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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퍼거슨(Ferguson)교수의 향후 10년 전망

풍월 사선암 2010. 1. 8. 22:34

하버드대 퍼거슨(Ferguson)교수의 향후 10년 전망


하버드대의 니알 퍼거슨(Ferguson) 교수는 스타 경제사학자다.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경제위기를 예측하는가 하면,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 미국과 중국의 신(新)공생관계를 설명해낸다. 그는 지난달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10년은 경제보다 분쟁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으며, 빚으로 신음하는 미국은 대영(大英)제국 말기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한은 앞으로 10년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며, 한반도의 재통일이 향후 10년간 가장 역사적인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 금융위기 이후엔 지역분쟁 뒤따라


― 2010년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다. 앞으로 10년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두 종류의 새로운 10년의 모습을 제시하겠다. 먼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지속하는 미래다. 서방의 금융 문제가 계속되고, 오늘은 두바이, 내일은 그리스, 다음은 아일랜드가 지불불능상태에 빠진다. 미국은 엄청난 빚으로 고통을 당하고, 서구의 경제성장은 느릴 것이다. 반면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만이 아니라 국내 수요에 바탕을 둔 성장세를 이어간다. 2019년에 돌이켜보면 아시아가 올라서고, 서구는 미끄러진 식으로 세계가 이동한 10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곤 한다. 가장 먼저 발생할 수 있는 일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다.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기 위해서다. 곤란한 지경에 처한 미국은 내키지는 않지만, 결국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호르무즈해협의 질서를 파괴하고, 원유 가격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는다.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충돌은 중동에서 유럽·러시아·인도·중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지정학적 후폭풍이 뒤따랐다. 역사학자로서 이 점이 가장 염려된다."


― 이런 맥락에서 2010년은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엔 정치적으로 점점 더 괴로운 한 해가 될 것이다. 국가 부채를 놓고 공방(攻防)이 있고 증세와 정부지출, 특히 건강보험과 교육을 둘러싸고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이란에서의 분쟁 가능성은 2011년까지 시계를 확장하면 더 높아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증파를 결정한 아프가니스탄도 지켜봐야 한다.


반대로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 한국이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나는 미국과 런던보다는 아시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웃음). 2010년은 분쟁과 서구의 침체, 아시아의 성장으로 특징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 "미국 제국의 최대 적은 빚"


― 미국의 운명에 대해 아직도 미국이 기꺼이 제국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고, 이라크에 주둔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해군과 막강한 공군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다. 미국은 제국이다. 이는 누가 대통령이 되건, 어느 당이 집권하든 별로 변하지 않았다. 미국인이 부인하든, 원치 않는다고 말하든, 미국이 실제 하는 일은 제국을 경영하는 일이다.


영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빅토리아 왕조 때와 다를 게 없다. 이라크 사태·아프가니스탄사태·해군력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선교사와 비즈니스맨들이 제국에 기여하는 것까지. 다만 빅토리아 왕조가 갖고 있었던,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는 자기 확신이 미국엔 없을 뿐이다.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빚이다. 빚을 많이 지고, 이 빚의 상당 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조달할 때 제국은 쇠약해졌다. 이 빚 때문에 미국의 국방력은 약해질 것이다.


과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장기 국채를 통화 리스크를 안고 3%의이자만 받고 계속해서 기꺼이 사들일 것인가. 알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철수 시작 시간표를 제시했는데.


"기괴한(bizarre) 일이다. 불과 4주 전에 만난 미군 고위 관계자는 3만명을 아프간에 배치하는 데만 18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18개월 후부터 철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결국 어떤 병사는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하자마자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증파를 강력히 지지한다. 미군이 2001~2002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했던 일을 하려면 현재의 병력으로는 어림없다. 하지만 증파와 동시에 철군을 제시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탈레반은 그냥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


미군이 떠나자 마자 탈레반은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소련이 진주했다가 떠난 것처럼, 미군이 떠날 날짜만 기다리면 된다. 미군이 주둔했던 독일·한국·일본이 어떻게 안정될 수 있었나. 이 국가들이 안정된 것은 미국이 만족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며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군이 떠나갈 것이 확실한데, 어느 아프가니스탄인이 정보원으로, 또 통역원으로 일하겠는가."


― 그럼 지금 미국의 몰락을 보는 것인가.


"미국이 마지막으로 바그다드를 떠나고, 카불을 떠나는 모습은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제국으로서 외국에 원정(遠征)하는 모습과 미국 국가 자체를 구별해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부유한 강국이다. 다만 미국은 군사적으로 해외에서 힘을 증강하는 데 특히 약하다. 미국의 군사력은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은 제국의 식민(植民)전쟁에 별 흥미가 없다. 따라서 '제국적인' 일을 하는 게 미 국내적으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치 않지만, 제국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증파에 동의한 유일한 이유는 증파가 보다 빨리 그곳에서 철수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 몰락기의 대영제국과 지금의 미국이 갖는 유사성은.


"대영제국이 해체된 것은 지급불능 때문이었다. 빚이 너무 많아서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대영제국은 1947년 인도를 떠난 다음부터 1956년 수에즈운하 점령 실패에 이르는 기간에 이해할 수 없게 몰락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주요 식민지들이 모두 사라졌고, 1957년 이후에는 이 지역에서 영국 군대가 없어졌다. 이 모든 일이 빠르게 일어났고, 바로 금융적 이유 때문에 발생했다. 만약 미국이 군사적으로 제국의 쇠퇴를 겪는다면 금융적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재정적 무능 때문에 쇠퇴하는 것이다. 영국과 매우 비슷한 시나리오다. 미국은 여전히 국내 경제와 해외파병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 "북한은 인공적 존재, 10년 지속할 수 없다"


―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대개 5세대 만에 미친(mad) 권력자가 출현하지만, 북한은 2세대 만에 이런 지도자를 갖게 됐다. 북한은 앞으로 10년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다시 2019년에 만나서 2010년부터 시작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한반도의 재통일을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중국은 결국 북한이 계속 존재하도록 지원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의 존재는 인위적이다. 통독(統獨)전 동독과 마찬가지다. 소련이 지원을 멈추자 동독은 사라졌다."


―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놓인, 호두까기 기계 사이에 놓인 호두로 비유되곤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따라야 하는가.


"두 거인 사이에 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의 상황은 재앙적일 수 있다. 폴란드가 그랬고, 한국이 경험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강력한 친구를 두는 것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도 한국 같은 나라엔 좋다. 파워가 글로벌하게 분산되기 때문에 이웃 국가들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글로벌 기구에 굳건히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가 더 글로벌해질수록 한국 같은 나라엔 유리하다. 아시아 제국주의로 돌아서면 한국 같은 나라는 위험해진다.


그러나 아마 많은 한국인은 '호두까기 국가들'에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 부서지는 운명을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정책이 중국을 중심으로 수렴되는 것도 이런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 니알 퍼거슨(Ferguson)은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 경제문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학자다. 현재 하버드대 역사학과와 비즈니스스쿨 두 곳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국' '세계의 전쟁' 등 그가 쓴 책들은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PBS에서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4년 타임 매거진이 선정한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올해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의 경영사상가 50인에 각각 뽑혔다. '차이메리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고,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