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6명을 살려내다.
지난 6월 말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드라마 <보디가드>의 제작발표회 현장. 10명도 넘는 보디가드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낙법 시범을 보이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 것도 잠깐, 한 경호원이 실수로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2m도 넘는 높이에서 떨어져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쿵 하고 뒷머리를 부딪히고 만 것. 26세의 건장한 청년 유모씨는 순식간에 눈이 돌아갔고, 혀가 말려 올라가 기도가 막히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사람들을 헤치고 선뜻 앞으로 나선 한 남자가 있었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영철(43세) KBS 홍보부장이 바로 그 주인공.
“쇼크를 받아 혀가 한번 말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힘으로는 못 막습니다. 기도가 막히기 전에 혈맥을 뚫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 경호원은 이미 1분 이상 숨이 막힌 상태였기 때문에 차에 있던 수지침을 가지러 갈 시간도 없었습니다. 마침 PD가 ‘맥가이버 칼’을 가지고 있길래 급하게 뇌에 해당하는 가운뎃 손가락 끝부분을 찔러 피를 빼냈죠. 검붉은 피가 쭉 뽑혀 나오더라구요. 혹시 몰라 열 손가락을 모두 찔러 맺힌 피를 전부 빼냈더니 그제야 숨을 쉬기 시작하더군요.”
일단 호흡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김 부장은 손에 있는 혈맥 중에서 머리 부위에 해당하는 백회혈에 꼼꼼히 수지침을 놓았고, 유씨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5분이 지난 다음에야 앰뷸런스가 도착했으니 만약 김 부장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 보디가드는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곧바로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진 유씨는 아무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고 다음날 바로 회사로 출근해 다시 한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수지침을 처음 접한 지 1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명을 구한 사람만 6명이죠. 93년 가을에 충북 단양에 취재를 갔다가 박달재 근처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60대 노인이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켜 쓰러졌어요. 수지침으로 심장에 해당하는 가운뎃 손가락 제일 아래 마디를 바로 찔렀죠. 다행히 핏기가 빠져 하얗던 얼굴에 조금씩 화색이 돌아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는 정말 진땀 뺐습니다. 제가 수지침을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해 본 거였거든요.”
김 부장은 지난 85년 KBS에 입사해 올해 5월 홍보실에 배속되기까지 18년 동안 사회부에서만 활동해 온 베테랑 기자였다. 평소 질이 나쁜 이어폰을 끼고 취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귀가 심하게 울리는 이명현상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지난 90년 우연히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김해중 선생에게 수지침을 사사받으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즈음엔 귀울림이 너무 심해져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이미 귓속기관이 많이 상한 상태라 별다른 치료방법도 없었구요. 그런데 수지침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확 바뀌었죠.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 부장은 홍보실로 옮기기 바로 직전인 지난 5월에도 과로 때문에 심근경색을 일으킨 보도본부의 뉴스 진행요원을 살려냈다고 한다. 바닥에 쓰러져 강시처럼 온 몸이 뻣뻣해진 채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그 요원은 수지침 요법을 받자마자 금세 정신을 차렸다고. 수지침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건져낸 김 부장이지만 딱 한번 안타까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2000년에 대전에서 한국기자협회 친선축구대회가 열린 적이 있어요. 전반전을 마치고 하프타임을 이용해 작전을 짜고 있는데 상대팀 벤치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리더라구요. 당시 <전남매일> 부장이었던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키셨어요. 운동장 끝과 끝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제가 급하게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죠. 심장 기능이 멈춰 있었으니까요.”
여러 번의 응급상황을 경험한 뒤 이제는 꼭 주머니에 수지침을 넣고 다닌다는 김 부장은 굳이 수지침이 없어도 집에서도 충분히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숨이 넘어갈 듯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처음 7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7분 넘게 호흡이 정지되면 설사 생명을 건지더라도 뇌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쉽거든요. 물론 수지침 하나 정도는 상비해 두면 좋겠지만 급할 때에는 바늘, 칼 등 날카로운 물건을 이용해 열 손가락 끝을 딴 뒤 피를 뽑아내면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1,고혈압이나 중풍 등으로 쓰러져 인사불성일 때에는 열 손가락의 끝자리(십선혈)를 모두 따 피를 빼준다.
2, 아이들이 경기를 일으켰을 때 양손 넷째손가락 끝부분 왼쪽, 첫째마디 왼쪽, 끝마디 왼쪽 등을 따주면 경기를 멈출 수 있다.
3, 갑자기 체했을 때에는 양손 새끼손가락 손톱위와 넷째손가락 손톱위를 따주면 좋다.
4, 갑자기 팔꿈치가 저린 경우 양손 넷째손가락 둘째 마디를 따주면 통증이 사라진다.
[생활 수지침]실신했을땐 A33-G15 찔러 피 빼면 효과
실신이란 말은 흔히 쓰이지만 정확하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의미는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나 특별한 조치 없이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실신을 의미하는 ‘syncope’라는 영어 단어는 ‘짧게 자르는(to cut short)’ 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오는 환자의 3%, 입원하는 환자의 6%가 실신경험이 있다고 한다. 실신의 원인은 다양한데 크게 △심장신경성 실신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 △심폐질환에 의한 실신 △뇌혈관 및 신경계 질환에 의한 실신 등이 있다.
가을에 등산이나 여행을 할 때, 또 과로 때문에 갑자기 실신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갑자기 실신하면 누구든지 당황하기 마련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그러나 웬만한 실신은 수지침으로 회복되는 사례도 많다.
우선 환자를 편하게 머리를 낮춘 상태에서 눕혀 보온(保溫)을 하면서 호흡이 잘 되게 해 준다. 즉시 응급실에 연락을 하되 기다리는 동안 수지침의 응급처치법을 이용한다.
우선 피 빼는 출혈침(또는 주사기 바늘)으로 뇌상응부(腦相應部)인 A33, 간(肝)의 구급혈(救急穴)인 N1, 위장(胃腸)의 구급혈인 E45, 신장(腎臟)의 구급혈인 J1, 심장(心臟)의 구급혈인 G15를 깨끗이 소독한 뒤에 사혈침을 1∼2㎜ 찔러 피를 몇 방울 빼낸다.
그리고 신서암봉(新瑞岩鋒)을 E8, I2, A33, E42, G10, A8·12·16에 붙이거나 A18·20·22·24까지 붙여 준다. 그러면 이송 도중에 또는 응급실에 도착해서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 사혈을 다시한번 더 실시하면 도움이 된다.
<박규현 고려수지침요법학회 학술위원·부산대 의대 신경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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