했는지, 도대체 뭘 어떻게 안다고. 왜 김정일의 소행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면서 사건 처리의 방향을 잡아가려 하는가? 뭐가 두려워서.


왜 MB는 사고 발생 직후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국민 앞에 서지 못하는가! 왜 청와대 대변인이 MB의 발언과 지시를 간접 화법으로 전하는가? 초계함 침몰-사건 자체가 분단 국가에서는 준(準) 전시 상태다. 왜 대변인을 앞세우는가? 대통령 특별담화나 긴급기자회견이 왜 이럴 때 안나오나! 이해할 수 없다. 세종시 수정 문제처럼 여론조사 해본 뒤 나서겠다는 것? 전쟁이론의 전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결단력과 대담성이 타고나지 않은 사령관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황당하다. 북한이 핵실험했을 때 국민 앞에 나서지 않았던 것과 똑같다.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된 날 국회에 나가 전면적 대북대화를 제의하고, 김정일이 북방한계선에 대고 대포질할 때 해외에서 남북정상회담 제안한 것처럼. 정말 똑같다.


진상규명을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무책임한 수순’에 사건의 폭발성을 묻어버려 민심의 폭발을 막으려고? 또 한편으로는 어쨌든 김정일과의 정면대결을 피해 넘어가려고? 비겁한 정권의 속성 아닌가? 설령 자체 폭발로 밝혀진다 해도 초계함 침몰은 대한민국 안보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한 사건이다.


MB 정권부터 6·25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1950년 6월24일, 김일성의 남침 하루전. 육본 작전정보실은 인민군의 전면공격이 임박했다고 이승만 정권의 군수뇌부에 모든 채널을 동원해 보고했다. 김일성은 공격명령만 남겨놓았다. 얼빠진 한국군 지휘부, 비상을 전면해제하고 장교구락부에서 마구 술 퍼마시며 만취했다. 2차, 3차. 육본 지휘부 대부분은 보름전 인사로 업무파악도 못한 상태. 김일성 군대가 남침하던 일요일, 이승만 군대 지휘부는 거의 전원이 숙취의 고통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승만은 창덕궁 반도지(半島池)에서 낙시 중, 국방장관 신성모도 휴식 중이라 연락두절, 육본 작전국장 장창국은 서대문 집에 전화가 가설되지 않아 헌병대가 쫓아가 “작전국장님, 비상입니다”고 외쳐대는 가두방송을 듣고서야 뛰어나왔다. 문약(文弱) 정권의 실체!


MB정권은 완전히 ‘군미필 공화국’. 대통령→국무총리→청와대 대통령실장→국가정보원장→감사원장…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군미필 인사들이 권세가들이지 않은가? 국무회의 때 ‘군대 갔다오신 분?’ 하고 점검해보고 싶다. MB 정권에서 청와대 안보보좌관 직제도 없앴고 수석비서관 중 장성 출신 한 명도 없다. 노무현 정권 때도 이렇지 않았다. 지난해 10월27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 3중 철책을 뚫고 한국 주민이 월북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알려줘야 알 수 있었던 기막힌 사건. 그때도 진상규명한다더니 흐지부지. 뭐 이런 무책임한 군대, 한심한 정권이 다 있나. 김정일이 도발한다면 정면대결로 초전박살 내겠다는 기개와 담력이 MB 정권 안에 충만해 있는가? 대통령 안보라인부터 장성 출신들로 전면 보완하라!


MB 앞에는 두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신속하고도 철두철미한 진상규명을 진두지휘하라! 자체 폭발이라면 군 지휘부 전원을 국기 차원에서 일벌백계하라! 김정일의 소행이면 ‘상응한 무력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말라. 조금도 두려움없이! 가혹하고 무자비하게! 그게 국격(國格)을 지켜내야 하는 대통령의 당위다. 선택이 아니다. 대통령이시여!


[윤창중 / 논설위원]문화일보 2010-03-29 13:54 

 

국가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 명단과 군 복무 내용이다.

 

이명박 - 대통령             (면제)
정운찬 - 국무총리          (면제)
정정길 - 대통령실장       (면제)
김태영 -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만기전역)
원세훈 - 국정원장          (면제)
안상수 - 한나라당 원내대표 (면제)
최시중 - 방통위원장        (일병귀휴)
강만수 - 특별보좌관        (면제)
윤증현 - 재경부장관        (면제)
정종환 - 국토해양부장관 (면제)
이만의 - 환경부장관        (면제)
김황식 - 감사원장           (면제)

 

대통령과 대통령 유고 시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

실제적으로 안보에 관한 한 대단한 결정권을가진

국정원장이 군대를 체험하지 않았다.

물론 당당한 이유는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