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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건축을 바라보는 야긴과 보아스의 가상대화

풍월 사선암 2010. 1. 12. 10:26

사랑의교회 건축을 바라보는 야긴과 보아스의 가상대화

 

사랑의 교회 증축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세습 없는 깨끗한 교회의 이미지로 많은 귀감을 얻은 사랑의교회. 며칠전에 저희 길북에서도 사랑의교회를 소개 해 드린 바 있죠.


2000억원이 넘는 사랑의 교회 증축 조감도를 놓고,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의 신도들이 모두 와서 예배를 들일 공간이 부족하다면, 증축하여 많은 신도들과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2100억원이라..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도 잡히질 않네요..^^;;


즐겨 보는 기독교 신문에서 '야긴과 보아스'의 대화로 본 사랑의 교회 증축 안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 가져와 보았습니다. 야긴과 보아스의 대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교회의 이름을 떨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을 떨쳐야 한다. 2100억원은 너무 과하다' VS '교회가 좁으면 응당 다시 지어야 한다. 금액이 무슨 대수냐'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사랑의교회 증축에 대한 논란을 대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고.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처럼, 이번 일도 그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의교회 증축 논란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점입니다.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 같의 의견 대립이 팽팽합니다. 양쪽 말 모두 틀린말은 아니며,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이 양날의 칼과 같은 주제가 아닐까 하네요.


어쨌든, '사랑의 교회 증축'을 놓고 벌이는 야긴과 보아스의 뜨거운 논쟁. 함께 보실까요?


(옮겨오느라 힘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네요)

 

사랑의 교회 건축 조감도랍니다. 멋지긴 멋지네요..^^


야긴 : 강남에 있는 사랑의교회가 2,100억원 짜리 교회를 짓는다는구만. 누구는 2500억원짜리라고도 하고.


보아스 : 남이야 2000억 원짜리로 짓든, 2조 원짜리로 짓든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남의 일에 무슨 관심이 그리도 많은가?


야긴 : 아니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자네 논리대로라면 재벌이 산을 허물고 자연을 파괴하여 골프장을 짓는 일도 자기 돈 가지고 그러니 생태고 환경이고 뭐고 상관 말라는 말처럼 들리는구먼.


보아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훔친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자기들 헌금으로 짓겠다는데, 남의 공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필요는 없다는 걸세.

 

야긴 : 그런데 그 규모가 좀 과도하다는 거지. 내가 오정현 목사가 사랑의교회 교인들에게 인사하는 19분 31초짜리 동영상을 세 번이나 보았네. 그 사람 잘생기고 유머 감각도 있더구먼. 하긴 큰 교회를 아무나 하긴 하겠소만, 거기서 오정현 목사가 뭐라 했는지 아나? 교회의 '세속화'를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구먼. 하지만 2000억 원이 넘는 교회를 짓겠다는 발상이 바로 '세속화' 아닌가? 엉? 이거 뭐 완전히 빈익빈 부익부 첨단 자본주의구먼. 원래 발표는 2500억 원짜리였는데, 여론이 안 좋아 2100억 원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보아스 : 지금 교회는 교인들을 수용하기에 부족하다던데? 집이 좁으면 넓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자네 교회가 교인들이 수용하기에 비좁다면 자네도 교회를 확장해서 지을 생각을 하지 않겠나? 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란 말이지. 아니 그런데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얼마나 되지?


야긴 : 본인들 이야기로는 4만5천명이 출석한다고 하더구먼. 하지만 이는 과장된 숫자이네.


보아스 : 본인들이 4만5천명이라면 4만 5천명인 게지, 뭐 그리 토를 다시나? 아무튼 그러면 4만5천명이라고 치고 건축비가 본인들 주장처럼 2100억 원이라면 한 명이 얼마나 헌금해야 하는거야?


야긴 : 2100억원 나누기 4만 5천명은 466만 6,666,6666..원. 1인당 약 460만 원을 헌금해야 하는구먼. 그런데 끝자리가 666이라? 이거 뭔가 불길하네.


보아스 : 사물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는 자네 눈부터 고쳐야겠네! 전 교인의 95%가 약정을 했고, 다수가 참가하고 동의한 건축이라던데 그렇게 이리처럼 물어뜯을 필요 있나? 그 사람들이 무슨 바벨탑이라도 짓나?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교인이 늘어나는 것을 어떡하나? 자네라면 늘어나는 교인을 막겠나? 교회가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을 막을 순 없지 않겠는가? 내가 성장하지 않는 교회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네. 나 그런 사람 아닐세. 하지만 성장이 지상 과제는 아니라 치더라도 교인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또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모든 목회자가 속으로는 그런 것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야긴 : 그렇긴 할 거야. 자기 교회 교인 늘어난다는데 싫어할 목사는 없을 것이구먼. 그런데 내 이야기는 사랑의교회라는 교회가 대형 교회 치고는 비교적 점잖은 편이었고 명망도 있었단 말이지. 순복음교회나 소망교회는 이리저리 욕도 먹긴 했지만 사랑의교회는 그러지 않았네. 옥한흠 목사의 좋은 이미지도 있었고, 또 그 교회가 평신도 사역이니 순장이니 하면서 좀 '건강한 모델' 아니었나? 나도 한대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을 읽었지. 지금은 내용이 다 기억 안 나지만, 작은 교회를 하는 사람에게도 뭐랄까 도전이랄까, 영감이랄까 그런 것을 주는 책이었네. 그런데 지금 이게 뭔가 이제 막 대 놓고 무한 경쟁으로 나가자는 거 아닌가? 이건 아니지.

 

* 대형교회 건축은 한국교회에 덕이 안 된다?


보아스 : 그런데 2100억 원이라는 건물이면 도대체 어떤 건물이야? 짐작이 안 가네.


야긴 : 2100억원이 아니라 2500억원이라니까.


보아스 : 자네 좀 그만하지.


야긴 : 2100억원? 그래 그렇다 치고 내가 이야기를 해 주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초호화 관청으로 욕먹는 청사가 12개 있네. 그 순위를 보면 성남시청 3222억원, 용인시청 1974억원, 전북도청 1692억원, 전남도청 1667억원, 광주광역시청 1516억원, 용산구청 1510억원, 금천구청 1180억원, 원주시청 999억원, 관악구청 910억원, 포항시청 895억원, 성동구청 876억원, 용인시 수지구청 780억 원 이렇게 일세. '용인궁'이라 불린 용인시청보다 훨씬 비싼 건축비이지. 그에 비하면 12등 수지구처은 겨우 789억으로 호화 논란에 휩싸였으니 억울할 따름이지.


보아스 : 그런 청사와 교회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야긴 : 아무튼 교회가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88만원 세대가 어쩌고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그런 거대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봐. 전체 교회나 예수님 이미지를 보아서라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나도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하라거나 그 돈으로 복지, 구제 사업을 하라는 식의 식상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거대한 예배당을 짓는 일이 덕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봐. 나는 오정현 목사가 대운하는 소통의 도구 등 소리할 때부터 알아봤지.


보아스 : 이런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문제의 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네. 여기서 대운하 이야기가 왜 나오나? 그것은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네. 게다가 이런 민주주의 사회에서 목사가 국가의 정책에 대해 소신을 이야기하는 일은 자유 아닌가? 나느 ㄴ그렇게 생각하네. 목사가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잇다면, 대운하를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이야기한 대로 소신의 가부를 떠나서 말일세. 그런 면에서 오정현 목사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다른 목사들보다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 사랑의교회에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나? 설령 그 비율이 낮다 해도 말일세. 그런 면에서 오 목사를 소신 있는 사람으로 이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야긴 : 그런 것 저런 것 다 떠나서 예수께서 보신다면 말일세. 그렇게 큰 교회가 과연 갈릴리의 음유시인이자 떠돌이 예언자와 맞는 이미지일까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네. 내 생각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구먼. 너무 맞지 않는 이미지일세.


보아스 : 그런 구닥다리 생각은 접는 게 좋네. 이미 예수님과 우리는 시간적으로도 2천 년, 공간적으로도 무척이나 먼 거리네. 선교 방식은 바뀌어 있고, 선교 방식뿐 아니라 엄청난 변화,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가 당시 팔레스타인과 지금 서울 사이에 있네. 지금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선교하는 것이야.


야긴 :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양식과 형태가 아무리 변해도 정신은 변하지 않는 것이야.

 

* 평신도를 재운 제자 훈련


보아스 : 그런데 요즈음은 교회 분립이 유행처럼 되어 있기도 하던데. 왜 교회가 조금 커지면 떼 주어서 갈라지고 그런 거 있잖아? 사랑의교회가 원래 평신도 훈련으로 유명한 교회 아닌가? 제자 훈련 세미나도 하고 그러지 않았나?


야긴 : 제자는 무슨 제자! 예수의 제자가 아닌 목사의 제자를 만들었고, 평신도를 진작 깨웠으면 그 사람들이 분립했을 거야. 제자 훈련, 순장, 평신도 사역 어쩌고 했지만, 이번 건축 진행 과정 보니까 평신도는 없고 목사랑 장로들이 모여서 짝짜꿍한 거 아닌가? 평신도를 깨운 게 아니라 재운 거지.


보아스 : 큰 교회는 큰 교회의 나름 역할이 있지 않을까?



야긴 : 굳이 있다면 그 많은 돈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 사회에 환원하는 일, 그런 일이지. 그 사람들이 예배당 짓는 돈은 구세군 모금으로 치면, 작년에 톨게이트 모금을 포함해 자선냄비로 32억 모금했다는데, 80년 가까이 걸리는 일이라네.


보아스 : 오호 대단한데? 구세군 냄비 80년 치라고?

 

* 교회의 이름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을 높여라


야긴 : 아무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강남을 중심으로 교인들을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을 가진 것 같아. 교회는 크게 지어 놓으면 사람들이 온다지 않소. 그런 전투를 위해 지금 성을 쌓는 것이지. 나는 차라리 사랑의교회가 좀 솔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정현 목사도 옥 목사의 그림자를 지우려면 뭔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아냐? 마치 청계천처럼. 그게 교회 건축이 아닐까?


보아스 : 지나친 상상인 듯하오.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는 좀 조심해서 하구려.


야긴 : 사람들은 목사를 대단한 직업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 많은 목사가 가난하게 살지. 우리가 TV에서 보고 TV에서 설교하는 목사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월세 내는 교회도 천지고 사례비를 교회에서 제대로 받지 못해 최저생계비 이하로 사는 목사들도 부지기수지. 뭐 무능해서 그렇다고 싸잡아 말하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와 거대한 교회는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아. 어색해. 영어 속담에도 'As poor as a church mouse (교회 쥐처럼 가난하다)'라는 표현이 있지 않던가? 예수님도 하느님과 돈을 한꺼번에 섬길 수 없다 하지 않았소. 다시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보아스 : 그렇다고 무슨 대안이 있나?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한 것이올시다.


야긴 : 글쎄 마음 같아서는 그 돈의 일부인 1/1000이라도 용산 참사 현장에 갖다 주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치 않은 방법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 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그렇게 쓰지는 않더라도 뭔가 사회에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쓰는 궁리를 한다면, 사랑의교회는 지금 큰 예배당을 가지지 못하게 되더라도 예수님 이름은 높여지지 않을까? 반대로 사랑의교회가 지금의 계획대로 예배당을 짓는다면 사랑의교회 이름은 좀 높여질지 몰라도 예수님 이름은 좀 깎이지 ㅇ낳을까?


보아스 : 그야 좀 그럴 것 같기는 하오만.


야긴 : 이 일을 계기로 구원, 예수, 하느님나라, 이런 개념들이 교회 크기와는 무관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가 좀 알려지면 좋겠소이다. 아, 떠들었더니 배가 고프네. 뭐 좀 먹을까?


보아스 : 좋소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겠소?


야긴 : 대한민국에서 '천국'이라는 말이 가장 긍정적으로 쓰인 곳이 어디인 줄 아시오?


보아스 : 어디지?


야긴 : 김밥천국이요. 자 그리로 갑시다.


보아스 : 허허, 그거 좋소이다.


[출처] 사랑의교회 건축을 바라보는 야긴과 보아스의 가상대화 / 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